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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대유' 계좌서 현금 수십억 인출..경찰은 5개월간 조사 뭉개

표태준 기자 입력 2021. 09. 23. 03:12 수정 2021. 09. 23.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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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사, 공영개발에 이례적 현금 인출
경기도 성남에 있는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 사무실 입구. /연합뉴스

경찰이 지난 4월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 시행사 ‘화천대유’의 법인 계좌에서 현금 수십억 원이 인출되는 수상한 자금 흐름이 담긴 금융 자료를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넘겨받고도 그간 조사를 본격화하지 않은 것으로 22일 전해졌다. FIU 자료 상에는 해당 자금이 여러차례 개인계좌를 통해 현금화됐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대형 부동산 개발 사업에서 시행사가 토지 소유주를 상대로 한 로비 등에 필요한 자금을 현금으로 동원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공영 개발 형식으로 진행되는 대장동 사업은 그럴 필요가 없다”며 다른 용도로 쓰였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법조계 인사들은 “그동안 경찰이 현금으로 인출된 수십억 원의 수령자와 사용처를 추적하지 않은 배경이 의문”이라고 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화천대유 지분 100%를 가진 경제지 기자 출신 김만배씨와 이성문 대표는 그동안 화천대유 회사 자금을 빈번하게 대여받았다. 이 회사 재무제표 상에는 김씨가 지난해까지 화천대유에서 473억원을 빌렸으나 아직 갚지 않은 것으로 돼 있다. 이 대표는 2019년 26억8000만원을 회사에서 빌렸다가 갚았고, 2020년에는 이 대표와 다른 경영진이 12억원을 다시 빌렸다. 사정 기관 관계자는 “현금 수십억원이 빠져나간 것을 덮으려 김씨 등의 대여금으로 회계 처리됐을 가능성을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간 경찰의 조사 과정을 두고는 “전형적인 늑장 사건 처리”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경찰청은 FIU에서 자료를 넘겨받은 뒤 서울경찰청에 내려보냈고, 서울청은 이를 이성문 대표의 주소지 관할이라는 이유로 서울 용산경찰서에 넘겼다.

이후 용산서는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최근에서야 내용 확인차 이 대표를 소환 조사했으며 지난 17일 수사 주체를 경제팀에서 규모가 큰 지능팀으로 바꿨다. 용산서는 이달 말쯤 관련자들의 입건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한다. ‘늑장 처리’ 지적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어렵고 신중을 기해야 하는 사안이라 시간이 걸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중앙지검이 금주 내 ‘화천대유 의혹’에 대한 고발 사건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지사 측이 지난 19일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 등을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유포 혐의 등으로 고발했기 때문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허위 사실’ 여부를 가리려면 대장동 사업 전반을 수사해야겠지만 친정권 성향의 검찰 수뇌부가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과는 달리 ‘수위 조절’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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