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먼저 SLBM 성공해 난처했나..北 '장창하 글' 희한한 트집

정용수 입력 2021. 9. 22. 14:45 수정 2021. 9. 23.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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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자체 개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잠수함 발사시험이 15일 성공했다. 15일 도산안창호함에 탑재돼 수중에서 발사되는 SLBM [사진=국방부]

순항미사일(11~12일)과 탄도미사일(15일)을 연이어 발사하며 군사적 긴장수위를 높이고 있는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관한 한국형 SLBM 시험발사 성공을 평가절하하면서다. 무기 개발 전문 기관인 장창하 국방과학원장은 지난 20일 “남조선(한국)이 공개한 보도자료들과 시험발사장면들을 구체적으로 들여다 보았다”며 “분명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 아니었다. 의문의 미사일”이라고 주장했다.

2017년 12월 열린 군수공업대회에서 장창하 국방과학원장(김정은 왼쪽)이 허리를 숙이고 김 위원장의 지시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국방과학원은 한국의 국방과학연구소에 해당하는 무기 연구 및 개발 기관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 이후 미사일 개발에 전력하며 수시로 찾았던 곳이다.

북한이 한ㆍ미 연합훈련이나 첨단 무기 도입을 비난하며 성명을 낸 적은 있지만 무기 개발과 관련해 입장을 보인 건 이례적이다.

특히 성명이나 담화가 아닌 장창하의 ‘글’이라는 형식을 취한 것 역시 특이한 모습이다. 시기적으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겹친 한국의 미사일 발사에 내용과 형식에서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북한이 지난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내부용, 즉 면피 차원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북한 스스로 게임체인저로 부르는 SLBM을 2016년 두 차례 발사한 이래 지속적으로 개발에 공을 들여왔는데 결국 남측이 먼저 잠수함에서 발사에 성공을 했다는 점에서다.

전직 정부 고위 당국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6년 8월 북극성-1형(SLBM)을 발사한 뒤 이병철 당시 군수공업부 부부장과 맞담배를 피우며 치하했다”며 “지난해 10월 열병식에서 새로운 SLBM(북극성-4ㅅ)을 선보이며 과시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실제 운용하는 잠수함에 아직 장착하지는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선중앙통신이 2019년 10월 홈페이지에 공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북극성-3'형의 시험 발사 모습. [연합뉴스]

그러면서 “한국이 먼저 잠수함에서 발사하자 개발 담당자들의 입장이 난처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상 SLBM은 엔진연소 등 지상실험→바지선을 이용한 수중 실험→잠수함 장착 실험→실전 배치 등의 과정을 겪는데, 북한은 잠수함 장착 실험 단계 전후 단계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조용히 개발에 나서면서도 3000t급 잠수함에서 발사에 연이어 성공하자 북한 개발 책임자가 한국의 미사일을 평가절하하고 나선 셈이다.

한국의 SLBM 발사 성공 5일 뒤 장창하가 “부실한 무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 아니다”면서도 “인도의 전술급 ‘K-15’를 모방했다”며 앞뒤가 다른 언급을 한 점이나 기술적인 ‘미완성’에 방점을 두는 일변도 역시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실제 장창하는 “우리도 이런 과정을 다 거쳤다”며 자신들의 기술이 앞서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걸음마 수준”“자랑용”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그는 “핵탄두를 장착한 나라들의 SLBM과는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는 것”이라고도 했다. 핵탄두를 탑재하는 장거리탄도미사일급을 개발하고 있는 자신들과는 비교된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이 SLBM 발사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 미사일을 활용한 군사력 증강에 박차를 가해왔다”며 “한국의 SLBM 발사 성공 소식을 접한 북한 관계자들은 어떤 식으로든 자신들이 개발한 미사일의 우위를 보여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장창하의 주장이 SLBM 발사를 위한 명분 쌓기용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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