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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 랩에다 해금 넣어보며 韓 뮤지컬 정체성 만들었죠

입력 2021. 09. 23. 19:34 수정 2021. 09. 24.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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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하드락 카페' 시작으로 뮤지컬계 데뷔
상여소리 활용한 '형제는 용감했다' 등 선보여
창작뮤지컬 '투란도트'는 영화 제작.. 中 진출도
장소영은 연세대에서 작곡을 전공하고 뮤지컬·오페라·영화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 중이다. 제13회 한국뮤지컬대상 작곡상, 제5회 더 뮤지컬 어워즈 작사·작곡상, 2019 DIMF 아성 크리에이티브상을 받았다. 현재 홍익대 공연예술학과 전임교수로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으며, 음악 제작 전문회사 TMM 대표로 재직 중이다.
허도영(김선달 역)

월간객석과 함께하는 문화마당 뮤지컬 음악감독 장소영

그림 같은 경치를 자랑하는 뉴욕 허드슨 밸리는 예술가의 모임 장소로도 부족함이 없다. 이곳에 캠퍼스를 둔 미국 'OMI 아트센터'는 예술교류를 목적으로 세계 각국의 음악인을 초청한다. 2003년 당시 작곡가로 경력을 쌓기 시작한 장소영(1971~)도 설레는 마음으로 참석했다.

신인 작곡가 장소영은 조선시대의 시인 허난설헌을 주제로 한 창작오페라 '아! 난설헌'으로 참가 신청을 해 발탁됐다. 프로그램 시작 전, 한 인터뷰에서 "한국의 특별한 정서를 세계 음악인들에게 알리겠다"고 야심 찬 포부를 밝힌 그이지만, 금세 귀가 빨개지는 경험을 하고 만다. 다른 나라 참가자에게 "왜 우리 음악을 가지고, 너희 나라의 역사적 인물을 이야기하느냐"는 질문을 받은 것이다.

"20년 가까이 클래식 음악을 공부했지만, 그때까지 단 한 번도 정체성에 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아, 서양인이 보기엔 마치 우리가 외국인이 한복 입은 것을 보는 듯한 느낌이겠구나 싶더군요. 앞으로 어떤 음악을 만들든지 반드시 '한국적인 정서'를 녹여 넣자 마음먹었습니다. 그네들의 음악을 흉내 내는 게 아니라, 나만의 음악을 하기 위해서요."

장소영의 트레이드마크 '한국적 뮤지컬'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정서를 만드는 음악2004년 '하드락 카페'를 시작으로 뮤지컬계에 데뷔한 후, 장소영은 서양의 음악 어법에 한국음악을 담아낸 작품을 연이어 선보였다. 상여소리를 활용한 '형제는 용감했다'(2008), 전통적 선율의 '영웅을 기다리며'(2009), 국악기가 가미된 오케스트라로 연주하는 '피맛골 연가'(2010), 제주지역의 굿을 소재로 활용한 '만덕'(2018) 등이다. 이렇듯 그가 참여한 작품 목록을 보면 역사극이 많다. "조선시대가 배경인 뮤지컬에서 재즈만 나오는 게 이상한 것"이라는 그의 뮤지컬론 때문이다. 그 말인즉슨 뮤지컬은 음악 하나로 작품의 배경·소재·캐릭터·전개가 표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한 사대주의가 있어서 이른바 '사극 뮤지컬'을 표방하면서도 우리 음악을 촌스럽게 여기던 시절이 있었어요. '가락'이 아니라 '멜로디', '장단'이 아니라 '리듬'이라고 하던 때였죠. 어떻게 하면 그런 편견을 없앨 수 있을지 연구했습니다. 그 시작은 '형제는 용감했다'였어요. 랩에다 해금도 넣어보고, 장단을 서양음악처럼도 만들어보았죠. 은근히 어울리더군요. 꼭 전통적인 가락과 장단을 써야지만 한국적인 정서를 담는 것이 아니란 것도 알게 됐어요. 기본적으로 우리 음악에는 '한'의 정서가 있어요. 국악의 5음음계로 작곡하지 않더라도 그 지점을 건드리면 전통적인 감흥을 불러일으키지요."

한국적인 뮤지컬을 추구하는 그는 '조선 삼총사'로 흐름을 이어간다. 세종문화회관 산하 9개 예술단이 모두 출연하는 대형 창작뮤지컬이다. 설화 속 희대의 사기꾼 '봉이 김선달'과 19세기 세도정치에 맞선 실존 인물 '홍경래', 권력을 손에 넣어 조정을 쇄신하려는 가상의 인물 '조진수'의 이야기를 엮어 백성을 위한 나라를 꿈꾸는 조선의 세 친구 이야기로 재창조했다. 서울시뮤지컬단 단장 한진섭이 연출을 맡고, 블랙코미디 연극 '그게 아닌데'(2012)로 주목받은 극작가 이미경이 대본을 썼다.

◇음악을 만드는 이야기

장소영은 이번 작품에서 작곡과 음악감독을 맡아 음악 전반을 책임진다. 재치 넘치는 사기꾼, 대의를 꿈꾸는 의병, 원칙을 중시하는 군인이라는 개성 뚜렷한 세 캐릭터를 앞세운 뮤지컬인 만큼, 음악도 확실히 구분할 예정이다.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자는 목적은 같지만 세 친구가 가려는 길은 다 달라요. 그러면 음악 스타일도 셋이 다르게 하자고 구상했어요. 홍경래의 곡은 진취적이고 행진곡풍이에요. 고뇌하는 캐릭터인 조진수는 발라드, 김선달은 셔플 리듬이 특징이죠. 특히 김선달은 해학과 풍자가 있는 캐릭터로, 중재자로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역할이에요. 발랄하고 유머러스한 곡을 몰아주었죠."

세종문화회관은 'ART-9세종'이라는 이름 아래 산하 예술단간 협업 공연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뮤지컬 '조선 삼총사'는 지난 2019년 선보인 음악극 '극장 앞 독립군'을 잇는 두 번째 작품이다. 장소영은 작곡가이자 음악감독으로서 국악관현악(서울시국악관현악단), 무용(서울시무용단), 합창(서울시합창단·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 뮤지컬(서울시뮤지컬단), 오케스트라(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단), 연극(서울시극단)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예술을 하나로 녹여내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짊어졌다.

"본래 정반합(正反合)의 방식으로 음악을 만드는지라 특별히 어려울 건 없었습니다. 센 음악과 여린 음악, 한국음악과 서양음악 등 반대되는 음악적 만남을 시도할 때 새로운 형태의 음악이 탄생해요. 특별히 이번 작품에서는 '따로 또 같이'의 묘미를 살리는 데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의 어린이들만 재밌게 부를 수 있는 부분이 있고, 국악기 반주에 서울시무용단이 춤을 추는 부분이 있어요. 이러한 여러 장르를 관통하는 것은 우리 선율이 될 거고요. 30여 개 되는 넘버는 다 나왔는데 이것을 잘 중화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지난 20년간 한국 창작뮤지컬은 수적으로나 질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지만, 장기적인 레퍼토리로 자리 잡지 못한 채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귀에 꽂히는 음악이 드물다는 점도 아쉽다. 이러한 측면에서 장소영이 작곡한 창작뮤지컬 '투란도트'(2011)는 좋은 본보기가 된다. 지난 10년간 140여 회 누적공연을 기록했고, 얼마 전 영화 버전도 제작됐다. 대중적이고 호소력 짙은 음악에 힘입어 '투란도트'는 중국 시장까지 진출했다. 이 작품으로 그를 눈여겨본 중국의 프로듀서 리둔(李盾)은 중국 창작뮤지컬 '충성(重生)'(2019) 전곡 작곡을 의뢰했다. 작품은 실황중계 방송에 시청자 300만 명이 몰릴 만큼 성공적이었다. 첫눈에 반하는 창작뮤지컬을 만드는 비결은 무엇일까.

"제가 제일 질색하는 게 '억지 감동'이에요. 관객은 감정이입이 안 됐는데, 우리끼리 감동하면서 노래 부르는 것처럼 꼴불견이 없죠. 그런 오류에 빠지지 않으려면 관객이 인물에게 동화되어야 합니다. 음악은 시너지를 줄 뿐, 더 중요한 건 이야기의 흐름이라고 생각해요. 음악은 극의 전개를 따라가야 하고요. 이번 '조선 삼총사'에서도 극의 가장 마지막 곡에 힘을 주었어요. '새날을 맞이하리'라는 제목의 넘버인데, 아무리 현실이 힘들고 어려워도 우리는 꿈을 꾼다는 내용입니다. 삼총사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당시의 민초들, 또 지금을 사는 우리 모두의 노래입니다."

글=월간객석 박서정기자·사진=세종문화회관,T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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