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딘 내수 회복..기업들 살길은 '수출'
[경향신문]
100대 기업 상반기 매출 723조로 코로나 이전보다 49조 이상 늘어
증가분 94%가 국외 매출…해외시장 의존도, 52.1%에서 54.9%로
코로나19 이후 국내 주요 기업들의 해외 시장 의존도가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장기화로 내수시장 회복이 늦어지고 있어서다.
23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국내 100대 기업의 연결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이들 기업의 올 상반기 총 매출은 723조6000억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상반기(674조1000억원)에 비해 49조5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 증가분의 93.7%인 46조4000억원이 해외시장에서 발생했다. 국내 증가분은 3조1000억원으로 6.3%에 불과했다.
올해 상반기 100대 기업의 해외 매출은 397조3000억원으로 2019년 상반기(350조9000억원) 대비 13.2% 증가하면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크게 앞질렀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매출은 2019년 상반기 323조2000억원에서 326조3000억원으로 1.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100대 기업들의 해외시장 의존도는 52.1%에서 54.9%로 2.8%포인트 높아졌다.
해외 매출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말 이후 백신 접종이 본격화된 미주, 유럽에서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100대 기업의 올해 상반기 미주지역 매출은 127조8000억원으로 2019년 상반기(103조8000억원)에 비해 23.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유럽 지역 매출은 63조6000억원에서 80조1000억원으로 25.9% 늘어났다. 반면 상대적으로 백신 접종이 더디게 이뤄지고 있는 아시아 지역은 2019년 상반기 대비 1.6%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기업 규모별로는 상위 20대 기업과 하위 80대 기업 모두 올해 상반기 해외 매출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상반기보다 개선됐다. 그러나 증가폭은 상위 20대 기업이 하위 80대 기업보다 컸다. 상위 20대 기업의 상반기 해외 매출은 291조1000억원으로 2019년 상반기 대비 17.4% 증가했다. 하위 80대 기업은 106조2000억원으로 2019년 상반기 대비 3.1% 늘었다.
국내 매출에서도 기업 규모별 양극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한경연은 상위 기업을 제외한 상당수 기업들이 내수시장에서 코로나19 충격을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매출액 상위 20대 기업의 올 상반기 국내 매출은 148조1000억원으로 2019년 상반기(131조원)에 비해 13.1%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하위 80대 기업의 국내 매출액은 178조2000억원으로 2019년 상반기(192조2000억원)에 비해 7.3%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의약의료, 전기전자, 운수장비 등 6개 업종의 올 상반기 국내 및 해외 매출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상반기에 비해 늘어났다. 반면 기계, 조선 등 3개 업종은 국내외 매출이 모두 줄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백신 접종률을 높이고,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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