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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부동산 공약 판별법

이재원 기자 입력 2021. 09. 25. 04:02 수정 2021. 09. 25.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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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정당들이 내년 대선에 나설 후보를 결정하기 위한 경선 절차를 진행 중이다. 다방면의 검증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는데 도덕성 못지않게 꼼꼼히 들여다봐야 할 것이 정책이다. 특히 부동산 정책 실패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잘 검증할 필요가 있다.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과 더불어 서민의 삶을 가장 고달프게 하는 것이 부동산이라서다. 좋은 부동산 정책인지 어떻게 판별해야 할까.

먼저 선한 의도로 화려하게 포장된 정책일수록 경계해야 한다. 대다수 정책은 선한 의도에서 출발한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도 서민을 보호하고 투기를 없애겠다는 의도가 늘 밑바탕에 깔렸을 것이다. 진정성을 의심해본 적은 없다. 그러나 좋은 의도가 좋은 결과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의도가 아닌 알맹이다. 특히 부작용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

대표적인 예가 계약갱신 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를 담은 임대차법 개정안이다. 정부와 여당은 임차인을 보호하겠다는 선의를 앞세워 이 법안을 통과시켰다. 부작용에 대한 깊은 검토 과정을 생략하고 순식간에 밀어붙였다. 결과는 우리가 아는 그대로다. 전세금은 치솟았고 곳곳에서 집주인과 세입자 간에 싸움이 났다. 이 정책은 부동산 안정기에 도입해야 했으나 선의가 이를 가렸다.

다음으로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고 내놓은 정책인지를 잘 살펴야 한다. 오늘의 집값은 오르는 방향으로 작동하는 수많은 변수와 내리는 방향으로 힘을 보태는 변수들이 치고받은 결과물이다. 이른바 균형점이다. 그런 집값이 계속 오른다면 왜 그런지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아쉽게도 정부와 여당은 그동안 전문가들과는 사뭇 다른 진단을 내놓기 일쑤였다. 더구나 단편적으로 말이다.

투기꾼 탓, 임대사업자 탓, 금리 탓, 이전 정권 탓에 언론 탓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면서 정작 공급은 충분하다고 했다. 정부도 나중에 인정했듯이 반복된 집값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공급 부족이었다. 여기에 시중에 많이 풀린 돈과 정책 실패 등이 보조적인 역할을 했다. 진단이 잘못되니 처방도 당연히 잘못될 수밖에 없었다. 지금 후보자의 공약 속에 담긴 부동산 불안의 원인이 전문가들의 견해와 어떻게 다른지 유심히 살펴보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정책을 내놓은 사람이 시장 참여자를 잘 이해하고 있는지도 유심히 봐야 한다. 최근 수년 동안 정부는 시장 참여자의 행동을 거꾸로 예상하기 일쑤였다. 이것의 대표적인 예는 부동산 세제다. 정부는 세 부담을 무겁게 하면 다주택자가 집을 내놓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 참여자의 행동은 정반대였다. 보유세보다 양도세가 무겁다 보니 다주택자들은 집을 팔지 않았고, 자식에게 증여하는 이가 늘기도 했다. 매물은 오히려 더 잠겼다. 집값 잡으려다 집값을 더 올리는 결과만 냈다.

마지막으로 유연한 사고로 대응할 준비가 됐는지를 꼭 짚어볼 필요가 있다. 정책이 시장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면 고집을 부리지 말고 즉각 항로를 수정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던 시각을 버리고 늦게나마 신도시를 지정하는 등 공급에 온 힘을 쏟는 것은 잘한 일이다. 앞으로 부동산 세제와 청약 제도, 대출 규제 등 시장 상황에 맞춰 수정해야 할 것들이 많다. 시장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항로를 계속 수정할 선장이 필요하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는 말이 있다. 누가 우리를 미혹되게 하는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보지 않으면 주거 불안을 계속 겪어야 함은 물론, 부동산으로 생긴 자산 격차가 확대되는 것도 감내해야 한다. 땅이 별로 남아 있지 않은 서울에 주택 수십만채를 지어 싸게 나눠준다는 감언이설에 대한 경계도 늦추지 말아야 한다. 답답하다고 마녀사냥에 환호하고 있지는 않은지를 자문해볼 필요도 있다. 당장 속은 시원할지 몰라도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될 리가 없다.

부동산 정책만큼은 보수와 진보를 나눌 필요도 없지 않을까. 대다수 시민 입장에서 집값 상승세를 잡는 것이 정의고 그것을 가장 빠르게 실현하려는 것이 바로 선의가 아니겠느냐는 말이다. 제대로 된 해결책을 제시하는 정책 경쟁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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