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와 해를 사진 한 장에 담을 순 없나 [물에 관한 알쓸신잡]

이명철 입력 2021. 9. 25. 11:30 수정 2021. 9. 25.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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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등져야 볼 수 있는 무지개

물은 모든 생명의 근원이고 없어선 안 될 중요한 존재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일상생활에서 소중한 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그동안 물에 관한 연구는 있었지만 물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물에 대한 지식은 교과서에서 배운 것이 대부분입니다. 국민 간식 라면부터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에 얽힌 사연, 대동강 물 밑지고 판 봉이 김선달, 해외 여행 추억을 소환하는 공항 검색대의 생수까지 지금껏 들은 적 없는 일상생활 속 물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최종수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맑은 하늘 덕분인지 요즘 예쁜 무지개를 자주 봅니다. 무지개를 보고 있으면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막연한 기대감과 어린 시절 동심을 느끼게 합니다.

어렸을 적 국민학교 교과서에 실렸던 ‘무지개’라는 소설에는 평생 무지개를 잡으러 나섰던 소년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소년은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무지개를 잡기 위해 평생을 헤매지만 결국 무지개를 잡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여정을 포기합니다. 그런데 무지개 잡기를 포기하는 순간 소년의 검은 머리는 하얗게 되고 얼굴에는 수많은 주름이 잡힌 노인이 되어 버렸다는 내용입니다.

소설 속 소년처럼 무지개를 잡으러 산을 넘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어렸을 적 무지개는 정말 신기함 자체였습니다.

학교 과학시간에 무지개는 물방울에 의해 햇빛이 굴절되기 때문에 생긴다고 배웠지만 무지개가 뜰 때면 무지개가 시작되는 곳으로 달려가 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곤 했습니다.

무지개는 물방울이 빛을 굴절시켜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쉽게 이해하려면 프리즘에 대한 기억을 소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햇빛을 프리즘에 통과시켜 보면 아무 색깔이 없는 것 같았던 빛이 다양한 색깔로 구성돼있고 색깔마다 휘는 정도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방울도 프리즘처럼 빛의 진행 방향을 꺾거나 반사시킵니다. 비가 그치고 나면 공기 중에는 많은 물방울이 떠다니는데 이 물방울이 마치 프리즘처럼 빛을 굴절시키게 되죠.

동그란 물방울은 삼각형의 프리즘에 비해 빛을 굴절시키는 각도가 훨씬 커서 빛은 진행 방향에서 138~140° 정도 꺾여 거의 반대 방향으로 되돌아오게 됩니다.

꺾이는 각도는 색깔에 따라 조금씩 달라 우리는 빨주노초파남보의 선명한 일곱 색깔 무지개를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무지개는 물방울에 의해 햇빛이 꺾이면서 다양한 색깔로 우리 눈에 비치는 것이기 때문에 보는 사람의 위치에 따라 각기 다른 모양의 무지개를 보게 됩니다.

물방울에 의해 햇빛이 140° 정도 반대방향으로 꺾여 우리에게 돌아오면서 무지개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우리는 해를 등지고 서야 무지개를 볼 수 있습니다.

일곱가지 색깔은 꺾이는 정도가 다르다. (이미지=최종수 연구위원)

무지개 위치는 해의 위치에 따라 달라집니다. 해가 우리 등 뒤의 지평선 근처에 있을 때 무지개는 우리 눈앞 40° 정도 높이에 있게 됩니다.

무지개에 대한 이미지를 검색하면 무지개 위로 햇님이 빙긋 웃은 그림을 자주 볼 수 있는데요, 사실 이 그림은 과학의 눈으로 보면 불가능한 구도입니다.

해를 등지고 서야만 무지개를 볼 수 있기 때문에 해와 무지개를 동시에 볼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만일 카메라를 이용해 무지개와 해를 사진 한 장에 담으려고 한다면 이건 마치 무지개를 잡으려고 시도하는 것과 비슷할 겁니다.

해의 고도가 높아질수록 무지개는 높이가 점점 낮아집니다. 일출 직후 또는 일몰 직전 해의 고도가 낮을 때 가장 크고 뚜렷한 무지개를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주로 등하교길이나 출퇴근할 때 무지개를 만나게 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지상에서 볼 수 있는 무지개는 모두 반원형인데 지상이 아닌 하늘로 올라가면 완전한 원형의 무지개를 볼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여러분이 만일 지평선의 장애를 받지 않는 비행기에서 무지개를 만난다면 완전히 동그란 원 모양의 무지개를 볼 수 있습니다.

무지개는 순우리말입니다. 무지개의 어원을 찾아보면 물을 의미하는 ‘믈’과 문을 의미하는 ‘지게’가 만난 ‘믈지게’라는 단어에서 출발합니다.

우리 조상들은 무지개를 물이 만든 문으로 생각했던 것이지요. 정말 기막히게 멋진 표현이고 무지개가 물에 의한 현상이라는 것을 이미 오래 전부터 간파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영어 문화권에서는 비를 의미하는 ‘rain’과 활을 의미하는 ‘bow’를 결합해 ‘rainbow’로 표현했습니다. 이 역시 멋진 표현이네요.

나라마다 무지개를 표현하는 단어는 조금씩 다르지만 그 의미는 소설 ‘무지개’에서 그랬던 것처럼 꿈을 의미합니다.

필자가 예전 국민학교 때 배웠던 이 소설은 지금도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다고 합니다.

아마도 어린이들에게 무지개로 상징되는 꿈을 포기하지 말라는 교훈을 주기 위함이겠지요? 지금은 아득해진 어렸을 적 꿈을 한번 더듬어 봐야겠습니다.

■최종수 연구위원(박사·기술사)은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University of Utah Visiting Professor △국회물포럼 물순환위원회 위원 △환경부 자문위원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자문위원 △대전광역시 물순환위원회 위원 △한국물환경학회 이사 △한국방재학회 이사

이명철 (twomc@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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