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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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를 통제할 수 있을까?

김회승 입력 2021. 09. 23. 05:06 수정 2021. 09. 23.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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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카카오 판교오피스. 카카오 제공

[편집국에서] 김회승 수석에디터 겸 경제에디터

플랫폼 기업의 급성장이 세상을 흔들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경제가 이들의 기세에 아드레날린을 투여했다. 국내만 봐도 양대 플랫폼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가 지난해부터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거듭 고쳐 쓰며 급기야 시가총액 5위권으로 올라섰다.

이들의 수익 모델은 단순하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눈만 뜨면 하루 수십, 수백번씩 들여다보는 독점적 네트워크로 수익을 얻는 구조다. 검색과 메신저 플랫폼에 온갖 걸 갖다붙여 사업을 한다. 금융과 모빌리티, 쇼핑, 게임, 골프, 미용실까지 온갖 중개 사업을 안 하는 게 없다. 서비스 공급자와 소비자에게 각종 명목의 수수료를 물려 돈을 번다. 일종의 통행세와 다를 바 없다. 앉아서 돈 버는 구조다. 사실 사용자와 데이터 독점에 기반한 플랫폼 기업의 특성상 당연한 경영 전략이다. 전국민의 70~80%가 내 가게를 이용하는 데 무슨 물건을 내놓은들 다른 가게보다 덜 팔리겠는가.

처음에는 빅테크(거대 정보기술 기업)가 가져다준 편익과 효용을 반겼다. 카카오 택시 호출 서비스가 나왔을 때 지긋지긋한 길거리 택시 잡기의 불편함을 크게 덜었다. 그러나 거의 모든 택시가 카카오에 가입하자 사정이 달라졌다. 택시 기사와 이용자의 수수료를 올리는 요금 개편안이 나왔다. 빅테크의 달콤한 서비스가 언제 요금청구서로 날아올지 모른다는 우려는 너무 빨리 현실이 됐다. 그들이 내세우는 혁신과 소비자 후생은 결국 내 주머니를 털어 만들겠다는 것인가? 급격한 덩치 불리기도 마찬가지다. 카카오는 158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삼성, 에스케이(SK)보다 많다. 올 상반기에만 40여개가 추가됐다. 특히 될성부른 미래 경쟁자인 스타트업을 주로 포식했다. 과거 재벌들을 능가하는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아무런 브레이크가 없어도 되는 걸까? 자본과 노동의 관계도 바꿨다. 빅테크는 노동을 고용하지 않고 노동과 계약한다. 비정규직으로 단순화하기 힘든 무수한 비정형 노동을 양산하고 있다. 기업이 고용의 권리와 책임을 국가와 사회에 떠넘겨도 되는 걸까?

싸늘한 시선을 의식한 카카오는 최근 일부 사업을 철수하고 수수료를 내리는 등 상생안을 내놨다. 하지만 플랫폼 기업이 수익 구조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회사 문 닫으라는 이야기와 같다. 언제든 이들의 포식 본능은 꿈틀댈 것이다. 그래서 심각하고 어려운 문제다.

빅테크의 독과점은 글로벌 시장 곳곳에서 국가, 시민과 충돌하고 있다. 전세계가 ‘새로운 공룡’을 규율할 새로운 법과 제도를 만들며 일전을 예고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행정부 요직에 ‘빅테크 킬러’들을 투입해 시동을 걸었다. 미 경쟁당국은 “빅테크가 인수합병으로 자원을 독식하고 영토를 확장하는 데 제동을 걸지 못했다”고 실토하며 대대적인 규제 강화를 예고했다. 정보기술(IT) 산업에 국력을 쏟아붓던 중국도 결국 규제의 칼을 빼 들었다. 과연 빅테크와의 결전의 시간이 다가온 걸까?

20년 전, 빅테크 1세대라 할 수 있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독과점 문제가 불거진 적이 있다. 당시 미 행정부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웹 브라우저 끼워팔기 등을 문제 삼아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결국 기업분할 판결을 받았고, 이 일로 창립자인 빌 게이츠는 공식적인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빌 게이츠는 훗날 반독점 소송은 “행정부와 의회가 있는 워싱턴에 가지 않은 자신의 실수”라고 반추했다. 기술만 앞세우다 정치를 소홀히 했다는 후회다. 이젠 20년이 흘러 마이크로소프트의 자리에 구글이 섰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해 구글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냈다.

빌 게이츠의 실수가 반면교사가 됐을까. 구글은 매년 1500만달러 이상을 워싱턴 정가에 로비 자금으로 사용한다. 특히 실리콘밸리가 낳은 빅테크들은 민주당의 공식적인 후원 그룹이다. 구글은 미국의 국가안보에서 가장 중요한 협력자이기도 하다. 국가안보국(NSA) 감시프로그램의 요청에 가장 많은 데이터를 제공하는 게 구글이다. 4차 산업혁명과 중국과의 패권 경쟁의 선두에 설 기업도 다름 아닌 구글 등 빅테크들이다.

미국 정부와 의회가 과연 빅테크를 적으로 돌릴 수 있을까? 불가능한 일이다.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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