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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한도 주목한 종전선언, 한반도 교착 푸는 마중물 되길

입력 2021. 09. 24.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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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유엔총회와 하와이 순방 일정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각) 공군 1호기로 귀국 중 기내에서 순방에 동행한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24일 한반도 종전선언은 좋은 발상이고, 남측이 적대적이지만 않다면 관계 회복을 논의할 용의도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틀 전 유엔총회에서 제안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의 종전선언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한 것이다. 남북과 당사국들의 종전선언 논의가 한반도의 대화 물꼬를 열지 주목된다.

김 부부장은 이날 오후 1시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조선반도의 불안정한 정전 상태를 물리적으로 끝장내고 상대방에 대한 적대시를 철회한다는 의미에서의 종전선언은 흥미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지금 때가 적절한지” 살펴보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종전선언 제안이 “나쁘지 않다”고 전제하고, 그 선결조건으로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이중기준 철회를 요구한 것이다. ‘이중기준’은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도발’로 규정하고 한·미 연합훈련이나 SLBM 시험발사는 ‘억지력 강화’라고 한 데 대한 불만을 표출한 걸로 해석된다.

김 부부장 담화는 형식과 시점 모두 눈길을 끈다. 북한은 앞서 이날 오전 6시 외무성 부상 명의로 종전선언에 대해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그런데 이 발표가 있은 지 7시간 뒤 김 부부장이 한발 더 유화적인 담화를 내놓았다. 같은 사안에 대해 하루에 두 번이나 메시지를 내보낸 것이다. 나아가 김 부부장은 “앞으로의 언동에서 매사 숙고하며 적대적이지만 않다면 얼마든지 북남 사이에 관계 회복과 발전 전망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를 해볼 용의가 있다”고 했다. 남측에 공을 넘기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도 비쳤다고 볼 수 있다. 한·미의 대화 손짓에 어깃장을 놓거나 무반응하던 북한이 “앞으로의 언동”을 기준 삼겠다고 한 것은 유의미한 변화일 수 있다. 남한의 역할에 기대를 표명한 셈이다.

남북은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10·4 남북공동선언에서 이미 3자·4자 틀로 종전선언을 추진하기로 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귀국길에 “종전선언은 평화협상으로 들어가는 입구”라며 이 ‘정치적 선언’에 관련국들도 공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고도화된 북핵 문제와 연계된 협의가 불가피하지만, 북한도 ‘외교적 해법’을 중시하는 미 바이든 정부와 대화하는 게 유리한 시점이 됐기에 제안했다고 했다. 북한이 다시 주목한 종전선언은 한반도 교착을 푸는 대화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 북·미도 종전선언에 대한 진지한 접근을 고리 삼아 핵과 대북 제재를 단계적으로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 임기를 8개월 남긴 문재인 정부는 마지막까지 중재자 역할에 주력해야 한다. 국민의힘도 초당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모두가 평화를 향해 전진하려는 때에 유력 대선 주자들이 앞장서 전술핵 재배치를 외치며 ‘냉전의 섬’에 갇히는 우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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