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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안전벨트 안했네?" 묻고 액셀 밟아 쾅..옆자리 동생은 비명 질렀다

김자아 기자 입력 2021. 09. 24. 07:28 수정 2021. 09. 24.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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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오픈카' 유족 "가해자 엄벌" 청와대 청원
'제주 오픈카' 사고로 반파된 차량. /SBS '그것이 알고싶다'

제주에서 오픈카를 빌려 음주운전을 하다 연인을 숨지게 한 이른바 ‘제주 오픈카 사건’ 피해자의 언니가 가해자의 엄벌을 요구하며 청와대 청원을 올렸다.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동생을 죽음으로 내 몬 ‘제주도 오픈카 사망사건’의 친언니 입니다. 부디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제주 오픈카 사건’ 피해자 A씨의 친언니라고 밝힌 청원인은 “(사고) 2년이 지났고, 동생이 떠난 지도 1년,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며 “너무나 처참하게 슬프고 가엽게 떠난 제 동생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이것 뿐인 언니의 마지막 책임감이다. 억울한 죽음을 밝힐 수 있게 제발 도와달라”고 운을 뗐다.

앞서 A씨의 연인 B씨는 2019년 11월10일 오전 1시쯤 제주시에서 포드 머스탱 컨버터블(오픈카)을 렌트해 몰다 도로 오른쪽에 있던 연석과 돌담, 경운기를 차례로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B씨는 면허 취소 수준인 혈중 알코올 농도 0.118%의 만취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로 안전벨트를 매지 않고 조수석에 타고 있었던 A씨는 차량 밖으로 튕겨져 나가 머리 등을 크게 다쳐 의식불명에 빠졌다. A씨는 결국 지난해 8월 사망했다.

청원인은 “(사고 당시 동생은) 오픈카 차량 밖으로 튕겨져 나가 머리를 크게 부딪혀 뇌 수술만 5번, 갈비뼈는 부러져 폐를 찔렀고 쇄골뼈까지 어긋난 상태로 총 10번의 대수술을 했다”며 “결국 의식이 돌아오지 못한 동생은 투병 9개월 만에 뇌 손상으로, 그토록 아름다웠던 젊음을 펼치지도 못 한 채 이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B씨는 사고 당일은 물론 이후로도 덤덤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청원인은 “동생이 생사를 오가며 사경을 헤맬 무렵, 가해자는 (사고) 당일 저녁 사실혼 관계를 동생 친구에게 주장하며 둘 관계의 증인이 되어줄 수 있냐고 부탁했다”며 “동생이 생사의 갈림길에 있을 때 죄책감과 슬픈 모습은커녕 덤덤한 모습을 유지했고, 사실혼 관계 주장은 전혀 납득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어 “사고 이튿날, 가해자가 서울을 가서 가장 먼저 한 행동은 본인의 노트북과 물건을 가지고 나와 동생의 집 비밀번호를 변경하는 일이었다”며 “사고를 낸 다음날 차디찬 중환자실에서 본인이 낸 사고로 생명이 불투명한 동생을 보고도 동생 집에 들어가 물건과 노트북을 가져와야 함은 무엇이냐. 동생 집 비밀번호를 왜 변경한 거냐. 사고를 낸 가해자의 모습은 침착했다. 사랑하는 사람의 위중함 보다 더 급했던 것이 도대체 무엇이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B씨의 태도에 의문을 품고 있던 청원인은 사고 사흘째 되던 날 동생의 휴대폰에서 녹취 음성파일을 발견했다고 한다. 해당 파일에는 사고 직전부터 사고 순간까지 1시간가량이 녹음돼 있었다.

청원인은 “(음성파일은) ‘헤어지자’는 가해자의 음성과 그런 그를 붙잡는 동생의 음성으로 시작됐다”며 “펜션 앞 주정차 후 다시 출발하자마자 서로의 관계에 대한 회의감을 말했다. ‘그럼 집에 가’라는 동생의 말과 함께 안전벨트 미착용 경고음이 울리자 가해자가 ‘안전벨트 안 했네?’라며 질문했다. 동생이 ‘응’ 하고 대답하는 순간 가해자는 액셀을 밟았다. 굉장한 액셀 굉음과 함께 동생의 비명소리로 끝이 난다”고 했다.

그는 “고작 20초도 안되는 시간에 벌어진 끔찍한 사고였다”며 “차가 출발했던 시작점과 사고 지점은 불과 500m다. 출발 후 몇 초 뒤 경고음이 울렸고, 제 동생은 그렇게 안전벨트를 착용할 여유도 없이 다시 차에 타자마자 단 19초 만에 삶을 잃었다. 내비게이션에 시간도 뜨지 않을 만큼 가까운 거리를 114㎞로 급가속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가해자는 사고 당시) 여자친구가 먹고 싶다던 라면을 사러 가는 길이었고, 안전벨트를 착용하라는 주의를 준 것이라고 주장한다”며 “만일 그런 거라면 ‘안전벨트를 해야지’라고 말하거나 기다려주지 않고, (왜) 안전벨트를 안 한 걸 인지하고도 급가속을 했느냐”고 반문했다.

'제주도 오픈카' 사건 피해자 유족이 올린 청원./청와대 홈페이지

또 음성파일에 동생의 비명소리만 담긴 점도 문제 삼았다. 갑작스러운 사고에도 B씨가 소리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청원인은 “(가해자 주장대로) 피할 수 없던 과실이었다면 반사 신경에 의해 놀라 소리를 내기 마련”이라며 “가해자는 무의식중에 놀라서 내는 소리가 단 한마디도 없다. 그 상황을 예견하지 않은 이상 날아가 떨어진 여자친구의 상태를 확인하고도 소리를 안 낼 수 없을 텐데 마냥 조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구호 조치조차 하지 않았다. 119 구급대를 부른 신고자 또한 굉장한 소리에 놀라 나온 주민이었다”고 했다.

그는 “디지털 포렌식 결과에 따르면 사고 당일 가해자는 본인 휴대폰으로 변호사 선임, 사실혼 관계, 음주운전 방조죄를 검색했다”며 “생채기 하나 없는 몸으로 형사 처벌을 피해 감형만 받으려 하며 본인의 안위 만을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본인이 낸 사고로 인해 여자친구가 대수술을 거쳐 머리를 제대로 닫지도 못하는 상황에도 덤덤하게 앉아 그날로 변호사를 선임했다”며 “어떻게 사고가 난 거냐 물으니 잘 모르겠다며 오픈카 렌트도, 제주에 오자고 한 것도 전부 동생이었다더라. 그 순간에도 거짓말을 하며 본인의 책임을 회피하고 모든 책임을 동생에게 전가했다”고 했다.

청원인은 사고 당일 이후 B씨를 병원에서 볼 수 없었다고 한다. B씨는 A씨의 장례식장에도 오지 않았으며 소셜미디어에서 A씨와의 추억이 담긴 게시물을 모두 삭제했다는 게 청원인 주장이다.

청원인은 “그 모습이 가슴에 생생히 남아 비수로 꽂혀 잊을 수가 없다”며 “가해자는 고의가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한 줌의 재가 되어버린 동생은 말이 없다. 하지만 남기고 간 명백한 증거가 남아있다. 부디 제 동생의 마지막 음성의 목소리를 헤아려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가해자는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불구속 수사로 여전히 거리를 돌아다니며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있다”며 “철저한 조사로 제 동생의 억울함을 반드시 풀어주시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했다.

아울러 “모든 진실이 드러나 정의 있는 세상이 될 수 있도록 가해자의 구속수사를 촉구한다”며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이 사회와 격리조치 될 수 있도록 죗값에 대한 처벌이 마땅히 이루어지기를, 엄벌을 처해주시길 강력히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B씨는 살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지난 13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B씨에 대한 3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이 신청한 증인인 A씨의 어머니는 “결혼까지 하려고 했던 사람이 사경을 헤매고 있는데 어떻게 면회 한 번을 안 올 수 있느냐”면서 “우리 딸의 억울함을 풀어 달라”고 호소했다.

A씨 유족들은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할 때부터 B씨가 A씨를 살해하려고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B씨 측은 “피해자 유족을 의식한 검찰이 무리하게 피고인을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재판부는 오는 11월4일 오후 3시 4차 공판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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