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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복 김선생] 박세리·레이디 가가·브래드 피트.. '셀럽'들이 와인 내놓는 이유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입력 2021. 09. 2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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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 자신의 이름 건 와인 출시
박세리가 와인수입사 '보틀샤크'와 손잡고 내놓은 ‘더 시즌 와인즈 바이 세리 팍’. /보틀샤크

한국 골프의 살아있는 신화 박세리(44)가 자신의 이름을 건 와인을 출시했습니다. 와인수입사 보틀샤크(Bottleshock)와 손잡고 ‘더 시즌 와인즈 바이 세리 박(The Season Wines by Seri Pak)’를 내놨습니다. 박세리가 와인을 직접 양조한 건 아니고, 여러 와이너리에서 만든 와인을 시음해 본인의 입에 가장 맞는 와인을 선별했습니다.

◇ 매년 와인 바뀌는 ‘시즌제’ 도입

와인업계 최초로 시즌(season)제 방식을 도입해 매년 새로운 와인을 선보인다는 점이 독특합니다. 이번 ‘더 시즌 1 와인’은 레드와인 2종류와 화이트와인 1종류 등 3종으로 구성됐습니다.

화이트와인 ‘에피소드1 리세스 2020 알바리뇨(Episode 1 Recess 2020 Albarino)’는 리프 앤 바인(Leaf and Vine) 와이너리에서, 레드와인인 ‘에피소드2 리플렉트 2017 카베르네 소비뇽(Episode2 Reflect 2017 Cabernet Sauvignon)’과 ‘에피소드3 리메이크 2015 시라(Episode3 Remake 2015 Syrah)’는 마리에타 와이너리에서 생산했습니다. 리프 앤 바인과 마리에타 둘 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노마에 있는 와인 양조장입니다.

박세리는 와인 애호가입니다. 그는 ‘더 시즌 1 와인’을 소개하면서 “와인을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많이 마셔봤기 때문에 좋은 와인인지 아닌지 판가름할 수는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보틀샤크 관계자도 “박세리가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포도 품종을 모두 맞춰 놀랐다”고 했습니다.

본래 맥주를 즐겼지만, LPGA 투어 생활을 하면서 지인들과 식사하는 기회를 통해 자연스럽게 와인에 빠져들었고, 은퇴 무렵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나파밸리 투어를 다녔다고 합니다.

박세리가 가장 인상 깊었다고 꼽은 곳은 미국 와인의 아버지라 불리는 로버트 몬다비(1913~2008년)가 만든 몬다비 와이너리. 박세리는 “몬다비가 만든 와인 코르크에는 ‘와인은 열정이다(wine is passion)’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는데, 와인을 골프 특히 한국 골프로 바꿔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포도 품종으로 만든 와인을 가장 좋아한다고 합니다. 그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와인도 첫인상이 중요하다”며 “첫 모금에서 깊고 강한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이 가장 맛있다”고 했습니다.

◇ 와인, 신분 상승의 통로

국내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와인을 만든 스타는, 제가 알기로는 박세리가 최초입니다. 반면 외국에는 유명인사가 만드는 와인이 꽤 많습니다.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를 검색하면 와인을 만드는 양조장이나 포도밭을 소유한 유명인사가 100명쯤 됩니다.

미국 가수 겸 배우 레이디 가가,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부부 연기자였던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 영화감독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프랑스 국민배우 제라르 데파르디외, 영국 가수 스팅, 가수 마돈나 등이 대표적입니다.

‘셀럽’들은 왜 와인을 만들까요. 와인칼럼니스트 김상미씨는 “와인을 좋아하기도 하겠지만, 와인메이커라고 하면 단순히 유명인사 또는 부자가 아닌 문화적 소양을 갖춘 세련된 인물로 보인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하는 듯하다”고 했습니다. 과거 유럽에서 와이너리는 신분 상승의 주요 수단이었습니다.

로스차일드(Rothschild) 가문의 경우가 대표적이죠. 로스차일드는 지난 2세기 동안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해온 유대계 재벌. 19세기 중반 유럽 최대 금융 세력으로 등극했지만 유대인이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유럽 상류사회 진출이 힘들었습니다.

와인은 로스차일드 가문의 돌파구가 됐습니다. 가문의 창시자 마이어 암셀 로스차일드의 셋째 아들이자 영국 금융계를 주름잡았던 네이선 로스차일드에게 나다니엘이라는 아들이 있었습니다. 1850년 프랑스 파리로 건너간 나다니엘은 귀족들과 친분을 쌓기 위해 매일 밤 성대한 파티를 열었죠.

나다니엘은 프랑스 귀족들처럼 자신의 와인으로 손님을 접대하고 싶었습니다. 1853년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샤토 브란 무통’을 사들여 ‘샤토 무통 로칠드’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로칠드는 로스차일드의 프랑스어 발음. 나다니엘의 삼촌 제임스도 1868년 ‘샤토 라피트’를 매입해 ‘샤토 라피트 로칠드’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두 와인은 지금까지 프랑스를 대표하는 최고급 와인입니다.

◇ 테킬라, 와인 밀어내나

유명인사들의 관심이 와인에서 테킬라, 위스키, 보드카 등 알코올도수가 높은 증류주로 이동하는 듯합니다. 특히 테킬라 생산에 뛰어드는 이들이 급증했습니다.

가장 유명한 건 배우 조지 클루니. 그는 친구 2명과 함께 ‘카사미고스(Casamigos)’를 2013년 출시했고, 이 테킬라를 2017년 세계 최대 주류업체 디아지오에 10억 달러에 매각해 화제가 됐습니다. 가수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2009년부터 ‘사우사(Sauza) 707′을, 힙합 가수 ‘퍼프 대디’ 션 콤즈는 2014년 ‘데레온(DeLeon)’을, 래퍼 E-40는 지난 2월 ‘E 콰렌타(E Cuarenta)’를, 헤비메탈 밴드 AC/DC는 2016년 ‘선더스트럭 테킬라(Thunderstruck Tequila)’를 내놓았죠.

유명인사들은 주로 대형 주류업체와 공동으로 술을 생산합니다. 주류업체들이 유명인사들에게 관심을 갖는 건 이들의 팬층이 주류업체 주 소비층과 겹치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도 유명인을 활용한 술 마케팅은 활발했습니다. 광고 모델로 기용하거나 ‘브랜드 홍보 대사’라는 타이틀을 주고 전면에 내세웠죠.

할리우드 배우 조지 클루니(가운데)가 친구 2명과 함께 설립한 ‘카사미고스’ 광고. 클루니는 이 테킬라 브랜드를 10억 달러(약 1조 원)에 세계 최대 주류업체 디아지오에 매각했다. /조선일보DB

하지만 요즘은 전형적인 광고가 덜 먹히는 시대. 대신 유명인사들을 추종하는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한 알리기가 훨씬 효과적이죠. 팀버레이크는 4000만 명이 넘는 자신의 트위터 팔로워들에게 자신이 생산에 참여하고 있는 사우사 707를 꾸준히 소개합니다.

콤즈가 프랑스에서 생산되는 디아지오의 보드카 ‘시락(Ciroc)’을 알리기 시작하면서 판매가 연 5만 케이스에서 200만 케이스로 40배 이상 폭증했고요. 디아지오가 콤즈에게 ‘데레온’ 지분 50%를 주고 참여토록 한 건 이런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이죠.

유명인사 참여한다고 무조건 매출이 신장하는 건 아닙니다. 영국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이 개발에 참여한 ‘헤이그 클럽(Haig Club)’ 위스키는 시장에서 인지도가 여전히 미미합니다. 소위 ‘케피’ 또는 ‘궁합’이라고 말하는, 유명인사와 주류의 이미지가 얼마나 잘 맞는지가 중요한 듯합니다.

힙합 레이블 AOMG 수장이자 가수 박재범은 올해 안에 소주 브랜드 론칭한다고 밝혔습니다. 박재범은 지난해 한 방송에서 “이름은 ‘원소주’로 정했다”며 “미국에서는 많은 아티스트들이 주류 회사를 운영한다. 제이지는 샴페인, 조지 클루니는 데킬라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생소한 일이다. 소주의 글로벌화를 꿈꾸고 있다”고 했습니다. ‘소주’라는 노래를 내기도 했던 박재범이 어떤 소주 제품을 들고 나올 지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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