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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은 왜 '그 사진'을 공개했을까

정재웅 입력 2021. 09. 2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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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유통]CJ제일제당, LAL와 마케팅 협업
'CJ오너가 장자' 이선호 담당 전면에 등장
존재감 드러내는 첫 시작..본격 승계는 아직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주간유통]은 비즈니스워치 생활경제팀이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들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주간유통]을 보시면 한주간 국내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벌어진 핵심 내용들을 한눈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편집자]

그가 눈에 띄었다

추석 연휴 잘 보내셨나요? 저도 본가와 처가를 오가며 그간 만나지 못했던 가족들을 만났습니다. 연휴는 참 좋습니다. 일단 출근 스트레스가 없으니까요. 저도 오랜만에 집에서 뒹굴뒹굴했습니다. 그런데 휴일은 왜 그렇게 빨리 지나가는지요. 소파에 누워 '이번 주는 이틀만 출근하면 또 주말이네'하며 쾌재를 부르던 찰나, 문득 '주간유통'이 생각났습니다. 갑자기 스트레스 지수가 확 오르더군요.

어쩔 수 없이 며칠간 외면했던 노트북을 다시 켰습니다. 먹고살아야 하니 어쩔 수 없죠. 저도 월급쟁이니까요. 여러분들도 공감하실 겁니다. 오랜만에 노트북을 켜니 잠시 어색했습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연휴 기간 동안 있었던 유통업계의 기사들을 훑어봤습니다. 역시 명절 연휴라 별일이 없었더군요. 그러다 문득 재미있는 자료를 하나 봤습니다. CJ제일제당이 LA레이커스와 손을 잡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CJ제일제당 '비비고' 로고가 적용된 LA레이커스 져지 / 사진제공=CJ제일제당

제목만 봐서는 뻔하겠다 싶었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메일을 열어봤습니다. 네, 내용은 뻔했습니다. 흔히 있는 마케팅 사업 중 하나였습니다. CJ제일제당은 자료에 많은 의미를 담았더군요.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브랜드를 향후 5년간 미국 프로 농구의 최고 인기팀인 LA레이커스 유니폼에 장착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신선했습니다. 재미도 있었고요. 하지만 주간유통을 쓸만한 '소재'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비비고 마크가 부착된 LA레이커스 유니폼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첨부파일의 사진을 열어봤죠. 잘 어울리더군요. 색감도 좋고요. 솔직히 탐났습니다. 뒤로 가기 버튼을 누르려다 첨부파일이 하나 더 있는 것을 봤습니다. '이건 뭐지?'하는 생각에 열어봤습니다. 행사 기념사진이었습니다. 그때 눈에 확 들어오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선호 CJ제일제당 글로벌 비즈니스 담당입니다.

조용한 후계자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 담당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아들입니다. 큰 이변이 없다면 향후 CJ그룹을 이끌어갈 후계자입니다. 얼핏 지나칠 뻔했던 사진에서 이 담당이 눈에 확 들어왔던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 담당은 그동안 외부에 거의 노출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언론에 노출된 이 담당의 사진은 대부분 똑같습니다. 예전 사진입니다. 외부에 보이질 않으니 과거의 사진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그동안 몇 차례 사건이 있기도 했죠. 그때 잠깐 모습을 드러내기는 했지만 공식적인 석상에 본인의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아마 이번이 처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담당은 현재 CJ제일제당에서 경영 수업 중입니다. 평사원으로 입사해 현재 부장급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해외 사업 관련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담당은 CJ그룹에서 임원 승진을 앞둔 부장급들 일컫는 직위입니다.

CJ 비비고·LA레이커스 파트너십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이선호 CJ제일제당 글로벌 비즈니스 담당(왼쪽에서 세번째) / 사진제공=CJ제일제당

CJ그룹 관계자들의 이야기들을 종합해 보면 이 담당의 사내 평가는 매우 좋습니다. 매우 겸손하고 소탈해 주변과 잘 어울리는 성격이라고 합니다. 예의도 무척 바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재벌가 3세 다운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CJ그룹 관계자들의 전언입니다. 내부에서도 향후 그룹을 이끌 후계자임에도 조용히 자신의 업무에 충실한 편이어서 전혀 튀지 않는다고 하네요.

이 담당은 젊습니다. 1990년생으로 올해 32살입니다. 이 때문에 CJ그룹에서는 승계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손사래를 칩니다. 아직 젊은 데다 실무를 배우는 단계인 만큼 승계 이야기를 꺼내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것이 CJ그룹의 이야기입니다. CJ그룹 고위 관계자는 "이재현 회장이 건재하고 현재 그룹을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가장 큰 리스크인 건강도 괜찮다. 승계 이야기는 너무 앞서나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차분히 준비되는 승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담당의 등장이 눈길을 끄는 것은 그가 이례적으로 전면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이번 행사는 LA레이커스 측에서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LA레이커스에서 구단주가 참석하는 만큼 CJ제일제당에서도 그에 상응하는 인물이 나와주기를 요청했다는 겁니다. 오너가인 데다 해외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이 담당이 아마 적격이었을 겁니다. 더불어 CJ그룹의 모종의 계산도 있어 보입니다.

CJ그룹은 "아직 승계 이야기를 꺼내기는 이르다"고 하고 있지만 그동안 착실히 승계를 준비해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실제로 이 담당은 지난해 말 CJ올리브영의 프리IPO를 통해 지분 6.88%를 매각해 1018억원의 실탄을 확보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승계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더불어 꾸준히 CJ그룹의 지주사인 CJ㈜의 지분 확대에 나섰습니다.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사실 그동안 이 담당의 CJ㈜ 지분율은 미미했습니다. 하지만 이 회장의 건강이 악화하면서 CJ㈜의 지분을 확보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목할 것은 이 담당이 확보한 주식입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이 담당의 CJ㈜ 보통주 지분율은 2.75%에 불과합니다. 반면 신형 우선주인 CJ4우 지분율은 24.84%입니다. CJ4우에는 발행 10년이 지나면 보통주로 전환돼 의결권이 생기는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이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담당이 보통주가 아닌 신형 우선주인 CJ4우의 지분율을 늘려왔다는 것은 다분히 승계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일종의 시간 확보 차원으로 보입니다. 차근히 경영 수업을 받고 일정 시점 이후 본격적으로 전면에 나설 준비를 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CJ그룹에서 치밀하게 이 담당의 승계 스케줄을 짜둔 셈입니다.

'그 사진'에 담긴 의미

따라서 이번 행사에 이 담당이 전면에 얼굴을 드러낸 것은 무척 의미가 큽니다. 아시다시피 LA레이커스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로 농구팀입니다. 과거 카림 압둘 자바를 필두로 작년 사망한 코비 브라이언트, 현재 최고 스타인 르브론 제임스까지 숱한 스타를 배출, 보유한 팀입니다. 더불어 전 세계 2억8000만명의 팬덤을 가진 팀이기도 합니다. CJ제일제당 입장에선 글로벌 마케팅에 활용할 좋은 기회를 잡은 겁니다.

'비비고'는 CJ그룹이 한식 세계화를 표방하며 론칭한 브랜드입니다. 브랜드 론칭 초기 의욕적으로 해외 시장에 비빔밥 등을 선보였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한동안 주춤했던 '비비고'는 공전의 히트작 '비비고 왕교자'를 선보이면서 반전에 성공합니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왕교자'를 통해 국내는 물론 미국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미국 만두 시장 점유율 40%를 돌파한 상태입니다.

CJ 더 센터 / 사진제공=CJ그룹

CJ그룹이 미국의 슈완스를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CJ제일제당은 슈완스를 통해 기존 동부와 서부에 치우쳤던 유통망을 중부까지 확대하면서 미국 전역에 유통망과 생산기지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번 LA레이커스와의 마케팅 협업은 CJ제일제당에게는 무척 중요한 사업입니다. CJ그룹이 오랫동안 꿈꿨던 한식 세계화를 본격화할 수 있는 시작인 셈입니다. 계약 규모도 5년간 약 1185억원에 달합니다.

이런 중요한 사업에 이 담당이 전면에 나섰습니다. CJ그룹에서는 이 사진 한 장으로 승계가 본격화됐다고 보는 것은 무리스러운 일이라고 말합니다. 맞습니다. 사진 한 장으로 그렇게 보기에는 지나친 해석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진에 담긴 의미는 가볍지 않습니다. 이 담당이 조금씩 존재감을 드러내며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준비를 시작했다는 의미일 수 있어서 입니다.

이 담당은 언젠가 실무를 배우는 단계에서 벗어나 자신이 직접 책임을 지는 프로젝트들을 실행해야 할 겁니다. 어쩌면 이번 LA레이커스와의 마케팅 협업이 그의 작품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는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경영 능력을 검증받아야 합니다. 그래야 국내 식품 업계 1위인 CJ그룹을 잡음 없이 물려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그 사진' 한 장에 유독 눈길이 많이 갑니다.

정재웅 (polipsycho@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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