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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단상]ESG, 경영자 역사인식과 추진의지에 달렸다

박준호 입력 2021. 09. 23. 16:01 수정 2021. 09. 23.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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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규 롯데홈쇼핑 ESG위원회 위원장(前 공정거래위원장)

기업 발달사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가 등장하는데 100년이 걸렸다. 1920년대에 미국 200대 기업을 연구한 애돌프 벌리, 가드너 민스는 기업의 소유와 지배가 분리된 것을 문명사적 대변화로 보고 대기업에서 어떻게 주주의 이익을 보호할 것인지 기업지배구조 문제를 처음 제기했다. 1990년대에는 주주만이 아니라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챙겨야 한다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론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중심으로 불붙기 시작했고, 오늘날에는 인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환경 오염과 기후변화 등에 대응한 환경보호 문제까지 기업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ESG 경영이 세계적 이슈로 등장했다.

자유방임주의 시장경제론에 따라 19세기 말 미국에서 철도, 석유, 철강, 금융 등 산업에서 거대 독점기업들이 시장을 지배하게 되자 소비자와 경쟁 사업자의 피해가 극심해졌다. 이에 따라 세계 최초의 독점금지법인 셔먼법이 1890년 미국에서 입법돼 트러스트·카르텔 등을 규제했고, 1914년에는 연방거래위원회가 생겨나 기업의 불공정거래를 규제하기 시작했다.

1930년대에는 대기업의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기 시작하자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지배구조 문제가 중요 이슈가 된다. 그 결과 주주는 이사회를 꾸려서 회사 경영을 감독·규제하게 된다. 미국은 내외부 인사의 혼합형태 이사회, 독일은 감사위원회와 이사회의 2단계 구조, 일본은 내부 출신이 지배하는 이사회를 통해 각각 규율하기 시작했다. 오늘날에는 주주총회, 주주대표소송제, 집단소송제, 기업매수 등 여러 내외통제방법에 의해 지배구조 논의를 확대·발전시키고 있다.

20세기 말에는 주주만이 아니라 기업에 돈을 빌려준 채권자를 비롯해 지역주민, 협력사, 근로자 등 이해관계자들에게도 잘해야 한다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OECD 등 국제기구에서 논의되고 가이드라인이 발표됐다. 경영자는 주주를 위해 기업자산과 주식가치를 증대시킬 뿐만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이해관계자 이익을 지켜 줘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공헌을 중시하게 된 것이다. 여기서 기업자산이란 종업원의 기술, 소비자와 공급자의 기대, 공동체 내에서 기업의 평판 등을 포함한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공정거래, 지배구조 개선, 사회적 책임에 더해 기업이 지구환경 오염과 파괴의 주범이 돼서는 안 되며 오히려 그 개선에 기여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거세게 일고 있다. 인류의 장래가 걸려 있는 환경문제가 전 세계적 이슈가 된 것이다.

ESG라는 용어는 2004년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보고서에서 처음 등장했다. 그후 2006년 유엔책임투자원칙(UN PRI) 제정, 2011년 지속가능성 회계기준위원회의 출범으로 구체화됐다. 그리고 최근 들어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국의 블랙록이 연례 서한을 통해 ESG 경영 기업에 우선적으로 투자하겠다고 공표, 이것이 ESG 시대를 본격적으로 여는 기폭제가 됐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올해를 ESG 경영 확산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많은 국내 기업이 ESG위원회를 설치, 친환경 활동 강화를 서두르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ESG 경영을 기업의 필수과목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ESG 경영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해야 할까. 기업마다 사업 영역과 처한 환경이 다르다. 이에 따라 ESG 활동 방법에 대해 모든 기업에 동일한 방법론을 적용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ESG 경영의 태동 배경과 목표를 생각하면 기업 스스로가 방향을 정할 수 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 사회공헌, 환경보호 등을 위한 ESG 경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올바른 방법으로 이윤을 창출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ESG를 표방하는 기업이라면 우선적으로 기업 내부의 컴플라이언스, 반부패 시스템, 불공정거래 방지제도 등을 잘 갖추고 있는지 스스로 평가하고 법 위반 소지가 있는 모든 활동에 대해 지속적으로 점검해서 예방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사회 공헌과 더불어 지구 환경의 오염과 파괴를 방지하는 등 생명과 인간 존중의 가치를 추구해야 하고, 인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적극 기여해야 할 것이다.

ESG에 대해 새로운 인증제도나 평가등급만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친환경 포장재를 제품에 도입했다고 홍보하다가 가짜라는 것이 판명돼 불매운동을 일으키게 한 대기업도 있었고, 친환경 에너지를 확산하겠다던 공기업이 석탄발전소를 짓겠다고 하자 해외 투자자가 이탈한 사례도 있었다. 공교롭게도 해당 기업 모두 ESG등급 'A'로 평가받은 기업이다.

등급이 높으면 ESG 리스크가 해소된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아무리 ESG등급을 높게 받아도 올바른 방법이 아닌 경우에는 글로벌 투자자나 고객들로부터 외면 받게 된다. 모범 기준을 따르거나 표준 인증을 받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기업 스스로가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평가기관에서 판단하는 ESG등급은 투자자 및 이해관계자들에게 참고사항일 뿐 투자 유치나 불매운동 등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기업의 활동 그 자체다.

이에 따라 ESG 경영을 선포한 기업은 먼저 ESG 활동의 실질적 추진 그 자체에 집중, 다양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ESG 활동의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정성을 인정받지 못하면 어떤 평가등급을 받더라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아무리 잘 만들더라도 ESG 경영에 성공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ESG 경영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기업경영진의 역사인식과 추진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조직과 구체적 활동이 쌓여야 투자자와 고객,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강철규 롯데홈쇼핑 ESG위원회 위원장 ckkang9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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