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선 전시 투어]③집에서 즐기는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관람 포인트는

김은비 입력 2021. 9. 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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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올해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고(故)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이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지만 치열한 예약 경쟁에 아직까지 직접 작품을 감상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추석 연휴 마지막날은 가족들이 함께 한자리에 모여 온라인으로 전시를 미리 감상해보면 어떨까. 전시를 직접 기획하고 준비했던 학예연구사의 자세한 설명을 들으며 즐길 수 있는 두 전시의 관람 포인트를 짚어본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 종이에 먹, 79.2x130cm(사진=국립중앙박물관)
국보·보물에 깃든 사연과 세밀한 표현까지 세세하게

국립중앙박물관 ‘고(故) 이건희 회장 명품전’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전시기와 전분야를 망라한 대표작품 77점을 감상할 수 있다. 모두 이미 많이 알려진 작품들이지만, 이수경 학예연구관이 작품에 얽힌 이야기와 배경을 함께 설명해 줘 보다 풍부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또 작품의 세세한 표현까지 클로즈업해 촬영한 영상으로 현장에서 보기 힘들었던 작품의 세밀한 표현들까지 느낄수 있는 것 또한 묘미다.

전시의 대표작은 단연 겸재 정선의 국보 ‘인왕제색도’(1751)다. ‘인왕제색도’는 비가 갠 인왕산의 풍경을 그린 것으로 정선 특유의 빠르고 힘있는 필법이 한껏 드러난 명작 중 하나다. 이번 전시 해설 영상에서는 ‘인왕제색도’ 감상에 앞서 이번 전시에서는 작품의 감동을 배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영상이 준비돼 있다. 정선이 그림을 그리던 1751년 5월 하순 당시 5일 가까이 장맛비가 내렸다는 기록을 보고 만든 영상이다. 장맛비가 내린 후 안개가 낀 인왕산의 운치있는 모습을 담아 과거 정선이 인왕산을 바라보며 느꼈을 감정을 상상해 볼 수 있다. 또 작품 속 비를 흠뻑 머금은 치마바위의 경관 등을 새롭게 바라볼 수도 있다.

삼국시대 6세기 제작 ‘일광삼존상’, 청동에 금도금, 높이 8.8cm(사진=국립중앙박물관)
남아있는 유물이 많지 않던 고려시대 유물을 다양하게 접할 수도 있다. 가장 먼저 금과 은으로 화려하면서도 섬세하게 쓴 고려사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국보 ‘묘법연화경 권 1~7’(고려 1330)부터 국보 ‘불공견삭신변진언경 권 13’(고려 1275 )를를 통해 고려의 높음 문화 수준을 볼 수 있다. 삼국시대부터 통일신라시대 불상 6점도 차례로 비교하며 시기별 차이점을 느낄 수 있다. 8.8㎝의 작은 크기에 세밀한 묘사가 특징인 국보 ‘일광삼존상’을 클로즈업한 영상으로 자세히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초기철기시대 청동기로 당시 권력을 상징하는 ‘청동방울’(국보 제255호)는 선사시대 유물까지 수집한 이 회장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또 조선 백자로 넉넉한 기형화 문양이 조화로운 ‘백자 청화 산수 무늬 병’(보물 제1390)은 강세황의 ‘계산허정도’와 어우러져 18세기 문인의 여유로움과 취향을 한껏 느낄 수 있게 한다.

김환기 ‘여인들과 항아리’(1950년대), 캔버스에 유채, 281.5×567㎝(사진=국립현대미술관).
근현대 한국미술 흐름을 한눈에

국립현대미술관이 선보이는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 명작’는 한국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34명의 작품 58점을 엄선했다. 192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시대순으로 현대 미술의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 온라인 특별전 영상에서 전시를 기획한 박미화 학예연구관은 직접 전시장을 돌며 작품 소개는 물론 전시 준비과정의 뒷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가장 먼저 백남순의 ‘낙원’(1936)과 이상범의 ‘무릉도원’(1922)은 일제강점기 조선이 유화라는 새로운 매체를 수용하면서 우리 전통서화에 어떤 변화하는지를 모색했는지 엿 볼 수 있다. ‘낙원’은 백남순이 어산학교에서 생활을 하며 그린 유화다. 유화긴 하지만 우리 전통의 병풍의 느낌을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무릉도원’은 안중식의 제자인 이상범이 청록산수를 계승해 그린 전통서화다. 표현기법 등에서 전통적 요소가 강하지만, 화면 왼쪽에 대각선으로 펼쳐진 진인동 장면에만 일점투시도법을 적용해 근대적 시점을 일부 적용했다. 이처럼 비슷한 시기 그려진 유화와 전통서화를 동시에 감상하며, 수용과 변화를 하던 당시의 분위기를 상상해보는 것도 전시의 또 다른 묘미다.

해방 이후로 접어들면 곧 바로 한국전쟁 시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당시 작가들은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붓을 놓지 않고, 다방 한 켠에 전시를 하며 작품활동을 이어갔다. 이 시기 김환기, 유영국, 박수근, 이중섭 등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한국 미술의 근간이 된 작가들이 탄생했다.

장욱진, 나룻배, 1951, 패널에 유채, 13.7x29cm.
장욱진의 ‘나룻배’(1951)는 한국전쟁 시기에 제작한 작품으로 1939년 그린 ‘소녀’라는 작품 뒷면에 그려졌다. 캔버스를 구하기 어려웠던 전쟁 당시에는 작가들이 기 작품의 뒷면에 그림을 그리는 일이 흔했다고 전해진다. 작품은 작가가 피난을 갈때도 가슴에 품고갔을 정도로 애착을 가졌던 중요한 작품으로 꼽힌다.

근현대기 이건희 컬렉션의 대표작이으로 꼽을 수 있는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1950)도 찬찬히 살펴볼 수 있다. 어마어마한 대작으로 새, 사슴, 달항아리, 남대문 도상까지 김환기가 1950년대 표현한 모든 도상이 들어있는 작품이다. 워낙 큰 크기에 전시장에서도 작품 구석구석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한 관람객들도 영상을 통해 작품 곳곳을 느껴볼 수 있다. 또 달 항아리를 좋아하고 아꼈던 김환기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일화도 들을 수 있다.

전시 마지막 파트에서는 이승자, 남관, 이응노 등 국외에서 활동한 국내 작가들의 활동을 통해 개성있고 이국적인 작품들도 감상해 볼 수 있다.

김은비 (demet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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