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동네병원서 코로나 진단..씨젠, 첨단 PCR장비 개발

김시균 입력 2021. 9. 23. 18:00 수정 2021. 9. 24. 20: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6일 美서 세계 최초로 공개
호흡기질환 15종까지 동시검사
코로나 진단 대중화 첫걸음
코로나19 진단시약으로 K바이오의 위상을 드높인 씨젠이 이번엔 최첨단 유전자증폭(PCR) 장비의 대중화로 새로운 신화에 도전한다.

대형 병원이 아닌 동네 병원에서도 손쉽게 코로나19 등 각종 병원체를 한 번에 종합적으로 검출할 수 있는 전자동 PCR 장비를 26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한다. 23일 매일경제 취재에 따르면, 씨젠은 조립형 분자진단 완전 자동화 솔루션(제품명 에이오스·AIOS)이 26일부터 30일까지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리는 임상화학회(AACC)에서 첫선을 보인다.

이를 위해 천종윤 대표(사진)이 직접 미국으로 날아가 씨젠의 신기기를 발표할 방침이다. 발표일은 학회 첫날인 26일로 예정돼 있다. 씨젠은 제품 공개 후 내년부터 세계 시장에 본격적으로 판매한다는 구상이다. 그럴 경우 기존에 대형 병원에서만 실시돼 온 분자진단이 전 세계 중소형 병원에서도 널리 사용돼 '분자진단 대중화'의 길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에이오스가 공개되는 AACC는 유수 진단 기업들이 각종 진단장비와 진단시약, 검사법 등에 대한 최신 기술과 정보를 선보이는 자리다. 지난해 연매출 1조원 신화를 쓴 씨젠은 그중 가장 주목받는 기업으로 손꼽힌다. 씨젠에 따르면 이 제품이 국내에 상용화되면 현재 병상 수 기준으로 9%에 불과한 대형 병원뿐만 아니라 중소형 병원과 일선 병의원에서도 분자진단을 할 수 있다. 씨젠 관계자는 "분자진단 대중화는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감염병이 유행하기 전 조기 차단을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예방책"이라며 "동네 중소형 병원 등에서도 간편히 분자진단이 가능해진다면 감염병이 퍼지기 전에 사전 대응이 쉬워진다"고 말했다.

에이오스는 검체 채취 이후 핵산 추출, PCR 검사, 최종 결과 판독 등 분자진단 전 과정을 하나의 장비로 자동 실시한다. 현재 이렇게 하나의 장비로 완전 자동화가 가능한 제품은 씨젠 외에 해외 소수 기업들이 만들고 있다. 그러나 씨젠처럼 증상을 기반으로 여러 개 병원체를 동시에 검사하면서 각종 감염병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씨젠, 진단시약 20년 한우물…"PCR 대중화로 100조 기업 도전"

세계 첫 증상 기반 전자동 PCR장비 개발 천종윤 대표 인터뷰

기존 제품보다 훨씬 가볍고
코로나·인플루엔자 등
15개 호흡기질환 동시진단

대형병원서만 했던 PCR 검사
동네병원서도 손쉽게 진단
내년 이후 전 세계 판매 개시
2030년 연매출 100조원 가능

美월간 패스트컴퍼니 선정
올 혁신기업 20위 오르기도
화이자·모더나와 어깨 나란히
미국 경제 월간지 패스트컴퍼니는 최근 창립 21주년을 맞은 씨젠을 올해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톱50' 중 20위에 선정했다. 국내 분자진단 기업이 굴지의 바이오 기업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모더나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집계 순위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한국 기업으로는 삼성전자가 2013년·2015년에 걸쳐 두 번, 카카오뱅크가 2018년,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지난해 순위에 들어간 게 전부였다.

최근 서울 송파구 씨젠 본사에서 만난 천종윤 대표(65)은 "업계를 대표해 귀한 훈장을 받은 것 같다"며 "아시아·태평양에서 1등 기업으로 꼽힌 국내 첫 사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21년 동안 유전자증폭(PCR)이라는 한 우물만 파온 기업은 전 세계에서 씨젠이 유일무이할 것"이라며 "글로벌 기업이 장비에만 집중할 때 씨젠은 시약 기술에 긴 기간 집중해온 것이 핵심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진단시약의 숨은 강자로 평가받던 씨젠은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세계 무대에서 본격적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당시 씨젠의 시약 기술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뛰어넘는 독보적 성능으로 전 세계 바이오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WHO는 수백 개에 달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 가운데 핵심 유전자 2개를 검출할 수 있어야 코로나19 진단시약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했지만 씨젠은 4개 유전자를 정확히 검출해낸 것이다. 지난해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씨젠의 코로나19 진단시약에 대해 긴급사용승인을 내준 것을 시작으로 전 세계 60개국이 앞다퉈 씨젠의 시약을 사들였다. 이에 힘입어 씨젠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러브콜을 받으며 연매출 1조원 신화를 기록했다.

천 대표는 "이제부터는 분자진단이 대형 병원에서 전문가 손을 거쳐 진행돼온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씨젠이 26일 미국 임상화학회(AACC)에서 최초로 공개하는 조합형 분자진단검사 자동화 솔루션 '에이오스(AIOS)'가 그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형 병원의 전문인력뿐 아니라 동네 병원에서도 자유롭게 진단을 내리는, 이른바 'PCR 대중화'를 천명하고 나선 것이다. 천 대표는 "에이오스가 구현한 검사 자동화 솔루션을 통해 분자진단이 대중화돼 개인이 일상에서 분자진단으로 증상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할 수 있는 시대가 오게 되면 어떤 새로운 감염병이 등장해도 팬데믹까지 이르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이오스의 첫 공개 무대인 AACC는 세계 각국 체외진단 전문가들이 참가하는 진단 분야의 세계 최대 전시회다. 전 세계 진단 관련 기업들이 진단 기술, 시약·장비, 검사법 등에 대한 최신 기술과 정보를 선보이는 자리인데, 올해는 미국에서 이달 26일부터 30일까지(현지시간) 열린다. 천 대표의 에이오스 발표는 첫날인 26일 미리 제작한 영상을 통해 공개된다.

천 대표는 "에이오스가 구현한 검사 자동화 솔루션은 검체 채취 다음 단계인 핵산 추출부터 PCR 검사, 최종 결과 판독까지 전 과정이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한 번에 이뤄지는 것을 의미한다"며 "현재 해외에서 일부 기업이 완전 자동화 기기를 내놨지만, 씨젠처럼 여러 개 병원체를 동시에 검사해 각종 감염병 등에 대응할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천 대표에 따르면 검사 자동화 솔루션은 이미 대부분 국가에서 판매승인을 받고 사용 중인 만큼 빠른 상용화가 가능하다. 게다가 씨젠의 자동화 분자진단 기기는 무게가 해외 장비에 비해 훨씬 가볍다는 것이 핵심 경쟁력 중 하나다.

천 대표는 "기존에 출시된 자동화 PCR 장비는 일체형 모델"이라며 "기기 한 대의 무게가 1~1.5t에 달하고 부피가 큰 데다 장비 한 대에서 진단할 수 있는 시약 종류가 한정돼 있다는 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하나의 장비로 한정된 수의 검사만 진행할 수 있어 다양한 검사를 하기 위해서는 거대한 장비를 여러 대 갖춰야 한다"면서 "이러한 이유로 규모가 작은 일반 병원 등에선 분자진단검사를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에서 분자진단이 가능한 병원은 병상 수 기준 9% 남짓인 대형 병원뿐이다. 장비 규모와 검사에 걸리는 시간, 한정적인 시약 적용성 등의 한계로 대형 병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중소형 병원과 일선 병의원에서는 분자진단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천 대표는 "씨젠 장비는 기존에 허가를 받은 장비 두 개를 조합하는 형태인 데다 무게와 가격도 기존 장비보다 경쟁력이 있다"며 "게다가 장비 한 대로 여러 질병을 동시에 진단할 수 있어 중소형 병원으로 사용 범위를 확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씨젠은 변이를 포함해 총 10종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진단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코로나19 등 최대 15종의 호흡기 병원체를 동시 검출해내는 기술력도 갖췄다. 이 같은 기술을 자동화 PCR 장비에 탑재할 경우 동네 병원 어디에서나 손쉽게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독감) 등 여러 호흡기 질환 감염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게 된다.

천 대표는 "분자진단의 잠재시장이었던 중소형 병원까지 공략한다면 에이오스를 계기로 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며 "2030년께 연매출 100조원을 넘기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천 대표는 내년이 씨젠의 새로운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진단 업계 최초로 대부분 병원에서 분자진단이 이뤄질 수 있는 길을 열어젖히면서 미국 시장에도 처음 진출하기 때문이다. 그는 "바이오라드라는 현지 협력사와 협업해 미국 사업의 돛을 올린다"며 "에이오스가 세계 시장에 판매되기 시작하면 동네 병원에서 PCR 검사를 받는 시대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시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