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개인번호 유출 일파만파..전화 건 사람 법적 책임은?

이용성 2021. 9. 24.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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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 열풍 속 개인번호 유출 논란
피해자 "하루에도 수천통..일상생활 불가"
법률 전문가 "형법상 처벌 가능성 낮아"
제작사 "피해자와 문제 해결 위해 노력"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한국과 미국을 비롯해 홍콩, 대만 등 14개 국가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개인 전화번호 노출 논란에 휩싸였다. 휴대전화 번호가 노출된 피해자는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큰 피해를 당했다고 호소하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피해자가 법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면이 상당 부분 존재한다고 입을 모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한 장면 (사진=넷플릭스 제공)
◇‘오징어 게임’ 개인 번호 유출…피해자 “일상생활 어려워”

‘오징어 게임’ 1회에서 지하철 양복남(공유)은 성기훈(이정재)에게 서바이벌 게임에 참여하라며 명함 형식의 초대장을 건넨다. 이 초대장에는 8자리 전화번호가 쓰여 있었다.

해당 숫자는 앞에 01X를 붙이면 실제 있는 전화번호였다. 번호 소유자였던 A씨는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전화해서 ‘오징어 게임에 참여하겠다’라고 이야기하거나 욕을 하고 그냥 전화를 끊는 등 하루에 수천 통의 연락이 와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라며 “반나절이면 배터리가 방전된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10년 넘게 같은 전화번호를 써오던 그는 하루 4000건이 넘는 연락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드라마가 한국과 미국 넷플릭스를 비롯해 홍콩, 대만, 베트남,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등 총 14개 국가에서 1위를 기록했고, 영국, 프랑스, 독일 등 39개 국가에서는 2위를 차지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어 A씨의 고심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법률 전문가, “형법상 처벌 가능성 작아…손해액도 증명 어려워”

하지만 전문가들은 A씨가 법적 대응을 통해 얻는 실익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형법상 적용할 수 있는 법률이 마땅치 않을 뿐만 아니라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에서도 손해액을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강남 이필우 변호사는 “개인정보보호법에서 개인정보 처리자는 민간이든 법인이든 공공기관이든 개인정보를 수집해 관리하는 사람을 의미한다”며 “넷플릭스나 제작사, 연출자, 작가 등은 엄밀히 말하면 법에서 말하는 개인정보 처리자가 아니라 처벌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형법으로 처리하려면 개인정보를 의도적으로 노출하려는 고의가 있어야 한다”며 “업무방해 등 다른 법률 또한 위계, 위력 기타 허위 사실 등이 전제가 돼야 하지만, 이를 증명하기는 어렵다”고 거들었다.

휴대전화 번호 유출로 인한 피해가 형법 등 법률적으로 다루기 어려워 불특정 다수가 보내는 ‘문자 테러’·‘전화 테러’에 사실상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제공)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대응을 통해 상당한 위자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해당 번호로 전화를 건 이들에게도 법적 책임을 묻기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장윤미 변호사는 “민사로 소송을 진행하더라도 (상황 자체에서) 위력이나 위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호기심 차원에서 전화를 건 것만으로는 처벌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한 가해자가 피해자에 고의로 일정 시간 동안 수천건의 전화를 걸면 ‘위력’이 성립될 가능성은 있지만, 단순 호기심 차원에서 전화를 몇 번 시도한 것으로는 법이 인정하는 ‘위력’을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뜻이다. 욕을 하고 전화를 끊는 행위와 관련해서도 형법상 ‘모욕’은 공연성이 있어야 하지만, 전화 통화로 욕을 한 것으로는 공연성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처벌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민사소송에서도 전화 통화로 인한 피해 규모를 정하기 어려워 실익이 있을 것 같진 않다고 전문가들은 의견을 모았다. 승 연구위원도 “손해가 명시적으로 어떻게 있었고, 얼마 정도 손해액이 발생했는지 산정하기 쉽지 않다”며 “과실이 있어서 민사 소송을 진행한다 하더라도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오징어 게임’ 제작사 싸이런픽처스 측은 “연휴 이전부터 해당 번호 소유자분과 통화를 수차례 나눴다”며 “원만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용성 (utilit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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