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공모 평가서 캐비닛에 밀봉하고 사무실서 종이 깔고 잤다"

김평석 기자 입력 2021. 9. 22. 05:30 수정 2021. 9. 22.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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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도시公 관계자 "하나은행 큰 점수차로 선정..이의 없었다"
"사업자가 도장 안 찍으려 할 정도로 성남시에 일방적으로 유리"
대장동 택지지구 위치도© 뉴스1

(성남=뉴스1) 김평석 기자 = “공모 접수 마감 날 사업자 로비를 막고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공사 사무실에서 종이 상자를 깔고 밤을 보냈다”

대장동 도시개발사업 관련 특혜 의혹으로 집중 포화를 받고 있는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 A씨는 “단 한 점의 특혜도 주지 않았다. 오히려 사업자가 도장을 찍지 않으려 할 정도로 성남시와 공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독소조항이 계약서에 많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A씨는 22일 뉴스1에 공모 신청 접수 마감 직후부터 다음날 저녁 우선협상대상자 공고 때까지 하루밤 있었던 일과 평가 과정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대장동 개발 사업의 추진 과정을 소상히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인물이다.

A씨는 “대장동 개발사업은 모범적인 공공개발 선례라고 자부한다”며 “사전이익확정이라는 이례적인 계약을 통해 사후정산 방식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공공개발의 안정성을 확보한 것도 성과”라고 강조했다.

그는 “감사원에서 1~2년에 한번씩 관련자료를 제출받아 살펴봤다. 또 이재명 경기지사 선거법 위반 혐의 수사 과정에서 경찰과 검찰이 대장동 사업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봤다”며 “문제가 있었으면 그때 벌써 터졌을 것이다. 때가 되면 관련 내용을 공개할 수도 있지 않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A씨와의 일문일답.

-공모 참여 사업자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진행됐나.

▶2015년 3월 26일 오후 6시에 대장동 개발사업자 공모를 마감했다.

이후 3시간동안 내부 평가위원 5명이 공모에 참여한 하나은행, 산업은행, 메리츠증권 등 3개 컨소시엄에 대한 평가 작업을 진행했다.

절대평가 기준은 산수를 할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점수를 매길 수 있을 정도로 정형화돼 있었고 관련 내용은 공모지침에 모두 공개돼 있었다.

평가 결과는 캐비닛에 넣고 열쇠를 잠근 뒤 도장을 찍고 테이핑을 해 누구도 열 수 없도록 했다.

또 평가위원 전원의 휴대폰을 회수한 뒤 위원 전원이 사무실 바닥에 종이 상자를 깔고 밤을 보냈다.

대장동 개발사업은 도시개발공사가 설립(2013년 9월)된 직후 위례택지지구와 함께 공사가 시작한 첫 대규모 개발 사업이었다.

혹시 공모 참여 컨소시엄측에서 집으로 찾아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모두 사무실에서 지내기로 한 것이다.

다음날 오전 8시 시 감사실과 경찰에 참관을 요청하고 오후에 판교스포츠센터에서 상대평가가 진행됐다.

상대평가는 당연직 내부 위원 2명과 전문가인 외부 위원 3명 등 5명이 참여했는데 외부 위원은 참여 컨소시엄 대표가 무작위로 뽑았다.

평가는 사업설명을 들은 후 점수를 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사업설명 순서도 컨소시엄 대표가 정했다.

-하나은행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이유는.

▶공모지침서를 보면 ‘도시공사는 PF보증이나 미분양 매입확약 등은 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있다. 또 사전확정이익에 대한 것도 있다.

사업이 망해도 책임은 지지 않겠지만 돈은 내야한다는 내용이다.

대장동 개발은 단독이 아니라 본시가지 성남제1공단과 결합해 개발하는 것으로 계획된 사업이다.

대장동 개발이익으로 법조단지, 공원 등을 조성하는 성남제1공단 개발도 해야한다. 그래서 시가 사전 확정이익을 요구한 것이다.

그런데 하나은행측은 이런 요구를 모두 사업계획서에 모두 담았다.

대장동에 조성되는 전체 13개 공동주택 부지 가운데 5개를 자체개발하고 8개를 분양하겠다고 했다.

이 5개 부지를 은행에 담보로 제공하고 1조원대의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것을 사업계획서에 넣었다.

또 공원조성 관련 사업비 마련계획 등도 제시했다.

총 1000점 만점(절대평가 350점, 상대평가 650점)인 평가에서 탈락한 2개 컨소시엄이 경쟁이 안 될 정도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평가위원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없었고 탈락한 컨소시엄도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전경(뉴스1 DB) © News1

-하루만에 평가가 끝난 것에 대해 의혹이 일고 있다.

▶보통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이 하는 대부분의 심사가 하루 만에 끝난다. 시간을 길게 두면 오히려 로비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미 사업자를 정해놓고 특혜를 주려했다면 빨리 발표할 이유가 없다. 빠른 시간 내에 진행해야 오해의 소지가 없다. 오히려 평가 준비에 1달 가량 소요됐다.

-상대평가에 내부 당연직 위원 2명이 포함된 것에 대해 말이 많다.

▶공공심의위원 선정과 관련해 법정 기준은 없다. 대부분의 공기업이 내·외부 위원을 섞어서 평가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외부 위원은 사업 내용을 잘 모르는 경우도 있어 내부 위원이 참여하게 된다. 내부 위원이 2명으로 과반을 넘지 않았고 모르는 외부 위원에게 특정업체에 높은 점수를 주라고 부탁할 수도 없다.

내부 위원은 공사 내에 위원회를 설치해 선정했다.

-상대평가를 외부위원 5명이 했다고 의회에 보고한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평가 위원과 과정에 대해서는 모두 비공개가 원칙이다. 개인정보보호와도 관련돼 있다. 누구누구가 위원이라고 명시할 수 없었다. 그래서 두루뭉술하게 보고한 것인데 그것이 오해의 빌미를 제공했다.

-화천대유가 너무 많은 배당금을 가져갔다는 의혹이 있는데.

▶화천대유는 대장동 개발사업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 ‘성남의뜰’ 주주이자 개발사업 자산관리회사이다.

자본금 50억원으로 설립된 성남의뜰의 지분은 도시개발공사 50%+1주, 하나은행 14%, 국민은행 8%, 기업은행 8%, 동양생명 8%, 하나자산신탁 5%, SK증권·화천대유 7% 등으로 구성돼 있다.

화천대유가 3600억~4000억원 가량 배당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민간 사업자 내부 계약관계는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다.

사업계획서상 민간사업자가 가져가는 이익이 시에 주는 사전확정이익금 4500억원을 제외하고 1800억원 정도였다. 시도 그렇게 판단했다.

그런데 당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대박을 쳤고 이익금이 급격히 늘어났다. 배당금 배분은 민간사업자 내부 문제다.

-사업자 공모 7일 전에 화천대유가 설립된 것에 대해서도 의혹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사업타당성 용역을 발주하면 업계에서는 알고 그때부터 사업 참여 준비를 한다. 화천대유도 오랜기간 사업참여 준비를 해 왔을 것이고 때가 됐다고 판단해 회사를 설립하지 않았을까 추정하고 있다.

-이익금을 더 가져와야 한다고 한 주장이 묵살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당초 시가 가져 오는 확정이익금이 성남제1공단 개발비 2700여억원을 포함해 4500억원이었는데 인허가 과정에서 5500억원으로 늘어났다.

그런데 이익이 많이 남았다고 돈을 더 달라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공산당도 그렇게는 하지 않을 것이다.

ad2000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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