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눈치보기'에 커지는 불신..사법 개혁 입법까지 '험로'

한광범 2021. 9. 24. 09: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4년]②갈 길 잃은 사법 개혁
정치권, 김명수 불신→사법 개혁 법안 좌초 가능성
판사 경력 '5년 유지' 개정안 부결로 법조계 '충격'
김명수 약속한 상고심 개혁도 정치권 수용 미지수
문재인 대통령과 김명수 대법원장이 2018년 9월 13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사법부 70주년 행사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은 부적절한 처신으로 정치권으로부터 비판의 표적이 되고 있다. 법조계에선 이 같은 김 대법원장에 대한 불신이 개인에 대한 비토를 넘어 사법개혁 법안의 좌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제1 야당인 국민의힘은 지난 2월 5일부터 7월 16일까지 102일 간 대법원 청사 앞에서 김 대법원장 퇴진 촉구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했다. 1인 시위엔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마지막 시위 주자였던 김 원내대표는 “김명수 같은 사람은 다시는 대한민국에서 탄생해서는 안 될 대법원장”이라며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이는 법원 인사에 대한 비판에 더해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와의 녹취록 공개 사건이 결정적이었다. 정치권 눈치를 살피는 듯한 김 대법원장의 발언에 더해 그 이후의 김 대법원장 거짓 해명까지 드러나며 사상 초유로 제1 야당의 3개월 퇴진 시위가 이어진 것이다.

임 전 부장판사 녹취록 사건은 위태로웠던 김 대법원장의 리더십에 대한 불신을 폭발시키는 계기가 됐다. 그동안 법원 안팎에선 김 대법원장의 인사에 대한 불만이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대법관 임명제청이나 헌법재판관 지명 과정에서의 특정 성향 우대, 고법판사 보임 인사의 불공정성 등에 대한 지적이 계속돼 온 것이다. 또 사법연구를 명목으로 한 사법농단 기소 법관들에 대한 일방적 재판 배제 등에 대해서도 논란이 돼 왔다.

인사도 논란…대법관·헌법재판관 등서 특정성향 우대 비판

특히 일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장 인사를 둘러싼 논란은 ‘대법원장이 정치권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하기도 했다. 정권 관련 사건 재판에서 편향 논란을 일으킨 김미리 부장판사가 대표적이다, 통상 3년이면 근무지를 옮기는 법관 인사 원칙을 깨고 이례적으로 서울중앙지법에서 각각 4년째 근무했고, 통상 2년인 재판부 변경 시기도 지켜지지 않았다. 김 부장판사는 결국 지난 4월 개인적 사정에 따른 휴직 이후에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재판부였던 형사합의21부 재판장에서 물러났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7월 13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사퇴를 촉구하며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김은혜 의원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법농단 사태와 관련 ‘단죄’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윤종섭 부장판사 역시 논란의 인사다. 그는 무려 서울중앙지법에서 6년째 근무 중이다. 민사합의부 재판장을 맡다가 2018년 11월 형사합의부로 보임한 윤 부장판사는 같은 재판부에서 3년째 근무 중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건 재판장이었던 박남천 부장판사가 3년을 채우자마자 중앙지법을 떠난 것과 비교해도 차이가 난다.

문제는 김 대법원장에 대한 이 같은 불신이 단순히 개인 김명수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법원장이 누구인지와 무관하게 대법원이 추진하거나 해야 하는 개혁마저 ‘김명수 반대’를 이유로 벽에 부딪히기 일쑤가 되고 있다. 이 같은 개혁안의 좌초는 판사들의 재판 업무 가중으로 이어지고 이는 결과적으로 재판의 지연과 질적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법원조직법 개정안이다. 개정안은 판사의 임용 최소 경력 요건을 현행 5년으로 유지하는 내용이었다. 법원 내부에선 절대 다수의 판사가 개정안에 찬성했다. 현행대로 최소 경력이 2022년 7년, 2026년 10년으로 늘어날 경우 향후 판사 인력난이 심각해질 것이라는 점에서 판사들의 의견이 일치한 것이다.

필수적 법원조직법마저 국회 못넘어…다른 사법개혁 어쩌나

개정안은 최대 난관이었던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음에도 결국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법원행정처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의원들을 상대로 법안 필요성에 대해 총력 설득에 나섰지만 국회의 김 대법원장에 대한 불신의 벽은 넘지 못한 것이다. 법안에 찬성표를 던진 한 의원은 “반대·기권한 의원 다수가 법원 상황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았다”면서도 “사법 개혁 후퇴라는 주장에 공감하거나 현 대법원에 대한 의구심을 표결에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과거 법원행정처에서 근무했던 한 부장판사는 “법안 부결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주관이 다양한 판사들이지만 개정안에 대해선 대부분이 찬성했다. 그만큼 법원 내부에선 판사 인력난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가장 기본적인 개혁안마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면 다른 개혁안의 미래도 불 보듯 뻔하다”고 고개를 저었다.

정의의 여신상. (사진=이미지투데이)
실제 다른 개혁안들의 경우는 논의마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특히 대법원의 오랜 숙원인 상고심(3심) 개혁 논의는 4년째 제자리걸음이다. 현재 대법관 1인당 연간 4000건 이상을 처리하고 있다. 주말을 포함하더라도 하루 평균 11건 가까운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것이다. 대법원 판결 대부분이 4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된 소부에서 심리하는 점을 감안하면 하루 평균 44건의 사건 결론에 관여하는 수준이다. 이같은 과도한 업무량은 최고법원으로서의 대법원 역할 약화를 불러일으키는 주범으로 평가받는다.

김 대법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상고심 개선 방안 마련을 약속했지만 법조계의 전망은 부정적이다. 법조계 안팎의 입장이 첨예해 단일안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은뿐더러,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사태 배경이 상고심 개혁이었던 만큼 정치권 등 외부의 개혁 동력을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다.

고위법관 출신 한 인사는 “문제를 심각하게 보는 법원 내부와 달리, 정치권에선 ‘어쨌든 재판이 돌아가고 있다’는 이유로 상고심에 대한 문제의식이 크지 않다”며 “대법원장이 직접 나서서라도 정치권을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대법원장에 대한 불신이 가득한 상황에서 사법 개혁 법안과 관련해 국회를 설득할 묘수가 마땅치 않아 보인다”고 우려했다.

한광범 (totoro@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