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보다 무섭다는' 니파' 전세계 대유행 가능성 있나

권영미 기자 입력 2021. 9. 23. 06:20 수정 2021. 9. 23.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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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건강]인도서 12세 소년 사망..치사율 75%
전문가들 "국제 전염병 될 가능성 높다"
2018년 5월 인도 아삼주 서부 구와하티의 한 숲에서 박쥐들이 쉬고 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코로나19가 휩쓸었던 인도 서남부 케랄라 주에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니파(Nipah) 바이러스 확산 우려가 일고 있다. 지난 5일 고열과 뇌염 증상으로 병원에 입원한 12세 소년이 이 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된 후 사망했다. 그후 인도 방역 당국에는 비상이 걸렸다. 수년만에 다시 찾아온 니파 바이러스는 치명률이 75%에 이르는 무시무시한 병이기 때문이다.

방역 당국은 처음에는 소년과 접촉했던 188명의 신원을 확인하고 그중 20명을 밀접접촉자로 분류하고 격리했다. 이들 일부는 음성으로 판명됐지만 소년과 접촉한 최소 2명의 의료인이 증세를 보이며 병원에 입원했다. 그후 정부는 소년의 집에서 반경 3.2㎞를 봉쇄하고 조사했다.

지난주 미국 공영라디오방송 'NPR' 보도에 따르면 접촉자 수는 더 늘어나 가족 30명과 친구, 의료인을 포함해 251명이 격리됐다. 이 가운데 129명이 의료진이었다. 그후 다행히 밀접 접촉자들의 감염 여부를 조사했지만 음성으로 나왔다. 하지만 소년이 어떻게 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았다. 병원 당국자들은 소년이 실려왔을 때는 너무 상태가 안 좋아서 무엇을 먹었는지 말하지 못했다고 했다.

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니파 바이러스 감염의 원인은 박쥐의 침이나 배설물에 오염된 음식 또는 과일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때 현지 언론은 소년이 그의 집 주변에서 자라는 열대 과일인 람부탄을 먹다가 니파에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후 케랄라에서 이 과일의 판매량은 급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과일이 이 질병의 원인이라고 보는 것은 단순한 추측일 뿐 증거가 없다고 말한다.

가장 최근 케랄라에서 니파 바이러스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2018년이다. 당시 19명이 감염됐는데 17명이 사망했다. 2019년에도 23세 남성 한 명이 감염됐지만 재빨리 격리된 덕에 더 퍼지지 않았고 환자도 살아남았다. 1999년 말레이시아에서 처음 나타났을 때는 감염된 약 300명 중 1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같은 높은 치명률에 세계보건기구(WHO)는 니파 바이러스를 '우려 바이러스'(VOC)로 지정했다.

니파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병은 사람과 동물이 모두 감염될 수 있는 인수공통감염병으로, 과일 박쥐가 중간숙주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과일 박쥐가 좋아하는 대추야자 즙을 빨아먹고 이를 다시 인간이 채취해 먹거나 즙을 내 먹으면서 전파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WHO도 인도와 방글라데시에서의 니파 바이러스는 이 음료가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니파 바이러스는 치명률이 높은 대신 전파력은 아직 낮다. 간혹 많은 사람들을 감염시키는 슈퍼전파자가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평균 전염력은 한 사람이 다른 한 명도 채 전염시키지 못한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진화하고 돌연변이를 일으킨다. 미국 스탠퍼드대 감염병 학자인 스테판 루비 박사는 인간을 전염시킨 순간 바이러스는 이 인간에 적응해 살 것인가 다른 곳으로 옮겨갈 것인가를 선택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과정을 거치며 바이러스의 전파력은 점점 좋아진다. 니파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이나 치료약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니파 바이러스가 국제 무역, 세계 여행, 그리고 박쥐가 새로운 서식지를 찾게 하는 기후 변화 때문에 인도 등의 일부 국가를 벗어나 코로나19와 유사한 세계적인 문제로 떠오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인도의 병리학자인 K. 푸티야비틸 아라빈단 박사는 "인도의 케랄라주만이 핫스팟(어떤 전염병의 거점)일 리는 없다"면서 "다른 인도 주들도 퍼졌을 수 있다. 보건 시스템이 열악해 잡아내지 못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캄보디아 프놈펜 파스퇴르 연구소의 바이러스학 책임자인 베스나 듀옹 박사는 최근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곳 캄보디아와 태국은 앙코르와트와 같은 관광지, 시장, 사원, 학교 등에서 박쥐떼가 서식한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때 앙코르와트는 1년에 260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간다. 니파 바이러스가 박쥐에서 사람으로 옮겨갈 수 있는 기회가 연간 260만 번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60만 번의 기회들 중 하나가 국제선을 올라타서 이것이 또 다른 세계적인 대유행으로 이어지는 것을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게다가 이는 훨씬 더 치명적이고 치료하기도 힘들다"고 밝혔다.

ungaung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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