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많이 늦었습니다" 베트남 한인의 '백신기부' 한탄
"다른 나라보다 많이 늦었지요."
베트남 한인 사회의 한 관계자는 22일 한국의 백신 기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의 유엔총회 일정 중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열어 베트남에 100만회 분 이상의 코로나19 mRNA 백신을 다음달 중 지원하기로 했다. 한국이 다른 나라에 백신을 공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22일 서면 브리핑에서 ”양국은 코로나 발생 초기부터 방역 물자를 나누며 함께 위기를 극복했다”며 “한국은 100만 회분 이상의 코로나 백신을 10월 중에 베트남에 지원하고자 한다”고 발표했다.
베트남 현지 인터넷신문 'VNexpress'는 이날 "한국이 최소한 100만 도즈를 다음 달에 기부한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이번 기부가 한국의 첫 해외 기부"라고 덧붙였다.
이 소식을 들은 한인사회 관계자가 크게 반길 줄 알았지만, 현지 한인사회의 사정은 좀 달랐다. 그는 "두 나라의 경제·외교 관계를 고려해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점을 양해해달라"고 부탁했다.
Q : 현지에서 백신 기부를 반기지 않나요.
A : "베트남은 백신 외교에 전력투구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 (기부에) 동참해준 것은 매우 반가운 소식입니다."
Q : 그런데 무슨 문제가 있나요.
A :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좀 더 빨리 반응해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Q : 누가 누구에게 반응한다는 건가요.
A : "한국이 좀 더 빨리 기부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Q : 다른 나라보다 늦었나요.
A : "베트남에 백신을 기부한 나라가 매우 많습니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슬로바키아, 호주…."
실제로 그랬다. 러시아가 3월 스푸트니크V 백신 1000개를 맨 처음 기부했다. 그 이후 상황은 세계보건기구(WHO)의 '베트남 코로나19 상황 리포트'에 자세히 나와 있다. 6월 21일 일본과 중국이 스타트를 끊었다. 일본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96만6320도즈를, 중국은 시노팜 백신 50만 도즈를 기부했다. 기부 날짜는 같지만 WHO 보고서의 순서는 일본이 앞서있다. 일본은 첫 기부 후 한 달 새 4회에 걸쳐 AZ 백신 약 309만 도즈를 기부했다.
이어 미국이 코백스(국제백신공동구매 프로젝트)를 통해 세 차례 모더나 백신을 기부했다. 8월 들어 영국·폴란드·루마니아·호주·체코가, 9월에는 이탈리아·프랑스·독일·파푸아뉴기니(코백스)·벨기에·슬로바키아가 기부했다. 유럽연합(EU)도 코백스를 통해 1000만 도즈 기부를 약속했다.
발표 시점 기준으로 한국은 베트남의 16번째 기부 국가가 된다. 다만 10월 중 기부할 예정이라 실제 기부 기준으로는 더 뒤로 밀릴 수도 있다. 팜 민 찐 베트남 총리는 이달 3일 여러 부처 장관을 대동해 삼성전자 현지 공장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 정부가 베트남의 백신 전략을 지원할 수 있게 삼성이 도와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그 한인 관계자는 이런 사정을 반영해 "한국의 기부가 늦었다"고 아쉬워한 것이다. 그에게 좀 더 자세히 물었다.
Q : 기부한 게 잘한 게 아닌가요.
A : "그렇지요. 베트남은 환영입니다. 백신을 받는 베트남 입장에서는 당연하지요. 베트남의 백신 외교의 성과이기도 하고요"
Q : 그래도 한국 사람이 보기에는 아쉽다는 거죠.
A : "한국의 영향력을 기반으로 여기에서 사업하는 사람들은 입장이 좀 다를 수 있습니다. 베트남 시장을 두고 경쟁하는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특히 그렇지요."
블룸버그 통신 집계에 따르면 22일 현재 베트남의 인구 대비 백신 접종 완료율은 6.8%, 1회 이상 접종률은 28.6%로 세계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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