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진이형 떠난 광주신세계 휘청..남은 개미들만 '우왕좌왕'

권유정 기자 2021. 9. 2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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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정용진 회장 지분 웃돈 주고 매입
광주신세계, 5거래일 만에 16% 넘게 하락
주주들 "공개매수 후 상장폐지 나서야"

“광주신세계는 용진이(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비상금 통장이었다” “최대주주만 쏙 빠져나가고 나머지 주주는 알아서 하라는 식이니 추석 내내 우울하다” “어차피 신세계 지분 60%가 넘는데 신세계우(상장 우선주)로 사명을 바꾸자”

광주신세계 전경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광주신세계(037710)가 최대 주주인 정 부회장의 지분 매각 소식에 급락하면서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정 부회장의 증여세 마련과 그룹 차원의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포석이 깔린 이번 조치가 주주들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간외 거래를 통해 기존 주가에 프리미엄까지 얹고 주식 전량을 매각한 정 부회장과 달리 주주들은 이튿날 개장과 동시에 떨어지는 주가를 방어할 기회가 없었다.

광주신세계는 신세계가 지난 1995년 최초로 지방에 출점한 광주신세계백화점으로 출발한 회사다. 당시 유통업계에서 처음으로 설립된 현지법인이라서 주목을 받았다. 이후 2006년 광주 이마트를 함께 운영하며, 광주신세계로 사명을 바꿨다. 주식시장에는 2002년 2월에 입성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3일 광주신세계는 전거래일보다 2000원(1.03%) 하락한 19만1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광주신세계는 14일부터 16일까지 3거래일 연속 하락했고, 추석 연휴 전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17일에 소폭 반등한 뒤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이 기간 낙폭은 16.4% 수준이다.

앞서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이끄는 신세계는 14일 공시를 통해 정 부회장이 내놓은 광주신세계 지분 52.08%(83만3330주)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1주당 취득단가는 27만4200원으로 매입금액은 2285억원이다.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고려해 세법에 따라 주당 가격이 14일 종가(22만8500원)보다 20% 가량 높게 산정됐다.

이번에 정 부회장 지분 매각의 표면적인 이유는 증여세 납부다. 지난해 9월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은 정 부회장에게 이마트 지분 8.22%(3190억원)를 증여했다. 이때 증여세는 증여 받은 금액의 절반을 넘는 1917억원 수준이다. 증여세 최고세율은 50%이지만 대주주가 주식을 증여할 때는 10%포인트(P)가 추가로 적용된 탓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제공

광주신세계 소액주주들은 회사가 정 부회장의 증여세 마련이라는 사익편취에 동원됐다며 비판 수위를 높이는 상황이다. 심지어 일부는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에 불공정거래 관련 민원을 제기한다는 계획이다. 국정감사 시즌이 다가오는 만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직접 제보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그간 증권가 안팎에선 정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광주신세계 지분을 처분할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2018년부터 광주신세계는 이마트 광주점을 이마트에 넘기고 백화점 사업만 해오던 상황이었다. 신세계 그룹이 남매의 분리경영(정용진=이마트, 정유경=백화점) 체계로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놓고 있는 한 광주신세계가 신세계에 편입될 수밖에 없다는 데 무게가 실렸다.

일부 주주들은 향후 신세계와 광주신세계의 합병 가능성을 거론하며 신세계가 현 주가보다 비싼 가격에 자사주를 공개 매수한 뒤 상장폐지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에 따르면 최대주주 등이 대상회사 발행주식 총수의 95%를 초과하는 주식을 보유하는 경우 자발적으로 상장폐지를 신청할 수 있다. 최근 SK E&S가 투자자 보호를 위해 공개매수를 통해 부산도시가스의 지분을 취득한 후 상장폐지에 나선다고 밝혔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신세계 입장에선 광주신세계 지분을 많이 확보를 했고, 굳이 따로 운영할 필요도 없기 때문에 두 회사의 합병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합병을 할 때는 신주 발행을 통해 자기 주식을 주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의성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실질적으로 신세계에 그런 의무가 있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광주신세계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대표적인 알짜 종목으로 꼽혀왔다. 2013년부터 매년 400억원대 순이익을 유지하고 있지만, 주가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이유에서다. 잉여현금흐름(FCF) 등을 감안할 때 주주환원 차원에서 배당금을 늘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 국민연금을 비롯한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의 계속되는 배당 확대 압박에 광주신세계는 주당 배당금을 2017년 0.5%, 2018년 1.7%, 2019년 2.1%로 늘렸다. 지난해 정 부회장이 챙긴 배당금은 처음으로 100억원을 넘겼는데, 이때 광주신세계에서만 29억원을 배당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관행적으로 최대주주가 지분을 갖고 있으면 피해는 보지 않는다는 시각이 있는데 그 지배구조가 완전히 바뀌어버린 것”이라며 “앞으로 합병 계획 등을 고려할 때 회사가 배당 성향을 더 이상 늘리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올 수 있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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