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종전선언 추진에..北 "시기상조, 美적대정책 철회 우선"

정용수 입력 2021. 9. 24. 07:48 수정 2021. 9. 24.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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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유엔 총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 추진과 관련 "눈앞의 현실은 종전선언 채택이 시기상조라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이태성 외무성 부상은 24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가 우선"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되었음을 함께 선언하길 제안한다"고 밝혔다. 남북이 지난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3조 3항)키로 합의한 내용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그러나 이 부상이 '시기상조론'을 꺼내 들고 나온 건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말 속도를 내려는 종전선언 제안을 사실상 거절한 것으로 풀이된다. 나아가 지난달 10일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의 연장이기도 하다.

이 부상은 미국의 군사력 증강 행보를 이유로 들었다. 미국이 올해 '미니트맨-3'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한 것과 한·미 미사일지침의 종료 선언, 미국이 한일 양국에 새 무기체계를 판매하기로 결정한 것을 언급하면서다.

실제 이 부상은 "조선반도(한반도)와 주변의 지상과 해상, 공중과 수중에 전개돼 있거나 기동하고 있는 미군무력과 방대한 최신전쟁 자산들, 그리고 해마다 벌어지는 각종 명목의 전쟁연습들은 미국의 대조선적대시 정책이 날이 갈수록 더욱 악랄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정세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속에 종이장에 불과한 종전선언이 우리에 대한 적대시 철회로 이어진다는 그 어떤 담보도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북한)를 힘으로 타고 앉으려는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처한 우리의 정당한 국방력 강화 조치는 '도발'로 매도되고 우리를 위협하는 미국과 추종세력들의 군비증강 행위는 '억제력 확보'로 미화되는 미국식 이중기준 또한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산물"이라고 비판했다.

한·미연합훈련, 군사력 증강, 대북제재 등이 이어지는 한 종전선언은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는 지난 1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8차 당 대회 연설과도 맥을 같이 한다.

이 부상은 "조선반도(한반도)에서 산생되는 모든 문제의 밑바탕에는 예외없이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놓여 있다"며 "우리를 둘러싼 정치적 환경이 달라지지 않고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종전을 열백번 선언한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하나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는 이미 종전선언이 그 누구에게 주는 선사품이 아니며, 정세변화에 따라 순간에 휴지장으로 변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라며 "미국의 이중기준과 적대시 정책 철회가 조선반도 정세 안정과 평화보장에서 최우선적인 순위에 있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한·미의 지속적인 대화 제의에 순항·열차 탄도 미사일을 쏜 북한이 외무성 고위 당국자를 내세워 대화 제의를 사실상 거절했다는 점에서 당분간 북한이 군사 행동에 나서는 등 분위기를 고조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단, 북한이 이날 "종전을 선언하는 것은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밝혔다는 점에서 종전선언 자체를 거부했다기보다 긴장 완화 조치 등의 행동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라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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