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서울올림픽 레거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입력 2021. 9. 23. 17:35 수정 2021. 10. 18.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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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택 국민대학교 교수

올림픽 헌장(Olympic Charter)에는 레거시(Legacy)란 단어가 있다. 레거시를 직역하자면 유·무형의 유산, 유물, 업적, 결과, 영향 정도일 것이다. 그러니 올림픽 레거시라 하면 올림픽을 통해 남겨진 유·무형의 유산과 영향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레거시는 개념적 단어이다.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고, 만약 레거시를 목적성 행위로 해석하고자 한다면 해석은 더 복잡해진다. 일단 단어 정의는 잠시 미루어 두고 대신 거꾸로, 올림픽 레거시의 배경을 찾는 것으로부터 얘기를 시작해볼까 한다.

‘레거시’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언제부터 썼을까? 

올림픽 헌장에서 ‘레거시’를 찾아보았다. 올림픽 헌장은 1908년 시작되었고 지금의 올림픽 헌장 형식은 1978년부터 적용되었다는데, 이후 지금까지 거의 매년 올림픽 헌장이 개정되어 공표되고 있다.

올림픽 헌장에서 레거시란 단어는 2003년에 처음 등장한다. 헌장 역사 95년만이다. 2003년 헌장 제1장 제2조 제13항은 개최 도시와 국가에서 올림픽이 긍정적인 레거시(유산)를 남기기 위해 대회 규모나 비용이 합리적으로 합의되고 통제되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왜 자신들의 역할에 이 조문을 명시했을까? 알고 있겠지만 개최 도시와 국가의 경제적 손실 때문이다. 이미 이전의 많은 올림픽 개최 도시와 국가들이 재정 적자를 경험했고 올림픽 시설의 사후 활용도 반복적인 문제였다. 결과적으로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을 만한 도시와 국가가 유치 신청 자체를 포기하기 시작했고, 주민 투표에서 유치 여부가 부결되는 경우도 많았다. 그 사례들을 여기서 일일이 나열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레거시’ 개념을 발전시키고 있다!

2003년 올림픽 헌장에 등장한 ‘레거시’는, 그 후로도 10년간 상징적 단어로만 존재했다. 그러나 올림픽이 여전히 개최 도시와 국가에 재정 부담을 덜어주지 못했고 환경 문제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국제올림픽위원회는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게 된다. <올림픽 아젠다 2020(Olympic Agenda 2020)>이 그 결과물이었다. 2014년 12월이었다. 실제로 2003년 헌장에서 ‘레거시’는 1번만 사용되었다가, 2014년부터 2번 사용되고, 2019년부터는 4번으로 사용 빈도가 증가하게 된다.

‘레거시’라는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하면서 국제올림픽위원회는 레거시 성취를 위한 강력한 규정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2019년 헌장은 다음과 같이 올림픽 유치 도시 선정의 필수 요건으로 경기장과 시설에 대한 규정을 정하기까지 했다.

‘레거시’보다 먼저 ‘지속가능한 개발’ 개념이 있었다!

그런데 사실 ‘레거시’는 국제올림픽위원회에게 전혀 새로운 개념은 아니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이미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란 개념을 가지고 있었다. 2003년 ‘레거시’가 등장하기 8년 전인 1996년, 헌장 제1장 제2조 제13항은 올림픽이 환경에 관심을 두고 책임져야 함을 명시하는 동시에 지속가능한 개발의 중요성을 국제올림픽위원회의 역할로 규정했다. 이 조문이 말하듯, 지구온난화의 급격한 진전에도 불구하고 올림픽을 위한 개발사업이 환경을 파괴하는데 일조한다는 우려에 대한 대응이었다. <올림픽 아젠다 2020> 3대 원칙 중 하나가 ‘지속가능성’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줄여 말하면, 올림픽 개최로 얻어지는 유·무형의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개최 도시들은 여전히 개최로 인한 부정적 결과와 부담을 느꼈고,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이를 최소화시킬 방법과 전략을 제시해야만 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지속가능성을 근간으로 하는 ‘레거시’를 소개하게 된 것이다. 

88서울올림픽은 올림픽 레거시로부터 자유로울까?

88서울올림픽은 1981년 9월 국제올림픽위원회 바덴바덴 총회에서 결정되었다. 당시의 올림픽 유치 도시 평가와 선정은 지금과 달랐다. 레거시는 물론 지속가능성의 개념도 굳이 요구되지 않았다. 88서울올림픽이 끝나고도 한참 후에야 ‘지속가능성’, ‘올림픽 아젠다 2020’, ‘레거시’와 같은 단어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규정에만 근거하자면 88서울올림픽은 올림픽 레거시 수행과 무관하다.

88서울올림픽은 올림픽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평가를 받는다. 부작용이 없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다만 현재까지도 다른 올림픽에 비해 올림픽 자체의 재정적 성과나, 한국 내에서의 정치, 사회, 문화적 성과, 그리고 국제정치 환경에서의 역할과 소득이 적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완벽은 아닐지라도 88서울올림픽 시설의 사후 활용은 오늘도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올림픽공원과 올림픽선수촌아파트가 대표적이다. 이유가 어떠하던 88서울올림픽을 위해 건설된 시설들의 지속적 활용은 전반적으로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여전히 올림픽 레거시에 동참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지속가능성이던 레거시던, 시대와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여 올림픽 헌장과 규정은 변해왔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았고 말아야 할 것이 분명히 있다. ‘올림픽 정신(Olympic Spirit)’과 ‘올림픽 운동(Olympic Movement)’이다. 올림픽 정신과 운동을 개략적으로 푼다면, 올림픽과 스포츠를 통해 인류의 공영과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고 모두가 평화롭고 행복하자는 것쯤이 될 것이다. 사실 올림픽 정신과 운동은 올림픽이 시작하면서부터 주창되었던 것이기에, 88서울올림픽도 이를 수행할 의무를 여전히 가진다. 지속가능성이나 레거시 모두 올림픽 정신과 운동을 구현하고자 하는 구체적 전략이라고 본다면, 비록 유치와 개최 당시 이 단어들을 만나지 못했을지언정, 올림픽 정신과 운동의 규범 아래에선 책무가 존재한다. 88서울올림픽이 올림픽 레거시에 동참해야 하는 이유이다. 

우리는 지금 어떤 레거시를 필요로 할까?

88서울올림픽 경기장과 아파트 레거시는 성공적이다. 그렇다면 이게 레거시의 모든 것일까? 당연히 아니다. 그럼 경기장과 시설 외에 우리가 누리지 못하는 레거시는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국제올림픽위원회 레거시 전략이나 영역, <올림픽 아젠다 2020>을 근거로 레거시의 선택과 수행을 말한다. 외국의 몇몇 이전 올림픽을 사례로 레거시의 성공과 실패의 경로를 모색한다. 필자는 조금 다르게 88서울올림픽의 레거시 구현을 생각한다. 지루하게 글을 써 내려온 것처럼, 이미 많은 부분에서 성공한 올림픽이고, 여전히 진행 중이며 누적된 문화도 존재하니, 88서울올림픽의 레거시 운동은 올림픽 정신과 운동의 큰 범주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덧붙여 88서울올림픽 이후 우리가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무엇이고, 우리가 스포츠를 통해 어떻게 사회에 기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시스템 활용을 통한 인간 보편의 가치 구현

우리 사회는 여전히 스포츠를 인권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타인을 배려하고 공동체를 구성하는 중요한 덕목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누구나 동감하는 보편적인 상식과 지식으로 올림픽과 스포츠를 해석하지 못하고 있다. 인권 유린과 폭력, 성적 차별, 구조적 카르텔, 사회와 격리된 집단주의, 여전히 모자란 국제스포츠 봉사, 환경 파괴 등은 성공적 올림픽이라는 평가와는 완전 반대이다. 이것들의 바로잡음은 우리가 앞으로 88서울올림픽의 레거시로 설정해야 할 첫 번째 과제일 것이다.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시선을 확장하는 스포츠의 문화적 레거시로 표현하면 어떨까?

두 번째 과제는 스포츠 미래 세대와 환경을 위한 레거시이다. 이는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스포츠문화로 축약하여 표현될 수 있다. 데이터 시대에 온라인 기술과 감각을 통해 첫 번째 과제에서 말한 보편적 가치를 IT 기술로 구현하는 것이다. 절대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온라인으로 스포츠를 만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고 이를 통해 가치를 구현하자는 것이다. 

세 번째 과제는 스포츠의 사회 참여이다. 국제 평화 등은 올림픽이 처음부터 주창하던 중요한 목표였다. 88서울올림픽도 대표적인 사례였다. 시대의 변화와 함께 우리는 국내·외적으로 새로운 사회 문제에 직면한다.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는 급박하다. 스포츠가 열악한 지역과 국가에 대해 우리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88서울올림픽의 레거시는 여전히 살아있다. 그러나 진화하고 그에 적응해야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중요한 가치는 잊지 말아야 한다. 사람이고 인권이며, 우리 모두이다. 88서울올림픽 레거시는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미래와 지구촌 모두에게 향해야 한다. 이것이 올림픽 정신이고 운동이며 우리가 올림픽을 개최하고자 한 선배들의 바람이기도 했다. 

*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발행하는 <스포츠 현안과 진단> 기고문 입니다.

* 이번 호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과학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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