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관리·대선에 떠밀린 전기요금..4분기도 못 올리나

문승관 입력 2021. 9. 22. 07:23 수정 2021. 9. 22.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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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23일 결정..연료비 급등분 전기료 반영해야 하지만
물가상승 자극·대선국면까지.."정부 인상결정 쉽지않아"
있으나마나 '연료비연동제'..한전, 3조2700억 적자 전망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추석 연휴 직후인 이달 23일 한국전력공사의 다음 달(4분기) 전기 요금 인상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력업계와 시장에서는 국제유가 등 치솟는 원가 상승 때문에 더는 전기요금을 동결하는 데 한계에 다다랐지만 원가를 모두 반영한 요금 인상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 전기계량기의 모습(사진=뉴스1)

정부가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기 위축 우려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마저 자극할 수 있다고 여겨서다.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정치권과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더하고 있다. 따라서 올해 1분기(1∼3월) kWh당 3.0원 낮췄던 요금을 되돌리는 선이나 또 한 번 동결 카드를 꺼내 들 것으로 보인다.

물가 상승 우려에 대선 정국까지…요금 인상 가로막아

22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추석 연휴 직전에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4분기 전기요금 변동안을 제출했다. 4분기 전기요금은 6∼8월 연료비를 토대로 결정한다. 한전은 8월 국제유가 통관기준치를 확인한 후 이를 근거로 6∼8월 연료비 변동치와 제반 원가를 산정한다.

산업부는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변동안 적용이나 유보 등을 결정해 한전에 전달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연료비 변동 정도가 어느 수준인지, 단기간 내 유가가 급상승하는 예외 상황이 발생하면 요금 조정을 유보할 수 있도록 조항을 뒀는데 이 조항을 발동할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올 초부터 오른 연료비 상승을 반영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기재부는 물가 관리를 내세우고 있어 산업부의 주장이 받아 들여질 지는 미지수다. 지지율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는 여당과 청와대가 전기요금 인상으로 표심을 자극할 이유가 없어 산업부와 기재부가 인상 결정을 쉽게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연료비, 지난해보다 두 배 치솟아

지난 6∼8월 두바이유 평균가격은 배럴당 71달러 수준으로 3분기 연료비 기준이었던 두바이유 평균 64달러보다 배럴당 7달러(10.7%) 올랐다. 올해 초 평균 55달러와 비교하면 29.1%가량 상승했다. 석탄 화력 발전의 원료인 유연탄 가격은 지난해 t당 평균 50달러대였으나 올해 2분기 100달러를 넘어섰고 9월 현재 130달러까지 치솟았다.

연료비연동제 도입 취지대로라면 4분기 전기요금을 대폭 올려야 하지만 전력업계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도입한 연료비연동제는 정부 통제에 갇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해 유가 하락을 이유로 올해 1분기(1∼3월) 요금을 kWh당 3.0원 낮췄다. 반면 2분기에는 kWh당 2.7원, 3분기에는 1.7원의 인상요인이 발생했지만 요금을 동결했다. 인하요인만 적용하는 반쪽짜리 연료비연동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소비자물가가 9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데다 국제유가도 급격히 오르는 추세여서 자칫 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며 “지난 2분기와 3분기에도 국제유가 상승 등 인상 요인이 발생했지만 정부는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위축을 고려해 인상분 적용을 유보했다”고 설명했다.

요금에 반영 못 한 한전 적자도 ‘껑충’

연료비가 요동쳤지만 2013년 11월 이후 지금까지 전기요금 단가는 한 번도 올리지 못했다. 연료비에 손익이 전적으로 결정되는 한전은 올해 2분기에 7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다. 2019년 4분기 이후 6개 분기 만에 적자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자료에서 지난해 1조9515억원의 흑자를 냈던 한전은 올해 3조2677억원의 순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비정상적으로 전기 요금 인상을 틀어막고 있다 보니 한전의 적자만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3분기 전기요금결정 내용(자료=한국전력)

문승일 서울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전력 생산을 위해서는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연료를 투입하는데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그만큼 비용을 내야 하지만 지금까지 전기요금에 이를 반영하지 못했다”면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값싼 전기요금이 국가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란 환상에서 벗어나야 하며, 결국 고지서에 쓰여 있어야 할 요금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생기는 차액은 결국 세금으로 대신 내고 있는 것일뿐”이라고 말했다.

문승관 (ms7306@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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