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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줄땐 언제고 토해내라니"..국세청, 지난해 근로장려금 87억 돌려받아

양연호 입력 2021. 09. 23. 17:51 수정 2021. 09. 2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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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수급대상 대폭 늘며
요건 안따지고 신청부터 받아
소득·재산 변동땐 토해내게 해
27억원서 1년만에 3배 폭증
국세청 "지급대상 늘어난 탓"
의류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는 30대 여성 박 모씨는 지난해 3월 국세청에서 반기 근로장려금 신청 대상자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고 근로장려금을 신청했다. 두 달 뒤에는 국세청에서 "이미 반기 근로장려금을 신청했기 때문에 정기 근로장려금은 자동으로 신청된다"는 알림도 받았다. 지난해 6월에 근로장려금 17만원이 입금됐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박씨에게 도착한 것은 "신청하신 근로장려금은 가구원 재산 합계 2억원 이상으로 제외됐다"는 통보와 근로장려금 환수 고지서였다. 박씨는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에게 왜 대상자라고 통보해서 몇 달간 싱숭생숭하게 만든 것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취약계층에게 주는 근로·자녀장려금 지급 대상과 금액이 지난해 크게 늘어난 가운데 이를 다시 빼앗아 가는 환수 규모도 덩달아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근로·자녀장려금 수급 요건과 재산 요건 범위를 갈수록 확대하고 있지만, 정작 이를 집행하는 행정력은 제도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사전 심사 단계에서 제외되지 않고 근로·자녀장려금을 수령했다가 국세청이 다시 환수한 금액은 2019년 27억8000만원에서 지난해 87억4000만원으로 1년 새 3배 이상 폭증했다. 작년에만 총 9757가구에서 평균 90만원가량을 다시 거둬간 셈이다. 근로·자녀장려금은 정부가 일정 소득에 미치지 못하는 가구에 대해 근로 의욕을 향상시키고 자녀 양육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현금을 지원하는 근로연계형 소득지원 제도다. 문재인정부 들어 근로장려금과 자녀장려금 대상과 지급액은 크게 늘었다. 특히 2018년 세법 개정을 통해 소득기준을 맞벌이가구 기준 2500만원에서 3600만원으로 높이고, 최대 지급액도 25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확대했다.

그 결과 지난해 근로·자녀장려금을 지급받은 가구는 총 487만1000가구로, 제도 개편 직전인 2017년(273만가구)보다 78.4%(214만1000가구) 늘었다. 지급 금액은 1조8298억원에서 4조9845억원으로 172.4%(3조1547억원) 증가했다. 정부는 올해 세법 개정안에도 근로장려금 소득기준을 맞벌이 가구 기준 3600만원에서 3800만원으로 넓히는 안을 포함시켜 근로장려금 지급 대상과 규모는 더 확대될 전망이다.

문제는 정부가 2019년 귀속 근로장려금부터 반기 근로장려금 제도를 도입하면서 매년 세 차례 장려금을 지급하다 보니 신청과 지급 과정이 번거로워져 환수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하반기 소득을 기준으로 연간 장려금 추정액의 각각 35%를 우선 지급하고 이후 남은 30% 등 정산액을 추가 지급하는 방식인데, 소득을 파악하는 시점과 장려금을 지급받는 시점 간 괴리가 세 차례나 발생하면서 혼선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장려금을 지급한 후 소득이나 재산가액 변동 등으로 지급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장려금을 환수하고 있다"며 "특히 제도 개편으로 2018년 귀속(2020년 결정) 장려금 총 지급 규모가 2017년 귀속(2019년 결정) 대비 225만가구(82.4%), 3조4294억원(187.4%) 늘어나면서 환수 결정 건수와 금액도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국세청의 '최근 5년간 근로·자녀장려금 환수 사유별 현황'을 보면 소득·재산 변동으로 인한 환수 가구는 2016년 4647가구에서 지난해 9757가구로, 환수 금액은 33억3000만원에서 87억4000만원으로 2배를 넘겼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세청은 근로·자녀장려금의 지급 잣대인 재산 기준에서 금융재산을 떼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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