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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협한 공감, 지나친 공감은 '혐오'가 된다

김남중 입력 2021. 09. 23.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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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는 이제 우리 사회에서도 중요한 주제가 됐다.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리가 혐오의 해독제로 여겨온 공감에 대해서도 성찰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김민정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와 이은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혐오표현에 맞선 대항표현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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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헤이트(Hate), 최인철 외 지음, 마로니에북스, 392쪽, 1만8000원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가 지난해 가을 T&C재단 주최로 열린 혐오 주제 온라인 컨퍼런스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흘간 진행된 이 컨퍼런스에는 9명의 국내 전문가들이 강연자로 나섰다. ‘헤이트’는 이 강연들을 묶은 책이다. 마로니에북스 제공


혐오는 이제 우리 사회에서도 중요한 주제가 됐다. 혐오라는 폭력이 놀이처럼 문화처럼 유행하고 있다. 여기에 가짜뉴스가 붙고 정치적 포퓰리즘이 가세하면서 혐오는 폭탄이 된다.

‘헤이트’는 혐오 이슈에 대한 국내 전문가 9명의 릴레이 강연을 정리한 책이다. 혐오의 여러 측면을 종합적으로 다루면서도 중·고등학생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썼다. 혐오의 시대를 헤쳐나가는 가이드라인이 될 만한 책이다.


책은 혐오를 인간 본성의 문제가 아니라 집단심리의 오작동이라는 측면에서 다룬다.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리가 혐오의 해독제로 여겨온 공감에 대해서도 성찰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그는 “공감의 부재로 혐오가 나타난다고 생각하기 쉽다”면서 “하지만 공감이 과잉되거나 혹은 공감이 특정한 집단에게만 편향되게 되면 그 결과물로 혐오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코로나 팬데믹에서 중국이나 외국인에 대한 혐오가 나타나는 게 좋은 예다. 그는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사건이 다른 집단으로부터 발생되었을 수도 있다는 의심이 작동하게 되면 우리를 위협하는 다른 집단에 대한 미움과 배제와 배척이 나타나게 된다”고 덧붙인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혐오를 거둬야 진짜 문제가 보인다”고 말한다. 2018년 경기도 고양 저유소 풍등 화재 사건을 예로 들면서, 진짜 문제는 풍등을 날린 이주 노동자가 아니라 저유소의 부실한 화재 관리인데 혐오가 문제를 가린다고 한다.

김민정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와 이은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혐오표현에 맞선 대항표현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김 교수는 “대항표현은 혐오표현에 담긴 객관적 사실을 반박하는 방식, 혐오표현에 담긴 가치의 정당성을 반박하는 방식, 혐오표현 발화자의 진정성에 호소하는 방식, 전복 탈환 패러디의 방식을 통해 가능하다”며 “온라인에서 혐오표현을 만나게 되면, 대항표현을 통해 평등의 가치, 차별 반대의 목소리, 긍정적인 감정을 전파하라”고 주문한다.

이 교수도 “적극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현하고 혐오·증오 발언을 교정하려는 시도를 하는 시민정신이 대단히 중요하다”면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함으로써 부당하게 차별당하거나 혐오, 공격의 대상이 된 분들에게 당신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고 말한다.

책의 2부는 혐오로 빚어진 역사의 비극들을 조명한다. 최호근 고려대 사학과 교수는 홀로코스트를 짚어보며 혐오가 어떻게 거대한 비극으로 변해가는지 보여준다. 그는 “사람들은 나치의 광기만을 얘기한다”며 “하지만 그 이전에 패망과 경제 불황이라는 엄청난 재난이 있었다. 여기에 누군가가 거짓, 루머, 그럴듯한 통계들을 갖다 붙이면서 유대인들에 대한 혐오, 분노, 증오를 악의 씨앗처럼 키웠다”고 말한다. 또 ‘왜 독일인들은 중간에 브레이크를 걸지 않았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혐오에 맞서는 의인들의 가치를 조명한다.

이희수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이슬람포비아’의 기원을 분석하며 기독교 유럽 세계가 이슬람 아랍권과 1000년 가까이 분쟁하며 만들어놓은 편견임을 알려준다. 이슬람 문화권을 우리 눈으로 다시 바라봐야 할 필요성도 제기한다.

마지막 3부는 강연 참가 교수들의 토론으로 구성됐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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