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우리 아이 생애 첫 등원시키기

칼럼니스트 이은 입력 2021. 9. 24.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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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영부영 육아 인류학] 가슴이 콩닥콩닥, 아이의 유치원 첫 날

 

작은 마음 엄마의 분리불안 극복과정: 유치원 주차장에서 작은 아이를 기다리며. ⓒ이은

「새로운 버전: 엄마를 탓하지 마세요(The New Don't Blame Mother)」의 저자 카플란 박사(Paula J. Caplan)는 엄마와 아이의 유대감 형성(bond)은 자연스럽거나 선천적인 것이 아니며 출산 이후에 점차적으로 이뤄지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이 과정은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최근의 모든 엄마와 아이들에게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친 것은 아마 코로나 상황이 아닐까 싶다. 원래도 기관에 다니고 있지 않던 작은 아이는 유난히 조심스럽던 미국의 상황 탓에 바깥 외출을 거의 하지 많았고 사람이 조금이라도 모이는 것은 최대한 피했었다.

조심 또 조심하고자하는 우리 방침에 따라 그 전에는 가끔 만나던 친구들도 거의 만나지 않았다. 마스크도 잘 안쓰고 가족 여행이나 친구들과의 모임으로 많은 수의 사람들과 접촉하는 미국 가정 친구들과 편하게 만나기가 솔직히 좀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번 9월에 새학년 새학기가 시작하면서 이번에는 온라인 옵션이 없이 큰 아이가 무조건 대면 수업을 할 수밖에 없게 됐고, 작은 아이도 처음으로 기관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남편의 대학도 모두 대면 수업을 재개했기 때문에 가족 전체의 두문불출은 어차피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둘째 아이의 생애 첫 기관 다니기는 이렇게 갑작스럽게 시작됐고 이미 큰 아이 때 겪어봤지만 내 가슴은 여전히 콩닥거렸다. 아이가 낯선 곳에서 화장실은 혼자 잘 갈 수 있을지, 아직 영어가 한국어처럼 자유스럽지는 않은데 낯 가리지 않고 의사표현을 잘 할 수 있을지, 무엇보다도 놀이터에서 조차 엄마가 바로 옆에 서 있지 않으면 거의 떨어져 있으려 하지 않는데 (비록 오전 2시간 반 정도이긴 하지만) 엄마와 떨어져 있을 수 있을지 고민이 끊이질 않았다.

유치원(Preschool)에 가기 몇 주 전부터 학교에 가게 될 거라고 여러번 말을 꺼냈지만 아이의 대답은 한결같이 "학교 가기 싫어." "왜 가야 돼?"라는 거부와 "난 엄마가 너무 좋아서 엄마랑 집에 있을래"라는 엄마를 향한 애교 섞인 회유의 연속이었다. 나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유치원에 가면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터에서 노는 시간도 있을 것이고 선생님이 재미있는 책도 읽어주시고 노래도 가르쳐주실 거라고 솔깃할 만한 이야기들을 해줬다. 다행히 오빠도 학교에 갈 것이고 아빠도 학교에 갈 것이고 심지어 엄마도 온라인으로 학교에 갈 것이라고 말해주니 온 가족이 다 하는 일이니 어쩔 수 없이 해야한다고 체념에 가깝게 받아들이긴 했다.

하지만 첫 등원을 하기 전 날 아이는 걱정에 잠을 늦게 까지 못 이루었고 사실 나 역시 몹시 긴장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아이를 달래서 재웠다. 걱정하며 잠든 아이를 보면서 괜스레 안스러워서 아이를 한참 보다 잠들었다. 우리가 사는 이 곳은 작은 소도시라 아시아인 인구가 거의 없고 유색인종도 거의 없어서 아이는 이미 매우 눈에 띄는 아이일 것이다. 미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기관 경험이 없기 때문에 간단한 영어는 할 줄 알아도 아직 한국어만큼 영어가 자유롭지는 않다. 그래도 서서히 배워가고 적응해 가겠지라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며 잠을 청했다. 아이가 당황하지 않게 몇 주전부터 유치원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해주고 차를 타고 유치원 앞에 몇 번 씩 가보았던 일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말이다.

드디어 첫 등원일. 유치원 앞은 혼돈의 장이었다. 지역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미국의 많은 아이들은 부모 모두 풀타임으로 일하는 것이 아니면 대부분 가정 보육을 하기 때문에 만 3세가 돼서야 처음으로 기관 경험을 하는 경우가 많다.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도 가정 보육을 하는 경우도 생각보다 적지 않다. 또한 우리 아이처럼 오전의 2~3시간만 유치원에 다니거나 오전에만 주 2~3회 등원을 하는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어느 경우가 됐던 엄마와 처음 떨어지는 경험은 쉽지 않을 것이고 유치원 앞에서 선생님을 따라 들어가는 아이들 표정이 다들 조금씩 긴장이 섞여있었다.

그 와중에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 엄마의 다리를 꼭 부여잡고 놓지 않으려는 아이, 얼굴이 하얗게 질린 아이까지 보였다. 나는 내가 더 긴장돼 작은 아이를 쳐다봤다. 역시 긴장이 섞인 얼굴이었다. 작은 아이의 등원 시간보다 한시간 가량 등교 시간이 늦은 큰 아이가 함께 배웅을 해줬다. 오빠의 응원 탓인지 동생은 내키지는 않는 표정이지만 용감하게 들어갔다. 선생님 손을 잡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아이의 모습을 한없이 바라보았다. 이 몽글몽글한 느낌. 큰 아이 때와 다르지 않다. 이미 겪어 본 일인데도 마음 크기가 크지 않아서 그런지 똑같이 긴장되면서 묘한 느낌이었다.

그 날 나는 큰 아이를 등교시키고 나서 집으로 가지 않고 차를 돌려 작은 아이의 유치원으로 갔다. 유치원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보일리 없는 아이를 생각하며 유치원 건물의 외벽만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아이는 잘 있을 것 같은데 내 자신의 분리불안을 다스릴 길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아이 생각을 하며 차 안에서 기다리다 유치원이 끝날 시간에 맞춰 아이를 데리러 문 앞으로 갔다. 엄마가 주차장에서 하염없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을 모르는 작은 아이는 아무렇지 않게 유치원에서 나왔다.

유치원에서 선생님이 어떤 책을 읽어 줬고 어떤 오전 간식이 나왔는지를 조잘조잘 이야기 하는 아이를 보니 마음이 안정됐다. 엄마는 첫 날의 분리불안을 잘 이기고 다음 날부터는 유치원 주차장으로 가지 않고 집에서 아이를 기다리며 내 할 일을 했다. 큰 아이 때 겪었어도 여전히 떨리는 것, 걱정 되는 것, 그리고 기쁜 일들까지 똑같다는 것은 역시 육아는 경험이 전부가 아니고 아이 하나하나가 또 새롭고 또 다른 의미가 있는 엄마 되기 연습의 연속인 것 같다.

*칼럼니스트 이은은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현재는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논문작업을 하고 있다. 스스로가 좋은 엄마인지는 의구심이 들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순간순간마다 성장하는 중이라고 믿는 낙천적인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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