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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끊겨도 무대 이어간 9명의 간절함.."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선명수 기자 입력 2021. 09. 23.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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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21 경향뮤지컬콩쿠르 대상 세종대팀
박소은·박해린·신한빈·오욱환·우승원·이사야·이시은·이효진·최제현

2021 경향뮤지컬콩쿠르 본선이 열린 지난 12일 서울 중구 경향아트힐에서 대상을 수상한 박소은씨 외 8명이 ‘셀 블록 탱고(Cell Block Tango)’를 열창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color@kyunghyang.com
영화예술학과 19·20학번 학생들
단체 참가자의 대상 수상 ‘최초’
‘시카고’ 속 여성 죄수들의 노래
남녀 함께하는 구성으로 선보여
“우리만의 캐릭터 창작 통한 듯”

“5개월 가까이 정말 열심히 연습했어요. 무대라는 꿈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간 느낌입니다.”(박소은) “어려운 시기에 무대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는데, 이렇게 예상치 못한 상까지 받게 돼 기뻐요.”(이시은)

올해 4회째를 맞은 ‘2021 경향뮤지컬콩쿠르’ 대상은 대회 개최 이후 처음으로 9명의 단체 참가자들이 수상했다. 대학·일반부 단체 부문에 출전한 세종대학교 영화예술학과 학생 9명(박소은·박해린·신한빈·오욱환·우승원·이사야·이시은·이효진·최제현)이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경향아트힐에서 열린 본선 무대에서 이들 9명은 뮤지컬 <시카고>의 ‘셀 블록 탱고(Cell Block Tango)’를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선보여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날 본선에선 개인 4개 부문(초등부, 중학부, 고등부, 대학·일반부)과 단체 2개 부문(초·중·고, 대학·일반부) 등 6개 부문에서 예선을 통과한 41개팀이 무대를 선보였다.

‘셀 블록 탱고’는 여자 죄수 6명이 관능적인 춤과 노래를 선보이는 넘버다. 세종대 팀은 이를 바꿔 남성 5명, 여성 4명이 파워풀한 안무와 노래를 선보였다. 수상 후 전화로 만난 박소은씨(21)는 “원래 여자 죄수들의 춤이지만 원곡과 달리 남자 죄수들의 색다른 느낌을 보여주면 어떻겠느냐고 의견을 모았다”며 “여럿이 함께하는 단체곡이지만 개인의 역량과 캐릭터를 드러낼 수 있는 곡이기도 해서 이 곡을 참가곡으로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원곡을 그대로 커버하지 않고 안무와 대사를 새로 짰고, 극 속에 다양한 인물 캐릭터를 하나하나 불어넣었다. 이시은씨(21)는 “저희만의 캐릭터를 창작했다는 점을 (심사위원들이) 신선하게 봐주신 게 아닌가 싶다”며 “각각의 인물에 동화되기 위해 눈빛과 목소리, 연기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오욱환씨(24)는 “저는 비보잉을 했었고, 무용이나 방송댄스를 잘할 수 있는 친구들도 있어서 그런 각자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도록 캐릭터를 설정했다”고 전했다.

이들 9명은 같은 과 19·20학번 선후배 사이다. 이번 경연을 준비하기 전에는 서로 잘 알지 못했다고 한다. 20학번 후배들은 코로나19 유행과 맞물려 대학에 입학해 학교에 자주 가지 못했고, 수업 역시 온라인으로 대체된 상황에서 선배는 물론 동기 얼굴 보기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박소은씨는 “코로나19 때문에 단체 생활을 거의 못한 상황에서 뮤지컬이나 연기 등 좋아하는 것을 학과 사람들과 공유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며 “팀의 협업 과정을 통해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을 만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팬데믹으로 연습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팀 전원이 한꺼번에 모이기도 힘들었다. 당초 7월 말로 예정됐던 콩쿠르 예선도 예기치 못한 ‘방역 4단계 강화’로 미뤄졌다. 오욱환씨는 “지방에 사는 친구들은 방학 때 고향에 내려가는 것까지 포기하고 열심히 몇달간 준비했는데 4단계 격상 후 기약 없이 대회가 미뤄지다 보니까 정신적으로도 좀 힘들었다”며 “대상 수상이 그 모든 고생을 보상해주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당초 함께 콩쿠르를 준비했던 팀원 1명은 대회 연기로 결국 출전을 포기하고 군에 입대했다. 팀원들은 군 입대한 정영현씨(23)에 대해 “아직 훈련소 기간이라 (상을 탔다는) 연락도 못했는데, 선배님이 없었으면 이렇게 큰 상 근처에도 못 갔을 것 같다. 정말 감사하고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참가한 콩쿠르지만 무대 위에서도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 공연 도중 잠시 음악이 끊긴 것. 박소은씨는 “누구 한 명 당황하지 않고 9명이 마치 한 몸처럼 군무를 추면서 끝까지 무대를 했다”고 말했다. 결국 대상 수상을 가능하게 한 건 수없는 연습과 열정이었다. 박씨는 “그 모습에서 보이는 저희의 단합과 간절함을 심사위원분들이 좋게 봐주신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상자들은 이번 콩쿠르가 뮤지컬, 그리고 무대라는 꿈에 더 다가가는 기회가 됐다고 했다. 이시은씨는 “뮤지컬 배우라는 꿈을 갖고 도전했는데 대상까지 받게 돼 정말 제대로 해볼 수 있겠구나라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박소은씨는 “처음 극장에서 뮤지컬을 본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뮤지컬 배우라는 꿈을 꾸게 됐고, 그래서 이번 대회가 더 간절했다”며 “언젠가 <베르나르다 알바> 같은 여성극 무대에 꼭 서고 싶다”고 했다.

이번 경향뮤지컬콩쿠르에는 코로나19 속에서도 530여팀이 참가 신청을 했고, 이 가운데 370팀이 지난 2~5일 나흘의 예선 일정 동안 열띤 경연을 펼쳤다. 12일 본선에선 대상 외 6개 부문에서 최우수상·우수상 수상자를 선정했다. 특별상이자 뮤지컬 배우 카이가 후원하는 ‘카이 장학 후원금’은 고등부 최우수상 수상자 김가연양이 받았다.

경향뮤지컬콩쿠르는 한국 뮤지컬의 미래를 이끌어갈 뮤지컬 예비스타를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경향신문이 주최하고 스포츠경향·SJ아트가 공동 주관한다. EMK와 (주)아티션이 후원사로 동참했다. 수상자에게는 상금과 함께 뮤지컬 제작·배급사 EMK가 제작하는 뮤지컬 오디션에 참가할 경우 서류 심사를 면제하는 등 특전이 주어진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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