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8개월 남은 文 "종전선언하자"..실현가능성 적은데 왜

윤성민 입력 2021. 9. 22. 17:39 수정 2021. 9. 23.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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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8개월여를 남기고 한반도 종전선언 카드를 다시 꺼냈다.

문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6회 유엔(UN)총회 기조연설에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 전쟁이 종료되었음을 함께 선언하길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전쟁 당사국들이 모여 종전선언을 이뤄낼 때, 비핵화의 불가역적 진전과 함께 완전한 평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종전선언을 북한 비핵화의 상응 조치 또는 ‘비핵화의 입구’로서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2018년 유엔총회부터 종전선언을 언급했는데, 당시 “비핵화를 위한 과감한 조치들이 … 종전선언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2019년엔 “완전한 종전을 이뤄야 한다”, 지난해엔 “(한반도 평화의) 시작은 … 종전선언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유엔총회에선 종전선언의 주체를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이라고 언급하며 기존보다 더 구체적인 제안을 했다. 특히 종전선언 주체로 중국을 포함한 것을 두고 한국과 중국이 사전교감을 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 참석을 앞두고 지난 15일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청와대에서 만나 41분간 대화를 나눴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IAEA “北 핵 개발 전력”이라는데 “종전선언”

하지만 문 대통령 연설과 달리 한반도 상황을 보면 종전선언이 성사될 가능성은 작다.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북·미 비핵화 협상은 교착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북한이 잇달아 미사일을 발사하며 한반도 긴장감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 개발을 멈추지 않고 전력으로 서두르고 있다는 분석(국제원자력기구·IAEA)도 나오는 상황이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현재 상황에서 종전선언의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종전선언 논의에 북한이 참여할 가능성도 작고, 종전선언을 단순히 정치적 선언으로 보는 미국과 종전선언으로 유엔군사령부 해체까지 노리는 중국의 시각차도 좁히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언급한 데 대해 신 센터장은 “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는 정도로 봐야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청와대도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연설에 대해 실현 가능성보다는 한반도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 봐달라고 당부했다.

북한이 15일 철도기동미사일연대 검열사격 훈련을 진행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6일 보도했다. 사진은 신문이 공개한 미사일 발사 장면으로 열차에 설치된 발사대에서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뉴스1


“남북미중 대화 물꼬 가능성”, “국내 정치용”

내년 2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종전선언이 남북·미·중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치러야 하는 중국 입장에서는 한반도 긴장 해소가 필요하고, 미국은 중국과 대화 계기가 필요하며, 북한은 경제 등 대내외 여건이 전반적으로 안 좋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종전선언은 남북·미·중을 연결할 수 있는 끈이 될 수 있다. 네 개 나라의 대화가 무르익는 수준은 아니겠지만, 대화를 시작하는 계기 정도로는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을 내년 대선을 앞둔 ‘국내 정치용’ 메시지로 보는 시각도 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여당을 ‘평화 세력’으로 프레임화하기 위해 비핵화라는 전제 조건도 없고, 실현 가능성도 거의 없는 종전선언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방미 길에 오른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대해 “임기 말에 새로운 제안을 하기보다는 지금까지 했던 것들을 잘 마무리하고 잘못된 점이 있으면 재검토하는 과정을 거치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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