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여파로 한전 4조원대 적자 전망.. 정부, 결국 전기요금 인상

송기영 기자 2021. 9. 23.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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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3일 전기요금을 8년만에 전격 인상한 것은 연료비 급등과 탈원전·탈석탄 여파 등으로 한국전력(015760)이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 2·3분기 연속 전기요금을 동결했었다. 국제 유가 급등으로 발전 연료비가 올랐음에도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최근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5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하는 등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전기요금을 인상한 것은 한전의 재무 건전성이 한계에 봉착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전은 이번 전기요금 인상의 이유로 연료비 인상을 들었다. 정부는 올해부터 전기생산에 들어가는 연료비를 전기요금에 3개월 단위로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다. 한전에 따르면 직전 3개월간(6~8월) 유연탄 가격은 세후 기준으로 kg당 평균 151.13원,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은 601.54원, BC유는 574.40원으로 3분기 때보다 크게 올랐다. 이런 연료비 상승분을 반영하면 4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는 kWh당 10.8원으로, 전분기(-3원)보다 13.8원 올라야 한다. 정부가 이번에 전기요금을 kWh당 3.0원 인상한 것은 분기별 요금을 kWh당 5원 범위내에서 직전 요금 대비 3원까지만 변동할 수 있도록 상한 장치를 뒀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실이 한전에서 제출받은 ‘2021~2025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올해 한전의 영업손실 규모는 연결 기준 3조8492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발전 자회사 실적을 제외한 한전만의 개별 적자 규모는 4조3845억원이다. 지금까지 한전의 역대 최대 적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연결 기준 2조7981억원)이었는데, 올해는 이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 살리기 국민행동 등 단체 회원들이 지난 8월 24일 오후 대전시 서구 둔산동 대전지방법원 앞에서 '탈원전 국정농단 공소장 낭독대회'를 열고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전은 누적부채도 지난해 132조4753억원에서 올해 142조1354억원으로 9조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도 187.5%에서 216.7%로 예상된다.

한전은 지난해 4조86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올해 들어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탄소중립 정책을 이행하기 위해 저렴한 에너지원의 이용 비중을 줄이면서 비용 부담이 커졌다. 여기에 정부가 발전 단가가 저렴한 원자력과 석탄 발전을 줄이고 값비싼 신재생에너지와 LNG 발전 비중을 늘리면서 적자 폭이 더 커졌다.

지난 7월 LNG 발전량은 1만5644GWh로 전년 동월 대비 50.9% 급증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량도 전년 동기 대비 44.8% 늘어난 3821GWh였다. 반면 원자력 발전량은 1만2303GWh로 10.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기준 발전원별 구매단가를 보면 비중이 높은 유연탄은 kWh당 100.01원, LNG는 121.49원, 원자력은 64.38원이다. 국제 유가 급등으로 LNG 수입가격은 지난해 8월 1톤당 317.3달러에서 지난달 534.5달러로 70% 가까이 올랐다. LNG 발전 단가가 가장 비싼데, 한전은 탈원전·탈석탄 정책으로 LNG 비중을 계속 늘려야 한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전기요금의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리고 전력 인프라 구축 등에 투자하려면 전기요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한전의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RPS) 비용과 탄소배출권거래제(ETS) 비용을 포함한 기후·환경비용 지출 규모는 매년 늘고 있다. 이 비용은 2016년 1조5159억원, 2017년 1조9713억원, 2018년 2조1529억원, 2019년 2조6028억원, 2020년 2조5071억원으로 늘어났고 올 상반기에만 1조7553억원을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탄소 정책 이행을 위해서는 이 비용이 2025년에 5조7246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2050년까지 국내 원전을 9기까지 줄이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까지 이행하려면 한전의 탈탄소 비용은 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탈탄소 정책을 실현하려면 매년 전기요금을 최소 1~1.5% 인상해야 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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