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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수백명 감염에 살벌해진 가락시장..'말도 걸지 말라'는 상인들

오진영 기자 입력 2021. 09. 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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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오지 마세요. 말 걸지 말라고요."

24일 오후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흰색 KF-94 마스크를 쓰고 앞치마를 두른 상인이 소리쳤다. 이 상인은 질문에도 대답을 거부한 채 자리를 떠나 달라며 손을 휘휘 저었다. 동료 A씨(47)는 미안한 기색으로 "확진자가 많이 나와 손님 발길이 뚝 끊겨서 그러니 이해해 달라"며 "아까도 검사 받으러 다녀왔는데 사람이 수백명 넘게 모이는 바람에 오래 기다려 예민하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송파구 가락시장, 중구 중부시장 등 전통시장에서 발생한 코로나19(COVID-19) 집단감염이 꺾일 줄 모르고 확산하고 있다. 전통시장에서 수백여명이 넘는 확진자가 쏟아졌으며 매일 100여명대의 확진자가 새로 발생한다. 특히 추석 연휴 전후로 많은 손님이 몰리면서 연쇄감염 우려도 나온다. 상인들은 '집단감염지' 낙인이 찍혀 손님이 끊겼다며 울상을 지었다.
'터질 게 터진' 가락시장 집단감염…"상인들은 누가 주범인지 다 안다"
24일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한켠에 마련된 임시 선별진료소가 검사를 받기 위한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 사진 = 오진영 기자

이날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시장을 찾는 손님이 없어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상인 B씨(52)는 "인터넷 기사를 찾아봐도 '가락시장' 하면 코로나19부터 나온다"며 "나부터도 확진자 나온 곳은 가기 싫은데 누가 가락시장을 찾겠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제오늘 가게에 온 손님은 단 2명이다"라고 덧붙였다.

확진자가 연일 쏟아지다 보니 가락시장 한켠에는 아예 임시 선별진료소 2개소가 설치됐다. 이날 선별진료소 1곳에서는 100여명이 넘는 인원이 길게 늘어서 검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장화와 앞치마를 두른 상인들이 끊임없이 검사를 받기 위해 선별진료소로 들어섰다. 선별진료소 관계자는 "인근 주민들까지 오시다 보니 1~2시간에 수백명은 족히 오는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서울시에 따르면 송파구 가락시장 관련 확진자는 총 500명이다. 가락시장 종사자의 지인 1명이 8월 31일 최초 확진된 이후로 이달 22일까지 460명이 발생했으며, 23일 100명이 추가로 확진됐다.

서울시의 역학조사 결과 일부 가락시장 종사자들이 식사나 흡연, 시식을 함께하며 거리두기나 마스크 착용을 잘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장시간 육체노동이나 야외근무를 함께하면서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단기근로자에 명부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점도 파악됐다.

실제 시장 상인들도 이번 확산세의 주범으로 방역수칙을 준수하지 않은 일부 종사자들을 꼽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상인은 "아직도 점심시간만 되면 정육·청과·수산 등 온갖 상인이 한데 몰려 밥 먹고 담배 피운다"며 "내색은 안 했지만 상인들은 누가 퍼뜨렸는지 서로 다 알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출입자 명부 만들고 선별진료소도 설치한다지만…상인들은 손님 끊길까 걱정
24일 오후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도매장터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 = 오진영 기자

서울시는 확산세 차단을 위해 모든 상인에게 추석을 전후해 2회 검사를 받은 뒤 음성이 확인된 경우에만 영업에 복귀하도록 했다. 확진자가 나온 일부 업소는 폐쇄됐다. 가락시장을 운영하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시장 상인을 상대로 수시로 마스크 착용과 검사 여부를 점검한다.

또 종사자들을 상대로 한 자가검사키트 도입과 전통시장 출입구에 안심콜 출입자 명부 시스템 설치도 검토한다. 임근래 서울시 소상공인정책담당관은 이날 오전 서울시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 일부 점포 내 자가소독에 대한 인식 부족이 코로나19 확산의 주요 원인"이라며 "방역 사각지대에 놓인 전통시장 종사자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했다.

그러나 상인들 사이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반등하던 방문객 숫자가 다시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검사를 받기 위해 임시 선별진료소를 찾은 상인 C씨(43)는 "우리야 검사 받고 다시 가게 문 열면 되지만 손님들 마음이야 어디 그렇겠나"라며 "재난지원금에 추석 연휴까지 겹치며 좀 나아지는가 싶었는데 다시 대형마트에 손님을 뺏길까 두렵다"고 호소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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