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세계일보

[정희모의창의적글쓰기] 맥락과 학습

- 입력 2021. 09. 23. 23:37

기사 도구 모음

신경과학자인 하버드대학 호바스 박사의 책에 있는 이야기이다.

호바스 박사의 증조부 무니는 미국 동부해안에 살았는데, 근처에 유명한 골프장이 있었다.

호바스 박사는 이 이야기를 하면서 모든 학습은 맥락 속에서 이루어지고 맥락을 벗어났을 때 효과가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교육학자 맥펙은 구체적 맥락이 없는 생각이나 사고는 학습에 큰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신경과학자인 하버드대학 호바스 박사의 책에 있는 이야기이다. 호바스 박사의 증조부 무니는 미국 동부해안에 살았는데, 근처에 유명한 골프장이 있었다. 할아버지는 가끔 삽으로 골프공을 쳐서 뒷마당 소각통에 넣는 놀이를 하곤 했다. 삽으로 친 골프공은 백발백중 조그만 소각통에 들어갔다.

인근 골프장에 오던 부자들은 아침마다 할아버지의 삽으로 치는 골프를 보았다. 열 번 치면 열 번 모두 홀인원이었다. 부자들이 그 광경을 보고 호기심을 가지고 할아버지의 뒷마당으로 몰려들었다. 거기서 조그만 소각통에 골프공을 넣는 내기를 했다. 할아버지는 매번 내기에 이겨 큰돈을 벌 수 있었다. 골프장에 오던 부자들은 할아버지를 골프장으로 초대했다. 할아버지는 말했다. “삽을 가져와도 되겠소?”

할아버지와 부자들은 골프장의 그린에 공을 올리는 시합을 했다. 좁은 통보다 넓은 그린이었지만 할아버지는 처음부터 실패했다. 백발백중이었던 할아버지는 10번에 2번 정도만 그린에 공을 올렸다. 뒷마당과 골프장은 모두 잔디밭으로 이루어졌고 조그만 통보다 엄청 큰 그린에 왜 할아버지는 공조차 올리지 못했을까?

호바스 박사는 이 이야기를 하면서 모든 학습은 맥락 속에서 이루어지고 맥락을 벗어났을 때 효과가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호바스 박사가 볼 때 무니 할아버지에게 골프는 오로지 ‘뒷마당에서 삽으로 소각통에 공을 넣는 기술’로 각인된 것이었다. 승리를 위해서는 뒷마당에서만 골프공을 치지 말고 골프장의 잔디 위에서도 공을 치는 연습을 했어야 했다.

미국의 교육학자 맥펙은 구체적 맥락이 없는 생각이나 사고는 학습에 큰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창의성을 학습하면 모든 영역에 뛰어난 역량을 발휘할 것처럼 말하는데 모든 것에 통용되는 사고는 없다고 말한다. 모든 곳에 통용되는 창의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 국어과목의 특수한 맥락에만 적용되는 창의성이 있고, 수학과목의 특수한 영역에만 적용되는 창의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쓰기교육에서도 이와 유사한 견해가 있다. 맥락이 부여되지 않는 보편적 쓰기학습은 교육적 효과가 없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단순한 건의문 쓰기연습은 소용이 없고, 교장선생님에게 소풍장소 변경을 요청하는 건의문, 마을 진입로 확장을 위한 건의문과 같이 구체적 맥락을 가진 쓰기연습만이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맥락이 부여되지 않는 쓰기학습은 사람들을 설득하는 글을 쓰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정희모 연세대 교수, 국문학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