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하이닉스 또 발목?"..메모리 고점론에 커지는 美 간섭 '이중 위기' [MK위클리반도체]

이종혁 입력 2021. 9. 25. 11:03 수정 2021. 11. 4. 09: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MK위클리반도체] 올 들어 본격화한 메모리 슈퍼 사이클을 만끽하던 반도체 코리아에 이중 위기가 밀려들고 있다. 시장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이 1년을 넘기지 못하고 4분기부터 또다시 고꾸라질 수 있다는 비관론이 재차 점화했다. 미국은 반도체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직접 통제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하반기 실적 신기록을 기대하지만 내년부터 당장 복합위기가 현실로 닥칠 수 있어 긴장하는 눈치다.

아직까지 시장 전문가들은 연내 한국 메모리 기업의 실적 최대치 경신은 문제가 없다는 시각이다. 시장조사기관 에프앤가이드 자료를 보면 삼성전자는 3분기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에 힘입어 분기 매출 73조1300억원, 영업이익 15조7000억원을 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관측대로라면 삼성전자는 분기 매출액 70조원 시대를 처음 노크하게 된다. 4분기 역시 74조7000억원, 15조7000억원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거둔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의 3분기 SK하이닉스 실적 전망치는 매출 11조7500억원, 영업이익 약 4조1000억원이다. 전망치를 달성한다면 SK하이닉스는 2018년 3분기에 세운 분기 실적 신기록을 꼭 3년 만에 다시 쓴다. SK하이닉스의 4분기 실적 전망치는 더 좋아 12조원 이상의 분기 매출과 4조3000억원대 영업이익을 찍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전망이 나왔다. 23일 대만의 반도체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오는 4분기 전 세계 D램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며 D램 제품의 가격 하락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체 D램 가격이 4분기에 전 분기 대비 3~8% 떨어질 수 있다는 게 트렌드포스 관측이다. 이 기관은 "D램 제품을 탑재하는 스마트폰 제조사 등 반도체 고객사들의 D램 재고량이 '양호'를 넘어 과잉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D램 가격은 3분기에 정점을 찍고 4분기부터는 공급이 수요를 앞지를 것(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간 트렌드포스를 비롯한 반도체 조사기관들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 고점론을 제기하며 4분기부터는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었다. 트렌드포스의 최신 전망은 반도체 가격 하락이 제품을 가리지 않고 더 큰 폭으로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다. 특히 PC용 D램보다 수요가 탄탄했던 서버용 D램도 떨어질 수 있다고 트렌드포스는 예상했다.

구체적인 전망치를 보면, 이번 분기까지 전 분기 대비 3~8% 가격 상승이 예상됐던 PC용 D램 제품은 4분기에 거꾸로 5%에서 최대 10%까지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버 D램도 같은 기간 최대 5% 하락이 예고됐다. 일반 소비자용 D램도 제품에 따라 3%에서 최대 10%까지 가격 하락이 우려된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아마존 등 북미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데이터 서버 인프라스트럭처를 확충하면서 서버용 D램 수요는 적어도 1년 이상 견고하게 유지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북미와 중국의 IT 기업이 1~2분기 재고 확보에 주력해 현재는 10주 이상 D램 재고 물량을 보유한 업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재고가 쌓여 가격이 내려갈 여지가 크다는 뜻이다. 또 트렌드포스는 "지난 2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D램 상위 3개 공급업체가 모바일용 D램 생산라인을 서버용 D램으로 전환하며 공급을 늘린 것도 4분기 서버용 D램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코로나 19 이후 폭증한 집콕(home economy) 수요와 맞물려 반도체 가격을 견인했던 PC용 D램의 상황이 심상치 않은 것도 문제다. 시장조사기관 D램 익스체인지 집계를 보면 PC용 D램(DDR4 8기가비트(Gb) 기준)의 현물 거래 가격은 개당 평균 3달러72센트로, 최근 두 달간 1달러 넘게 급락했다. 올해 고점인 3월의 5달러30센트와 비교해 29.7% 떨어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며, 노트북 같은 IT 기기 수요가 4분기부터 떨어질 수 있다고 진단한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2018년 3분기에도 시장에서는 한동안 실적 고공행진이 이어질 수 있다고 기대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낙폭은 예상보다 컸다"며 "반도체 고점론이 점차 힘을 받는 상황에서 실적에 대한 장밋빛 기대는 금물"이라고 말했다.

현재 반도체 시장 상황이 과거 반복됐던 반도체 슈퍼 사이클과 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최신 보고서에서 "전형적인 하락 사이클은 반도체 수요 증가를 기대해 공급을 늘렸다가 수요가 예상보다 작으며 발생했다"며 "올해는 반도체 업계의 공급 증가세가 2018년보다 크지 않고, IT 기업의 D램 재고 증가도 완제품 수요가 달려서가 아니라 IT 부품의 전반적인 공급 차질 때문에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 상황은 코로나19로 인한 특이한 사이클로 봐야 한다. 반도체 가격의 장기 하락세보다는 단기 조정 뒤 미니 사이클 재개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삼성전자 등 반도체·자동차 업계 19개사 경영진을 상대로 백악관에서 진행한 반도체 영상회의에서 반도체 원판인 실리콘 웨이퍼를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통제에 따라 자동차 반도체를 비롯한 반도체 부품 전반의 안정적 공급에 협조하라는 얘기다.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지나 러몬도 미 연방 상무부 장관은 23일(현지시간) 반도체·자동차 기업 경영진과 영상회의를 했다고 백악관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앞서 백악관은 4월과 5월에도 반도체 공급난 타개를 위한 회의를 열었고 이번이 세 번째다.

회의에는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수탁생산) 사업부장(사장)과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 TSMC,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BMW, 포드자동차 등의 주요 경영진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상무부는 이날 모인 기업들에 45일 내 반도체 재고량과 주문·판매 정보를 자발적으로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특히 러몬도 장관은 "국방물자생산법(DPA)을 동원해 기업의 정보 제출을 강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미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DPA는 군수물자의 안정적 생산을 위해 미 연방 정부가 산업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법으로, 1950년 한국전쟁 때 제정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내부. <사진제공=삼성전자>

미국 정부가 반도체 기업에 대한 직접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엄포를 놓으면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이미 미국 텍사스주에 파운드리 공장 증설을 앞둔 삼성전자는 추가 공장에 대한 미국의 압력이 가중할 수 있어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SK하이닉스는 북미에 대규모 생산기지를 두고있지 않지만 역시 불똥이 튈 수 있다.

[이종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