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올바른 통일 위한 남북한 관계

기자 입력 2021. 9. 23. 11:30 수정 2021. 9. 23.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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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식 前 통일부 차관

남북한 30년 전 유엔 동시 가입

반대하던 北 정세 변화에 수용

독일 동시가입 17년 만에 통일

1991년 남북 특수관계에 합의

별도 국가로 간주하면 더 불리

북한도 결코 호응하지 않을 것

남북한은 30년 전, 1991년 9월 유엔 회원국이 됐다. 북한은 그때까지 남북한의 유엔 동시 가입이 분단을 고착시키는 일이라며 반대하다가 정세 변화에 밀려 이를 받아들였다. 이로써 남북한은 2개의 주권국가로서 유엔 회원국이 된 것이다. 다만, 그 당시에 대다수 국제법학자는 유엔 동시 가입이 남북한 간 상호 주권국가로 승인함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봤으며, 우리 정부도 그런 입장이었다. 분단국이 유엔에 2개의 회원국으로 가입하게 되면 분단을 고착시킬 것이라는 주장도 동서독이 1990년 10월 통일을 이룩함으로써 무색하게 됐다. 동서독은 1973년 유엔에 동시 가입했으나 서독은 유엔 가입 이후에도 동독을 국가로 승인하지 않았고 민족 내부의 특수관계로 봤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남북한을 두 국가 간의 관계로 인정하고 평화공존을 추구하자는 주장이 늘고 있다. 남북한 통일 추구가 상대방 부정의 적대성을 내포하고 있고 남북 관계를 불안정하게 만들기 때문에 이를 바꾸자는 것이다. 남북한 2국가론은 그 가장 중요한 근거로, 남북이 유엔에 동시 가입해 상호 주권국가로 인식되고 있음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이 주장은 역사적 맥락을 무시한 것이다. 남북한은 유엔 가입으로부터 발원하는 상호 국가성 인정 문제를 심각하게 토론했었다. 북한은 단일 의석으로 유엔에 가입하자고 일관되게 주장했고 우리는 통일될 때까지 잠정적 조치로서 유엔에 2개의 회원국으로 가입하자고 주장했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가운데 1991년 9월 17일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이 이뤄졌다.

남북한은 유엔 동시 가입 후 민족의 장래를 심사숙고하면서 굳이 남북한 관계의 성격을 규정해 뒀다. 1991년 12월 5차 남북고위급회담에서 합의된 ‘쌍방 사이의 관계가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는 것을 인정하고…’라는 남북기본합의서 서문이 그것이다. 남북기본합의서 제1조 상대방 체제 인정을 합의할 때에는 우리 측이 상호 ‘실체’를 인정하는 것으로 제시했으나, 북한이 이를 반대해 더 제한적인 ‘체제(제도)’로 합의했다.

유엔 동시 가입으로 인해 남북관계가 주권국가 관계로 보일 수도 있는 상황에서 남과 북, 그리고 최고지도자부터 실무자까지 남북관계가 국가 간의 관계로 돼서는 안 된다는 인식에 일치했으며, 이를 내외에 알리고자 결연한 노력을 기울였다. 당시 회담의 실무자로 참가했던 필자로서는 그 과정을 생생하게 알고 있다. ‘특수관계론’은 남북한이 통일해야 할 관계이고 통일할 의지가 있으며 통일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내외에 표명한 것이며, 이는 남북대화 50년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합의다. 이는 민족자결권에 기초한 합의였고, 민족자결주의는 국제법의 가장 상위에 있는 원칙이다.

그런데도 평화를 위해 남북한 관계를 국제관계로 보자는 주장이 나오고 일부 정치인들도 동조하고 있다. 그러나 민족자결주의에 따라 합의했던 특수관계론을 무너뜨리면서까지 내세우는 ‘2국가 평화정착론’은 별로 타당하지도 않다. 세계사를 볼 때, 국가 간의 관계라 해도 항상 평화로울 것이라는 생각은 경험칙상 옳지 않다. 남북관계사를 볼 때도 2국 체제는 북한이 절대로 호응할 수 없는 개념이며, 북한이 이를 거부하는 한 성립할 수도 없다.

남북분단 현실과 민족의 염원을 몇 개의 개념 조작으로 넘어설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하고 허구적인 발상이다. 남북관계가 불안정했던 가장 큰 원인은 통일 추구에 있었던 게 아니라, 북한이 비평화적 방법을 통해서라도 통일을 하려는 데 있었다. 2국가론은 통일 의지를 버리자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한반도가 통일되지 않는 한 내부에서든 외부로부터든 언제라도 불안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 한반도에 하나의 나라가 있는 것이 두 국가가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안정적이며 통일돼야 완전한 평화를 이룰 수 있다.

우리는 평화적 통일을 목표로 삼아야지, 실효성도 없는 2국가 평화공존을 주장하면서 분단고착론을 펴는 것은 미봉책이며 좋은 일이 아니다. 나아가 국제사회가 인정하고 있는 통일의 권리를 우리 스스로 희미하게 만드는 것은 옳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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