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민련 출신 민경우 "민노총 택배노조 위원장들은 위장취업한 주사파"

곽래건 기자 2021. 9. 22.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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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조 간부들과 주사파 활동했던 민경우 범민련 前 사무처장 인터뷰

북한 ‘주체사상’을 추종하던 주사파였고, 이적(利敵) 단체인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 본부 사무처장을 10년간 맡았던 민경우(56)씨가 최근 김포 택배 대리점 소장의 사망으로 논란이 된 민주노총 택배노조의 진경호 위원장과 김태완 수석부위원장에 대해 “주사파 활동가들이 노동 운동을 하겠다며 택배기사로 위장 취업한 뒤 노조 핵심 간부가 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17일 본지 인터뷰에서 “민주노총이 택배, 건설, 학교 비정규직 등을 중심으로 비정규직 투쟁을 강하게 하는 데는 위헌 결정으로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후신인 진보당의 정치적 고립을 돌파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민경우 대표는 한때 주사파였고 간첩 혐의로 4년 2개월을 감옥에서 보냈다. 오른쪽 사진은 지난 2005년 그가 교도소 출소 때 동료들로부터 환영 받는 모습./민경우 대표 제공

그는 1983년 서울대 의대에 입학했지만 학생운동을 위해 그만두고, 이듬해 서울대 국사학과에 다시 입학했다. 서울대 인문대 학생회장을 지냈고, 1995년부터 10년간 범민련 남측 본부 사무처장을 맡았다. 간첩 혐의로 기소돼 4년 2개월을 감옥에서 지냈고, 감옥에서 나온 뒤 민노당에 입당해 한·미 FTA 저지 집회를 기획했다. 현재는 경기도 분당에서 수학 학원을 운영 중이고, ‘미래대안행동’이라는 중도 성향 시민단체 대표를 맡고 있다.

민 대표는 택배노조 초대 위원장으로 택배노조 설립을 주도한 김태완씨(택배노조 현 수석부위원장)에 대해 “서총련(서울지역총학생회연합) 중앙집행위원장을 지내는 등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의 핵심 간부였고, 내가 서울 구치소에 있을 때 나와 같이 있었다”며 “현장을 중시해 학생 운동 이후 노동 운동을 했다”고 했다. 실제로 김씨는 홍익대 부총학생회장을 지냈고, 2012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통합진보당 마포을 예비후보로 출마해 경선에서 탈락했다. 이후 2014년 서울 용산에서 택배기사로 취업했고, 2016년 6월 택배노조의 전신인 ‘택배기사 권리찾기’ 모임을 결성했다. 노동계에서는 그를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이 속한 ‘경기동부연합’으로 분류한다. 양경수 현 민노총 위원장도 경기동부연합이다.

민 대표는 진경호 택배노조 현 위원장에 대해선 “현장에 투신했던 주사파이고, 내가 한국진보연대에서 활동할 때도 함께 있었다”고 했다. 한국진보연대는 2007년 좌파성향 단체들이 모여 만든 단체다. 민 대표는 여기에서 정책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지냈다. 그는 한국진보연대의 성격에 대해 “주사파가 만든 통일전선조직”이라고 했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한국진보연대 활동과 별개로 2006년 민주노동자전국회의 의장을 지냈고, 2007년 민주노총 통일위원장 신분으로 북한을 방문해 혁명열사릉을 참관했다. 김정일 위원장의 어머니인 김정숙 등이 묻혀 있는 곳이다. 그가 택배기사로 일한 것은 그 이후의 일이다.

한국진보연대는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활동도 주도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가 김태완 택배노조 수석부위원장과 함께 대책위의 공동 대표를 맡기도 했다. 민 대표는 박석운 대표에 대해 “유신 투쟁을 했던 서울대 출신으로 주사파나 NL(민족해방)보다는 PD(민중민주) 성향이 강하지만, 미스터 집행위원장으로 불릴 정도로 진보가 주관한 거의 모든 대책위원회의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고 했다.

지난 2일 숨진 숨진 김포 택배 대리점주 관련 노조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김태완 택배노조 수석부위원장(왼쪽 사진). 지난 6월 국회에서 열린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 사회적 합의기구 회의에 참석한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오른쪽 두번째)와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맨 오른쪽). /뉴시스·조선일보DB

◇이석기 사태로 코너 몰리자 비정규직 투쟁 뛰어들어

민 대표는 택배노조의 투쟁이 “통진당 해산 상태로 정치적으로 고립된 진보당의 지지 세력을 확보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고 했다. 그는 “애초 노동 운동판에서 세가 강하지 않던 주사파는 2001년 ‘민주노동자전국회의’를 만들고, 2004~2005년쯤 노동 운동과 진보 정당을 사실상 장악했다”고 했다. 이어 “이후 주사파 활동가들은 통합진보당의 국회의원을 하거나, 민주노총의 중앙 간부를 하는 등 이른바 상층(上層)에서 활동했다”고 했다.

하지만 2013년 이석기 사태로 통진당이 해체된 후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한다. 해체 뒤 주사파 중 상당수가 통진당을 계승한 민중당으로 모였는데, 통진당 사태 여파로 정치권이나 대중에게서 철저하게 외면받았기 때문이다. 민 대표는 “정치적 고립이라는 벽에 부딪치자 주사파 활동가들이 이를 돌파하기 위해 비정규직 운동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그는 “상층 활동이 막히자 이른바 ‘하층(下層)’ 활동에 뛰어든 것”이라며 “택배, 학교 비정규직, 건설, 마트 등의 노조 운동은 주사파 활동가들이 주도하며 지나치게 강경하거나 정치화된 경향이 있다”고 했다.

실제로 택배노조는 민중당 후신인 진보당 깃발을 택배터미널에 내걸고, ‘이석기 석방’ 현수막을 차에 걸고 다녔다. 김재연 진보당 대표가 여러 차례 응원 차 택배터미널을 방문했고, 조합원들은 단체로 진보당 입당 원서를 냈다. 민 대표는 마트노조를 만들고 21대 총선에서 진보당 비례대표로 출마했던 김기완 마트노조 초대 위원장도 자신과 함께 한국진보연대 활동을 했던 인물이라고도 했다.

택배노조원들이 진보당 깃발을 펼쳐 놓은 모습(왼쪽 사진). 왼쪽에서 세 번째 인물은 최근 택배기사를 발로 차는 모습이 공개돼 논란이 된 택배노조 원모 부위원장이다. 택배노조는 택배터미널에 진보당 깃발을 걸기도 했다(오른쪽 사진). /독자 제공

민 대표는 김포 택배 대리점주 사건과 관련해 택배노조 집행부가 사과는커녕 ‘노조 괴롭힘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것을 아직까지 인정하지 않는 것과 관련해 “나도 그랬지만 주사파들은 현실과 괴리된 관념에 갇혀 있어 세상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며 “꿈꾸는 것과 비슷한 상태인데, 지금도 ‘우리는 틀리지 않았다’ ‘모든 것이 우리를 공격하기 위한 음모다’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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