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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 북한] 김정은 팔짱 낀 리춘희..北 정권 대변인?

KBS 입력 2021. 09. 25.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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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박사임 앵커, 북한 방송을 대표하는 인물을 꼽는다면 누가 떠오르시나요?

네, 리춘희 아나운서 아닐까 싶은데요.

올해 나이 79세, 방송 경력이 무려 50년이라고 합니다.

2017년 영국의 유력 일간지 가디언은 "북한 방송에 '핑크 레이디'가 뜨면 나쁜 소식이 전해진다"고 전하기도 했는데요.

바로 리춘희를 두고 한 말이었습니다.

항상 근엄하고 단호한 말투로 북한의 중대 보도를 전하던 리춘희가 최근 화제가 됐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어깨에 손을 올리고 심지어 팔짱을 끼는 모습까지 포착됐는데요.

이런 모습은 북한 TV에 여과 없이 방송됐습니다.

북한 방송원 리춘희의 위상은 어느 정도인지 '클로즈업 북한'에서 집중적으로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2012년 3월, 국제 부녀절을 기념해 개최된 북한의 음악공연.

막 권력을 승계받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등장하자 북한의 당·정·군 고위 간부들이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세상을 떠난 지 채 100일도 되지 않은 시기에 화려하게 진행된 공연.

관중석에서 낯익은 얼굴이 포착됐다.

방송원 리춘희였다.

고령의 나이에도 즉흥적으로 무대에 올라 화려한 춤사위로 흥을 돋우었고, 이 모습을 본 김정은 위원장은 연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난 9월 9일.

리춘희는 북한 정권 수립 73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다시 한번 화제의 중심에 섰다.

방송원으로는 이례적으로 북한 간부들과 함께 주석단에 올랐고, 야회를 지켜보던 도중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어깨에 손을 대고 귓속말을 하는 등 친근함을 드러내는 모습이 그대로 방송을 탔다.

정권 수립 경축 행사 참가자들과의 기념사진 촬영장에서도 김 위원장은 가장 먼저 리춘희에게 악수를 건넸다.

김정은 위원장과 팔짱까지 낀 리춘희.

[김승/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 "사실 리춘희는 굳이 우리와 빗대면 정부 대변인의 역할을 장기간, 그것도 독보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고위 간부입니다. 흔히 조선중앙TV 방송원을 나라의 보배로 얘기했는데, 리춘희 같은 경우는 국보급 아나운서인 거죠."]

1971년 방송원 생활을 시작한 리춘희.

당시는 북한이 제5차 당대회를 통해 '온 나라의 텔레비전화'를 선포한 시기였다.

당시 당 선전선동부를 이끌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방송원의 방송 화술까지 직접 지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춘희도 자신의 박력 있는 화술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조언에 따른 것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리춘희/조선중앙TV 방송원/2015년 : "방송 화술은 공격 정신으로 일관돼야 한다는 참으로 심오하고도 독창적인 사상을 밝혀주셨습니다."]

리춘희가 외부 세계에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2000년 첫 남북 정상 회담이다.

[리춘희/조선중앙TV 방송원/2000년 6월 : "김대중 대통령과 일행을 평양 시내 연도에서 각 계층 근로자들이 환영한 소식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이후 리춘희는 북한의 대표 방송원으로 자리매김한다.

검은색 상복 차림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소식까지 전했던 리춘희.

[리춘희/조선중앙TV 방송원/2011년 12월 :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급병으로 서거하셨다는 것을 가장 비통한 심정으로 알린다."]

김정일 사망 당시 북한에 거주했던 탈북민도 방송원 리춘희의 선동 능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최영숙/2016년 탈북 : "울음이 안 나왔어요. 김정일 죽었을 때는. 동상에 갔을 때 리춘희 목소리 듣고 그때 저절로 눈물이 나오는 거예요. 리춘희가 방송하면서 장군님 수령님 어떻게 이렇게 가셨는가 하면서 방송할 때 사람들이 방송을 보고 더 슬픔에 잠기고 울었거든요."]

리춘희는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에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했다.

김 위원장 집권 초기인 2012년 1월, 중국 CCTV와의 단독 인터뷰를 진행한 리춘희.

[리춘희/조선중앙TV 방송원/2012년 : "안녕하십니까. 설 명절을 맞으면서 중국 중앙텔레비전 기자 동무를 만나니 반갑구만요."]

해외 언론과의 첫 인터뷰였지만 베테랑 방송원답게 화려한 입담을 자랑했다.

[리춘희/조선중앙TV 방송원/2012년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조·중 두 나라 인민의 민속 명절인 설 명절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오늘 중앙텔레비전 방송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러면서도 리춘희는 나이에서 오는 한계를 솔직히 털어놓기도 했다.

[리춘희/조선중앙TV 방송원/2012년 : "화면 나갈 때 보면 어린 동무들이 곱단 말이에요. 젊었으니까. 화면은 확실히 곱고 젊어야 되겠다. 그건 내가 느끼면서..."]

2013년 대만의 한 민영 방송사가 방송한 영상.

외신 기자들이 대거 초청된 북한의 전승절 열병식 현장에서 대만 방송국은 단독으로 리춘희를 인터뷰했다.

[대만 FTV 뉴스 취재진/2013년 7월 : "대만에서 제일 유명한 북한 방송원이고, (기자가) 리춘희 선생님을 제일 존경한답니다."]

[리춘희/조선중앙TV 방송원/2013년 7월 : "그렇습니까? 감사합니다. 이렇게 만나서 정말 반갑습니다. 오늘 만족하게 취재 촬영했습니까?"]

CCTV와의 인터뷰와는 달리 방송 활동에 대한 의욕도 드러냈다.

[리춘희/조선중앙TV 방송원/2013년 7월 : "나도 이제 나이가 많지만 앞으로 더 잘해서 인민들에게 기쁨을 (주겠다)."]

한때 은퇴설이 돌기도 했지만 2016년 리춘희는 중대 보도 방송을 통해 다시 한번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리춘희/4차 핵실험 발표/2016년 1월 : "주체 조선의 첫 수소탄시험 완전 성공!"]

남북관계 경색의 결정적 계기가 된 북한의 4차 핵실험 발표를 직접 전한 것이다.

[리춘희/광명성 4호 발사 발표/2016년 2월 : "지구관측위성 광명성 4호 성과적으로 발사!"]

한 달 뒤엔 대륙간 탄도 미사일 개발을 위한 우주발사체, 광명성 4호 발사 소식을 전했고, 이후 기념 연회에 참석해 김정은 위원장 옆에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2016년 한미 연합훈련을 겨냥해 북한은 사상 처음으로 인민군 최고사령부 이름으로 중대 성명을 발표했다.

당시 리춘희는 군복을 연상시키는 차림으로 눈길을 끌었다.

[리춘희/조선중앙TV 방송원/2016년 2월 : "1차 타격 대상은 동족 대결의 모략 소굴인 청와대와 반동 통치 기관들이다."]

2017년 9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비난하며 발표된 김정은 위원장의 첫 성명도 리춘희가 직접 대독했다.

[리춘희/김정은 국무위원장 성명/2017년 9월 : "미국의 늙다리 미치광이를 반드시,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이다."]

[김승/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 "호소력과 전달력만 본다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죠. 내부 결속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를 맞아 여전히 가장 중요한 뉴스를 리춘희가 하고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50년째 북한 체제의 간판 방송인으로 활약하고 있는 리춘희.

최고지도자 어깨에 팔을 올리고 팔짱까지 낀 방송인이 북한 체제에서 또 나오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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