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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원 사임 만류했다..'노엘 사건'으로 본 윤석열 스타일

현일훈 입력 2021. 09. 23. 17:23 수정 2021. 09. 23.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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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 장용준(21·예명 노엘)씨의 ‘무면허운전 뒤 경찰관 폭행사건’의 불똥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로 튀었다. 장씨 아버지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윤 전 총장 캠프 총괄실장으로 있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23일 통화에서 “혹여나 따가운 민심이 캠프로 향하진 않을지 여론 추이에 촉각을 바짝 세우고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장씨 사건이 발생(18일)한 지 5일이 지났지만, 20~30대 젊은 층이 주로 활동하는 인터넷 카페에서의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아들 장씨를 두고는 “집행유예 기간에 무면허 운전한 것도 모자라 경찰폭행 혐의까지 추가됐다”는 취지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장씨는 지난 4월 행인을 폭행한 혐의로 송치됐고, 지난해 음주운전과 ‘운전자 바꿔치기’ 등으로도 기소돼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여기에다 “음주운전 차는 살인도구”라고 했던 장 의원의 과거 발언이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때 딸 문제를 집중적으로 공격한 발언 등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외교안보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윤 전 총장 측에 따르면 캠프 주변에선 한때 “장 의원이 도의적으로 책임지고 자리에서 내려와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이 장 의원을 그대로 두기로 결정하면서 그런 말들이 사라졌다고 한다. 윤 전 총장 측은 “장 의원이 윤 전 총장에게 ‘자식 문제로 송구하게 됐다’는 말로 자신의 거취를 위임하자 윤 전 총장이 ‘자식 문제로 그럴 필요까지 있느냐’고 만류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캠프에선 “한 번 내 사람이 되면 믿고 가는 윤석열식 인사 스타일이 드러났다”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윤 전 총장은 정치 입문 뒤 여간해선 참모를 교체하지 않아왔다. 캠프 정무실장인 신지호 전 의원이 지난달 ‘탄핵’ 발언으로 당을 뒤집어 놓았을 때도 윤 전 총장이 이준석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양해를 구했을 뿐 신 전 의원은 그대로 뒀다.

경찰대 총동문회 홈페이지에 캠프 참여 모집 공고 글을 올린 걸 두고 당 안팎의 공격을 받았을 때도 관련 실무자를 문책하진 않았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부동산 불법거래 의혹이 있다고 통보한 국민의힘 의원 12명 중에서도 5명이 윤 전 총장 캠프 소속이었다. 이들 중 당에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송석준 의원은 남고, 나머지 4명은 자진사퇴했지만, 윤 전 총장이 직접 문책한 인사는 없었다.

이달 초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을 언론특보로 임명했다가 일주일 만에 “캠프와 다른 목소리를 낸다”고 해촉한 경우가 있긴 했지만, 이런 일은 극히 드물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아들인 래퍼 장용준씨가 음주 측정을 요구한 경찰관을 밀치는 등의 폭행 순간을 담은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됐다. SBS 캡처


윤 전 총장은 검사 시절부터 “내 사람은 내가 지킨다”는 보스 기질로 유명했다. 그가 검찰총장으로 영전한 직후 서울중앙지검에서 함께 했던 이두봉 1차장, 박찬호 2차장, 한동훈 3차장을 대검 간부로 이동시킨 게 대표적이다. 윤 전 총장을 잘 아는 한 검찰 관계자는 “윤석열 사단으로 불릴 정도로 ‘쓴 사람을 믿고 또 쓰는’ 인사 스타일을 명확히 보여줬다. 한번 인연을 맺은 검사들이 그를 잘 따르는 것도 이런 보스 기질 때문”이라고 전했다.

반면 정치권에선 이런 인사 스타일이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검찰 수장 시절엔 '보스 스타일'로 포장될 수 있지만, 대선 주자인 지금은 '국민 여론을 따지지 않고 자기 사람만 챙기겠다'는 것으로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다”며 “계속 이런 식이면 문재인 정부 인사 스타일과 다를 게 뭐냐”고 지적했다.

지난 7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은 자신의 인사 원칙에 대해 "제일 중요한 것은 실력, 또 자기가 지휘해야 하는 아랫사람과 팀플레이를 잘할 수 있느냐다. 지역이나 연고에 관계없이 인재를 수소문하고 검증해서 인사를 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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