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7억 배당받은 투자자의 과후배가, 사업자 선정업무 맡았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 사업에 참여했던 화천대유 관계사(천화동인 4호) 경영진의 대학 후배가 사업자 선정 5개월 전에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입사해서 관련 업무를 맡았던 것으로 23일 나타났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대장동 개발 계획을 수립하던 시기에 “민간 사업자 쪽에서 공사에 사람을 심었다”는 얘기가 퍼졌다는 공사 내부 관계자 증언도 나왔다. 실제 이 직후 화천대유를 자산관리사(AMC)로 둔 성남의뜰이 대장동 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야당에선 “화천대유 측과 인허가권을 가진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사실상 한 몸처럼 움직인 것 아니냐”면서 규명 필요성을 제기했다.
전·현직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들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대장동 개발 사업 입찰 공고가 나오기 전인 2014년 11월 변호사 정모(47)씨가 공사 직원으로 입사했다고 전했다. 이후 정씨는 공사 전략사업실에서 근무했다. 대장동 사업 계획 수립을 주도한 부서다. 대장동 개발 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앞두고 외부에서 정씨가 채용되자 공사 안팎으로 “그쪽(민간 사업자)에서 넘어온 사람”이라는 얘기가 돌았다고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들은 전했다. 개발 사업을 수주하려는 민간 업자 측에서 우선협상대상자를 심사·선정하는 공사에 자기편 사람을 심었다는 취지다.
실제 정씨는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4호 경영진 남모(48) 변호사의 대학 법학과 후배로 파악됐다. 남 변호사는 대장동 개발 사업 추진 과정에서 불법 로비를 한 혐의로 2015년 구속된 전력이 있다. 공사 내부에선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남씨가 대학 후배인 정씨를 소개해 취업이 성사됐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정씨가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입사한 이후 남씨가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천화동인 4호는 대장동 개발 사업에 8721만원을 출자해서 1007억원을 배당받았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사업제안서를 접수한 지 하루 만인 2015년 3월 27일 성남의뜰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대장동 개발 사업에 응모한 3개 컨소시엄 선정 과정에서 정씨는 절대평가(내부 평가)뿐 아니라, 상대평가(외부 평가)에서도 평가위원으로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이기인 성남시의원은 “(사업자 선정 평가 때) 상대·절대평가에 모두 들어간 내부 직원들은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 영향력 아래에 있던 사람들”이라고 했다.
정씨가 근무했던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을 총괄했던 이는 이재명 경기지사 측근으로 꼽히는 유동규씨였다. 유씨는 대장동 개발 사업이 설계될 무렵 “민간 개발 업체 통제 장치가 필요하다”던 내부 반발을 묵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공사에서 근무했던 관계자는 “전략사업실은 유씨의 직속 부서”라면서 “이들이 사실상 대장동 개발 이익 분배를 민간 업자들에게 유리하게끔 설계했다”고 전했다.
정씨는 화천대유와 그 관계사인 천화동인 1~7호가 각각 577억원, 3460억원의 배당금을 거둘 무렵인 올 2월 공사에서 퇴사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측은 “2014년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출범하면서 개발 영역을 확장할 필요가 있었다”면서 “당시 변호사, 회계사 인력이 급해서 정씨도 뽑았던 것”이라고 했다. 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한 반론을 듣기 위해 본지는 남씨와 정씨에게 수차례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
한편, 이날 김수남 전 검찰총장이 소속된 법무법인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화천대유 고문을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권순일 전 대법관, 박영수 전 특검,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에 이어 화천대유 고문·자문단에 추가로 고위 법조인 이름이 언급된 것이다. 김 전 총장은 2017년 9월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난 뒤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설립했고, 지난해 대형 로펌으로 옮겼다. 김 전 총장은 “개인적으로 화천대유 고문변호사를 한 적은 없고, 과거 소속되었던 로펌이 고문 계약한 것”이라며 “고문료는 로펌 법인 계좌에 입금돼 세무신고 했다”고 말했다. 고문료 액수 등의 사항에 대해선 “그 외 사항은 의뢰인과의 비밀유지 임무상 밝힐 수 없음을 양해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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