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정치인과 TV이미지

정진수 입력 2021. 9. 23.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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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9일 출연한 SBS 예능 '집사부일체'가 시청률 대박을 쳤다.

SBS는 시청률을 올리고 윤 전 총장은 "형이라고 불러"라며 출연자에게 편하게 다가가는 '윤주부' 이미지를 만들었으니, '윈윈'이 된 셈이다.

예능이 나쁜 이미지를 '필터링'을 해준다는 비판을 의식해선지 최근에는 정치인 출연 예능에 불편한 질문이 등장했다.

그래서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좋은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연예인만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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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9일 출연한 SBS 예능 ‘집사부일체’가 시청률 대박을 쳤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국 가구 시청률은 7.4%로 전주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올랐다. 분당 최고 시청률은 12%를 넘었다. SBS는 시청률을 올리고 윤 전 총장은 “형이라고 불러”라며 출연자에게 편하게 다가가는 ‘윤주부’ 이미지를 만들었으니, ‘윈윈’이 된 셈이다. 오는 26일과 10월 3일에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총리도 출연할 예정이다.

정치인의 예능 출연은 지난 10여년간 계속 이어져왔다. 선거를 앞둔 ‘거물’ 정치인이 예능에 나온 시초는 2012년 SBS ‘힐링캠프’.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출연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방선거가 있기 전해인 2017년 SBS ‘동상이몽’에 부부 동반 출연해 ‘금실’을 자랑하기도 했다. 지난 1월에는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시장 후보를 준비 중이던 나경원 국민의힘 예비후보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TV조선 ‘아내의 맛’에 출연했다.
정진수 문화체육부 차장
대한민국에서 이들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을 감안하면 출연 목적은 인지도가 아니라 ‘좋은 이미지’ 구축으로 보는 것이 맞겠다.

이들이 추구하는 이미지는 대동소이하다. 바로 ‘부드러운 카리스마’. 도지사와 시장, 대통령 후보이기 때문에 지도자의 리더십은 기본으로 강조하되 너무 권위적이거나, 강해보이는 것은 살짝 ‘다듬는’ 작업인 셈이다. 여성 후보자들은 바쁜 와중에도 꼭 남편과 아이들을 챙기는 가정적인 모습을 강조하고, 남성 후보자들은 그동안 날카롭거나 사나웠던 모습 대신 ‘허당’ 이미지를 살짝 부여하는 식이다.

과거 대통령 후보 이미지 메이킹에 참여한 한 컨설팅 관계자는 “목적은 하나라고 보면 된다. 후보자에게 가장 강하게 각인된 이미지를 완화시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장점이라고 하더라도 오래되면 ‘단점’으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상쇄시키는 다른 이미지를 넣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능을 통해 불통의 이미지를, 우유부단한 이미지를, 드센 이미지를 지우는 셈이다. 예능이 나쁜 이미지를 ‘필터링’을 해준다는 비판을 의식해선지 최근에는 정치인 출연 예능에 불편한 질문이 등장했다. 집사부일체에서는 윤 전 총장에게 “나에게 추미애란”, “대통령만 보면 싸우고 싶나” 등의 질문을 배치했다. 그러나 답변에 대한 추가 질문 대신 재치 있는 대답에 출연자들이 ‘빵 터지면서’ 끝났다. 결국 그들이 보여주고 싶은 모습과 이미지의 일방 전달에 그치고 만 셈이다. 사실 웃자고 만든 예능에, 죽자고 달려들라는 요구 자체가 어불성설 아니겠는가.

친근한 이미지, 좋은 사람, 착한 이웃의 이미지는 정치인이나 일반인이나 모두 갖고 싶어하는 이미지다. 문제는 정치인이 만든 정책은, 얼마나 착한 사람이 어떤 선의를 가지고 만들었는지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책은 결과로 모든 과정을 대변한다. 시장, 도지사, 대통령의 자리란 그런 곳이다.

그래서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좋은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연예인만으로 충분하다. 대통령 후보에게 필요한 것은 이미지 메이킹이 아닌 철저한 검증이다.

정진수 문화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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