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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발 '이의신청' 후폭풍

김서영 기자 입력 2021. 09. 25. 10:16 수정 2021. 09. 26.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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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차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이 시작된 9월 6일 서울 서대문구 인왕시장 내 정육점 사장 부부가 ‘재난지원금 사용처’가 적힌 종이를 붙이고 내부를 정리하고 있다. / 박민규 선임기자


#1 “세금도 내고 건강보험료도 납부하는데 왜 국민지원금을 못 받나요?”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A씨는 이 같은 이의신청을 남겼다. 외국인은 원칙적으론 지급대상이 아니지만, 주민등록이 돼 있고 건강보험 가입자, 피부양자, 의료급여 수급자일 경우엔 포함된다. 다만 한가지 조건이 더 붙는다. 영주권자나 결혼이민자가 아닌 이상 한국 국민 1인 이상과 ‘민법상 가족관계’를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2 “6월 이후 재산을 다 처분했어도 안 되나요?” B씨도 문의했다. 이번 국민지원금 기준상으로 그는 고액자산가(2020년 귀속분 재산세 과세표준액 9억 초과 또는 연 금융소득 2000만원 초과)에 해당하지만, 과세대상이 된 2019년과 지금의 자산규모가 달라졌다는 점이 문제다.

실제로 9월 23일까지 접수된 코로나19 상생 국민지원금 이의신청 사례다. 행정안전부 집계에 따르면 22일 오후 6시까지 접수된 이의신청 건수는 30만8444건에 달한다.

■이의신청 판단, 또 다른 혼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벌써 5번째 지원금이지만 지급대상 선정을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불만이 커지자 당정이 진화에 나섰지만 메시지가 오락가락해 한차례 혼란을 겪었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신청 초기인 지난 9월 9일 “최대한 구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88%보다는 조금 더 상향,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아 90% 정도”라고 했다. 이를 두고 지급대상을 확대하는 것이냐는 해석이 나오자 신현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9월 14일 “과거 이의신청을 경험한 바로는 30만~40만명이 예상된다. 그런 경우에 90%를 말씀하셨던 것”이라고 했다. 이의신청을 폭넓게 받아줄 경우 결과적으로 90%가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의미다.

‘고무줄 지급’ 논란이 일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월 1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급대상 자체를 늘리려 했던 것은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홍남기 부총리는 “경계선에 있어서 이의신청이 인정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는 사안이면 가능한 한 국민 입장에서, 지원하는 방안으로 해주면 좋겠다는 것이 당초 정부가 정했던 입장”이라며 “88%를 89%, 90%로 지급대상 자체를 늘리려 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일각에서 혼선이 있었다”고 말했다.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다시 9월 15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이의신청자를 최대한 수용하겠다고 하는 부분이 핵심이다. ‘고무줄 지급’은 언론의 오해”라고 했다.

결국 혼란과 불만을 줄일 수단으로 이의신청을 제시한 셈이다. 하지만 이의신청 판단에는 또 다른 혼란이 기다리고 있다. 실제 이의신청은 지방자치단체의 담당자가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인용 여부를 결정한다. 이의신청까지 나서는 사례는 한눈에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거나 기준이 애매한 경우가 적지 않다. 앞서 언급된 외국인 사례만 보더라도 가족관계, 비자 종류 등을 검토해야 하는데, 문제는 외국인인 A씨가 고액자산가인지를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교정시설 재소자처럼 별도 지침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 담당 업무를 하는 공무원 C씨는 “민원창구를 국민신문고로 하는 바람에 기존 전자행정시스템, 지자체, 건보공단과 연계가 용이하지 않아 인편이나 팩스로 전달하고 있다”며 “쏟아지는 이의신청을 처리하느라 본래의 업무는 하나도 못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는 결국 일선 현장의 공무원과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다”며 “선별지급을 철회하고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라”고 촉구했다.

선별복지의 난점도 되풀이되고 있다. 직장가입자의 경우 ‘2021년 6월 기준 건강보험료’라고 시점과 기준을 못 박았기 때문에 이후 상황이 변한 이들은 불이익을 받게 된다. 지난 6월까진 직장에 다니며 건보료를 냈지만 7월부터 일자리를 잃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지원금이란 취지에는 부합하지만 정작 지원대상에서 빠지게 되는 것이다. 사례 B씨와 같은 지역가입자의 경우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도분 소득이 반영된 2020년 종합소득세를 고려하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구제한다’는 국민지원금 성격에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를 비롯해 지난 6월 이후 출생하거나 귀화한 경우 국민지원금을 받기 위해선 별도로 이의신청을 해야 한다.

■‘취약계층 지원’ 본질은 어디에

현재의 혼란은 이미 지원대상을 정할 때부터 내재돼 있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대상자 선정방식의 한계를 보완하는 노력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예산정책처는 “국민지원금은 취약계층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지난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긴급재난지원금과 차이가 있다”며 “그럼에도 긴급재난지원금 당초 정부안(건보료 기준, 소득 하위 70%)과 마찬가지로 특정 소득 이하를 대상으로, 선별방식도 동일하게 적용했다는 점에서 선별에 따른 우려(형평성 등)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봤다.

하위 88%에서도 소득이나 자산 수준이 천차만별인데 같은 금액을 주는 것이 맞느냐에 대한 회의도 여전하다. 소득과 자산 차이를 ‘슬라이딩’ 방식으로 원만하게 반영해야 한다는 대안이 지난해에도 나왔으나 행정비용 문제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슬라이딩 방식은 소득이나 자산이 적은 사람에게 더 많이 주고, 많은 사람에게 적게 주는 역삼각형 구조다. 반면 이번 지원금은 기준을 충족한 모두에게 동일한 액수를 지급하고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아예 주지 않는다. 이럴 경우 “기준소득 인근에서 소득 역전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는 예상이 가능하다.

‘누군 받고 누군 못 받는다’는 논란 속에서 국민지원금의 의미는 ‘88%, 90%, 100%’로 상징되는 숫자 싸움에 갇혀버렸다. 이의신청이 쌓일수록 지원금의 본래 취지를 돌아볼 기회는 멀어졌다. 이경민 참여연대 사회경제2팀 팀장은 “88%, 90%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코로나19 위기에 벼랑 끝에 선 사람들을 위한 두텁고 장기적인 소득보장이 필요하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일시적이고 보충적인 의미의 지원금보다는 가장 취약한 계층을 위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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