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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 학교 살린 야구부, 타지 학생 부른 드론..고교의 반전

심석용 입력 2021. 09. 22. 05:00 수정 2021. 09. 22.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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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옹진군 덕적 초·중·고등학교 전경. 주민 수가 적은 덕적도는 초.중고를 통합 운영한다. 사진 인천시교육청

인천 덕적도에 사는 김영희(50)씨는 중3 막내딸의 진로가 걱정이다. 최근 덕적도의 유일한 고교인 덕적고의 전교생이 14명으로 줄어들면서다. 통합운영 중인 초·중·고 학생을 모두 합쳐도 56명이다.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전교생이 60명 이하인 소규모 학교는 통폐합 검토 대상이다. 내년 덕적고 진학을 앞둔 덕적중 3학년 학생은 4명. 이대로라면 내년 덕적고 전교생은 더 줄어들게 된다.

학교가 문을 닫으면 1300여 명뿐인 섬 거주민이 더 줄면서 지역 자체의 소멸이 가속화할 수 있는 상황. 인천 출신 김학용(69) 전 동국대 야구 감독이 아이디어를 냈다. “야구부를 신설해 덕적고를 체육 특성화 학교로 만들자”는 제안이었다. 감독 시절 덕적도에서 훈련한 경험을 떠올렸다고 한다. 인천 내 야구부가 있는 초교가 24곳, 중학교가 6곳이지만 고교는 3곳뿐인 점도 고려했다.

김 전 감독의 제안에 주민들이 움직였다. 800여 명이 서명해 ‘폐교 위기 극복을 위한 야구부 창단 건의서’를 덕적고에 전달했다. 덕적면 발전위원회도 힘을 보탰다. 덕적도 인근 바닷모래를 건설자재로 채취하는 대가로 주민들이 받는 복지 기금 일부를 야구부 창단을 위해 내놓았다.

인천시교육청은 학교체육진흥지역위원회를 열고 고심 끝에 지난 2일 덕적고의 야구부 창단을 승인했다. 박갑준 덕적고 체육부장은 “야구부원이 최소 14명이 돼야 야구협회 승인을 받을 수 있다”며 “전학생과 신입생 등을 모아 30여 명으로 내년 고교야구대회에 출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학령인구 감소로 폐교 위기에 놓인 수도권 농·어촌 고교들이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운동부를 만드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학생 수를 확보해 폐교를 막으려는 주민들과 운동선수를 꿈꾸는 학생·학부모의 이해관계는 대체로 맞아떨어지는 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선수 수급과 예산 등 문제로 해체위기를 맞을 수 있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골프부 만든 화성월문초


화성월문초는 골프부를 창설하면서 생활체육으로 골프를 접하고 싶은 학생들을 위해 골프수업도 하고 있다. 사진 화성월문초 제공
농촌 지역 공동화에 직면한 경기도 화성월문초는 골프부 창설로 돌파구를 찾았다. 동문회와 지역주민이 학교를 지키기 위해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찾아 나선 결과다. 화성월문초는 퍼팅 연습장과 실내 스크린연습장을 교내에 설치했다. 골프부는 물론 일반 학생에도 문호를 열었다.

이후 프로를 꿈꾸는 학생들이 전학 왔고 생활체육으로 골프를 접하고 싶은 학생도 입학을 택했다. 전교생이 줄어드는 속도를 늦출 수 있게 된 것이다. 배정운 화성월문초 교장은 “골프부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이 2학년부터 수업시간과 방과 후에 골프를 접할 수 있다”며 “지역사회의 도움을 받은 만큼 골프장을 주민들에게도 개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업에서 드론 날리는 포천 영북고


포천영북고는 지난해 교내 경영정보과를 드론과로 개편했다. 사진 포천영북고 제공
포천영북고는 학교 인근에 군부대가 많은 특성을 살렸다. 2014년 부사관과 2개 학급을 만들었다. 부사관 임관에 필요한 교육을 하면서 인근 군부대와 협력해 2박 3일간 병영 체험도 한다. 지난해엔 경영정보과를 드론과로 개편해 신입생 모집에 나섰다. 특화된 학과를 만들면서 포천은 물론 강원도에서도 학생들이 몰리고 있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교육계에선 학령인구가 줄면서 위기에 빠진 학교를 위해 광역 지자체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학생 수를 확보하기 위해 운동부를 만든다고 하지만 예산 문제 등으로 임시방편에 그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장기적으로 학생들 스스로가 지역사회에 정주 의식을 가질 수 있게 돕는 교육 과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청 정책과 함께 광역단위 지자체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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