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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中의 주변국 외교전략과 선택 압박

- 입력 2021. 09. 23.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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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자국 중심 亞 지역 질서 모색
美와 맞대결속 韓에 협력 요구
反中정책 전환 땐 보복 가능성
韓, 中 내부 변화 면밀히 살펴야

지난 21일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미·중 정상은 날카롭게 대립했다. 신냉전의 분위기가 스멀거린다. 시진핑 시기 들어 중국은 주변국 외교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시진핑이 제안한 미국과의 평등성에 기초한 새로운 강대국 관계가 실현되기 어렵고, 오히려 전략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주변국의 전략적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 것이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소련과 마찰을 빚은 1960년대 초, 그리고 천안문 사태로 국제적으로 고립된 1990년대 초에 주변국과의 관계를 대폭 강화해 상대 강대국에 맞섰다. 시진핑 시대 중국은 ‘중국 특색의 주변국 외교’를 추진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 중이다. 중국은 이미 2003년 이웃과 화목하고(睦隣), 화평하며(安隣), 같이 부유해지는(富隣) 것을 목표로 하는 주변국 외교 3대원칙을 천명한 바 있다. 시진핑은 2013년 주변국 외교 좌담회에서 친성혜용(親誠惠容)의 대주변국 외교원칙을 추가했다. 즉, 주변국에 대해 친밀하고, 성의를 다하며, 혜택을 베풀고, 관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미·중 전략경쟁시대 중국판 소프트 파워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시진핑은 2014년 상하이에서 개최된 제4차 아시안 신뢰구축 정상회의(CICA)에서 “아시아의 안보는 아시아인이 해결한다”는 화두를 던진 바 있다. 이는 마치 아시아판 먼로선언이 아닌가 할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시진핑은 더 나아가 ‘공동안보, 포괄안보, 협력안보, 지속가능한 안보’를 내건 ‘아시아 안보관’을 제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아시아는 협력과 공동번영을 핵심 원칙으로 한 ‘아시아운명공동체’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미·중 간의 전략경쟁이 본격화되고, 미·중 간의 경제 탈동조화의 추세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중국은 그들 중심의 아시아 지역질서를 적극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
시진핑 시기 중국의 주변국 외교에 대한 중시와 점증하는 관심은 중국 학계에서 이미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중국주변학’이라는 학문 분야가 새로이 탄생했다. 중국 주변외교관련 보고서와 연구서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중국 외교수사에서 간헐적으로 나오던 주변이란 개념이 이제는 본격적인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육지로 인접한 14개국과 해상으로 연한 8개국을 넘어 미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중동 등을 다 포괄하는 ‘대주변’ 개념과 연구가 제시됐다. 중국 남해-대만해-동해-황해-일본해를 연동시켜 사고하는 ‘오해(五海)연동’의 전략개념도 유행하게 됐다. 그리고 미·중 전략경쟁 시기 미·중 전략경쟁에 함몰되기보다는 자신의 전략이익을 지키려는 국가군을 총칭하는 ‘중간국가’ 개념도 나왔다. 여기에는 일본, 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을 포함하고 있다. 중간국가 개념은 과거 미·소 냉전시기 초강대국으로부터 중국의 생존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중간지대론을 제시하고 유대를 강화하고자 했던 1960년대 중국의 외교정책을 연상케 한다. 현재 중국이 생각하는 천하 3분론은 미, 중, 그리고 이들 중간국가와 서유럽 국가의 병존체제를 의미하며, 이들 제3지대는 향후 중국이 적극 투자해야 할 외교공간이 되고 있다.

중국의 주변국 외교 중시는 한국에 그만큼 선택의 압력이 가중되고, 향후 미·중 전략경쟁에서 더욱 고도의 외교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한국은 중국의 주변국 외교에서 대단히 중요한 전략적 지위를 차지한다. 중국의 입장에서 한국은 ‘주변국가’이면서 ‘중간국가’ 군에 속하며, 미·중 전략경쟁에서 중국이 당분간은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고품질의 반도체 생산 역량을 갖춘 국가이다. 미국이 한국을 동북아 지역의 안정과 평화를 위한 핵심축이라 했지만, 중국의 입장에서도 한국은 중국의 주변국 외교전략의 핵심축이 된다. 당분간 중국은 한국과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한국의 신정부가 반중정책으로 전환하는 경우, 강력한 보복으로 맞설 개연성이 크다. 더구나 중국의 주변부 연구가 강화되는 것은 그만큼 중국의 전략 역시 풍부하고 세밀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중국 내의 변화와 연구동향에 대한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안타까운 것은 현재 한국의 외교안보 생태계가 이를 따라가기에는 너무나 조악하고, 정치 지도자의 관심이나 이해도가 현저히 뒤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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