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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北도 "허상" 조롱한 종전선언의 함정

기자 입력 2021. 09. 24. 11:50 수정 2021. 09. 24.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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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제안한 '종전선언'에 대해 북한 리태성 외무성 부상은 24일 담화를 통해 "눈앞의 현실은 종전선언 채택이 시기상조라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면서 "허상" "종잇장" 등의 표현까지 동원해 비웃고 조롱했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기초적 로드맵 요구조차 없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외국 유명 방송 매체와의 대담, 유엔총회 기조연설, 해외 순방 시 정상회담 등에서 밝혀 김정은 대변인이란 조롱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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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윤 한국군사과학포럼 대표

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제안한 ‘종전선언’에 대해 북한 리태성 외무성 부상은 24일 담화를 통해 “눈앞의 현실은 종전선언 채택이 시기상조라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면서 “허상” “종잇장” 등의 표현까지 동원해 비웃고 조롱했다. 물론 리 부상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 철회를 선행조건으로 제시함으로써, 종전선언을 언젠가 추진하더라도 주한미군 철수나 한미동맹 폐기 등의 수단으로 활용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처럼 접근 방향은 전혀 다른 문 대통령 제안이지만 현실적으로 공허하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오죽하면 북한조차 이런 반응을 보일까. 문 대통령 의도는 미·북 관계를 복원해 그 분위기에 편승해 보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는 북한의 영변 원자로 재가동에 이은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 도발에 한마디 언급조차 않은 뜬금없는 제안이었다. 또한, 지난 20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북한이 핵 프로그램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한 상황이라 생뚱맞기까지 했다.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종전선언이란 중차대한 사안을 지난 4년 동안 ‘정치적 선언’ 정도로 다루려는 인식은 작은 문제가 아니다. 2018년 9월 평양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은 유엔사나 주한미군의 지위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같은 의견”이라고 했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기초적 로드맵 요구조차 없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외국 유명 방송 매체와의 대담, 유엔총회 기조연설, 해외 순방 시 정상회담 등에서 밝혀 김정은 대변인이란 조롱을 받기도 했다.

북한은 문 대통령 제안을 비웃었지만 내심 다른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는 종전선언, 즉 정전(停戰)체제 해체를 통한 유엔사 철폐 절차를 일관되게 추구해 왔다. 북한의 저의는 정전협정의 실질적 당사자는 미국이라는 입장에서 접근할 것이며, 한국을 배제한 정전체제를 허물어 한미동맹의 와해 및 주한미군의 철수를 궁극적 목표로 삼을 것이다.

지금 북한은, 1973년 1월 종전과 관련 베트남 평화 회복에 관한 미국과 북베트남 간의 파리협정, 그리고 최근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 파리협정의 핵심 내용은 외국군 철수는 협정을 통해 즉각 해결하고, 정치적 문제는 남베트남과 인민해방전선 등 당사자 간에 해결한다는 합의에 있었다. 그런데 지켜진 사항은 외국군의 완전 철수이고 결과는 남베트남(구월남) 패망이었다. 지난해 2월 29일 서명한 미국과 탈레반의 평화협정 또한 아프간 정부군의 몰락과 탈레반의 정권 재장악을 ‘약속’한 것이나 진배없어 구월남 패망의 경우와 유사하다.

북한은 유엔사가 창설될 때부터 유엔과 무관한 내정간섭 도구이며 유엔군 모자를 쓴 미군으로 규정하며 해체를 요구해 왔다. 따라서 종전선언이 되면 북한은 유엔사와 미군 없는 한반도를 만들어 ‘내전’ 운운하며 대놓고 한반도 적화 작전에 나설 것이다. 이렇듯 상황이 엄중한데 특정 유력 대선 후보 캠프에서 병 복무 12개월 카드를 만지작거린다니 사활적 안보 기반이 무너질까 걱정이다. 대통령에 이어 유력 대선 후보까지 안보 기반을 흔들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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