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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쥐, 허리케인에 살았니 죽었니..뉴욕 기이한 사진

이민정 입력 2021. 09. 25. 03:13 수정 2021. 09. 25.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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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의 호숫가. 왜가리 한 마리가 물속에서 먹이를 낚아챘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다. 물고기로 보기에는 꼬리가 길다. 카메라가 포착한 왜가리 먹이는 ‘쥐’. 물고기·개구리를 주식으로 하는 왜가리가 설치류를 ‘사냥’한 기이한 장면이다.

지난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의 호수에서 왜가리가 죽은 쥐를 잡아 먹는 모습. [트위터 @BirdCentralPark캡처]

이달 초 미 동부를 휩쓸고 간 허리케인 ‘아이다’ 이후 뉴욕의 풍경이다. 19일(현지시간) CNN은 뉴욕 시민들이 물에 빠진 도시 쥐의 생사와 행방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은 미국에서 쥐 떼가 많기로 악명 높은 도시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출몰하는 탓에 뉴욕시 보건 위생부에는 쥐 전용 신고 전화 ‘311’ 도 갖춰져 있다. 오죽하면 “인구 800만 명의 뉴욕에 쥐 800만 마리”로 “사람 수만큼 쥐가 산다”는 속설도 생겼다.

그런데 최근 전문가들 사이에서 쥐의 개체 수에 변화가 감지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허리케인 아이다가 쏟아낸 기록적인 폭우가 쥐의 서식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이들의 주장은 엇갈린다. “살았다” 또는“죽었다”로.


“하수구 잠기면서 단체 익사”


우선 쥐가 죽었다는 측의 논리는 이렇다. 시간당 8㎝씩 내린 기록적인 폭우가 쥐의 주 서식지인 하수도를 덮쳤고, 쥐들이 떼로 익사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들은 쥐의 이동 속도가 아무리 빨라도 물이 차오른 속도를 감당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1일 미국 동북부 뉴욕을 강타한 허리케인 아이다로 퀸스 거리가 물에 잠겼다. [EPA=연합뉴스]

실제 홍수 이후 호수, 강 하구, 해변에서 쥐 사체 신고가 늘었다. 브롱크스 커뮤니티 칼리지의 환경과학과 교수 닐 필립은 “하루 산책 중 해변에 널브러진 쥐 10여 마리씩 보는 건 흔한 일이 됐다”고 말했다. 뉴욕시 보건 위생부 소속 설치류 전문가 바비 코리건도 “이번 폭우에 가장 어린 쥐 세대가 전멸했을 것”이라며 “수십 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쥐 개체 수 감소로 기록될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쥐, 바보 아냐…끈질기게 살아 남았을 것”


반면 쥐들이 수영에 능숙하고, 높은 곳으로 기어오르는 습성을 발휘해 살아남았을 것이라는 정반대의 주장도 있다.

환경생물학자인 마이클 파슨스에 따르면 쥐는 사흘간 0.8㎞ 이상을 수중에서 잠수와 헤엄으로 이동할 수 있다. 특히 뉴욕시에 가장 많은 노르웨이 쥐의 경우 수직 벽을 타는 능력이 탁월하다. 벽을 갉아 거칠게 만든 뒤 발톱을 이용해 올라가는데, 여기에 구멍 파기·점프 능력까지 더해 안전한 곳으로 이동했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지난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에서 포착된 쥐. [트위터 @alex_runs_nyc캡처]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명예교수인 곤충학자 마이클 왈드보겔은 “쥐는 바보가 아니다. 위기에 직면하면 영특한 두뇌로 살 곳을 찾아 움직인다”고 말했다.


살아남은 쥐, 급속도로 번식해서 돌아올 것


문제는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온 뒤다. 살아남은 쥐가 어딘가에서 개체 수를 급격하게 늘려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환경에 잘 적응하는 집단만 살아남는다는 ‘적자생존’ 법칙이 적용될 것이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뉴욕 쥐 개체수가 급증한 것을 그 근거로 내세운다. 당시 311 신고 건수가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 가을 9000건에서 2020년 가을 1만2000건으로 증가했다. 봉쇄령으로 지상에 먹을 것이 없어지자 음식 쓰레기가 있는 하수구로 이동해 버텨낸 쥐들만 살아남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특히 이렇게 생존한 쥐들은 더 빠르고, 자주 번식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왈드보겔 교수는 전했다.

허리케인 아이다가 지나간 이후 뉴욕에서 쥐의 생사를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픽사베이]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지나간 뒤 쥐의 개체수가 늘었다는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연구를 진행한 테네시대 생태진화학 교수 마이클 블룸 교수는 “주로 공터와 빈건물 등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에서 번식했다”면서 “변화에 빨리 적응하고, 살 길을 찾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욕 보건위생부에 따르면 현재로서 쥐의 개체 수에 큰 변화는 없다. 다만 쥐가 살았든, 죽었든 공중 보건 위기는 당면 과제다. 쥐가 몰살당했다면 사체 주변으로 몰려드는 해충과 야생동물이, 쥐가 생존했다면 각종 병원균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건위생부는 “설치류인 쥐는 살모넬라균·렙토스피라균 등을 옮길 수 있다”며 “야외에서는 쓰레기통 뚜껑 닫기, 새에게 먹이주지 말기, 반려견 배설물 처리를 반드시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이민정기자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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