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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로 읽는 과학] 바람 타고 나는 씨앗 흉내낸 3차원 전자소자의 탄생

이정아 기자 입력 2021. 09. 2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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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가 3개 달린 얇은 바람개비가 빙글빙글 돌며 떨어지고 있다.

이번 주 네이처는 바람을 타고 퍼지는 씨앗에서 영감을 얻어 개발한 3차원 전자소자 '마이크로플라이어'가 비행하는 모습을 상상해 표지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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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훈 숭실대 유기신소재파이버공학과 교수와 존 로저스 미국 노스웨스턴대 맥코믹엔지니어링및응용과학대 교수 공동 연구팀은 바람을 타고 퍼지는 씨앗에서 영감을 얻어 3차원 전자소자 '마이크로플라이어'를 개발했다. 네이처 제공

날개가 3개 달린 얇은 바람개비가 빙글빙글 돌며 떨어지고 있다. 마치 단풍나무 씨앗이 바람을 타고 내려오는 모습과도 닮았다. 이번 주 네이처는 바람을 타고 퍼지는 씨앗에서 영감을 얻어 개발한 3차원 전자소자 '마이크로플라이어'가 비행하는 모습을 상상해 표지에 담았다. 한국과 미국 국제 공동 연구팀이 낸 연구 성과다.  

김봉훈 숭실대 유기신소재파이버공학과 교수팀은 존 로저스 미국 노스웨스턴대 맥코믹엔지니어링및응용과학대 교수팀 소속인 김진태 박사후연구원, 박윤석 박사후연구원, 장호경 연구원 등과 함께 씨앗이 바람을 타고 들판에 퍼지는 원리를 이용해 넓은 지역에 퍼질 수 있는 초소형 3차원 전자소자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단풍나무와 전나무, 민들레 등의 씨앗은 바람을 타고 최대 수~수십 km까지 퍼질 수 있다. 씨앗을 널리 퍼뜨리는 데 가장 강력하고 효율적인 전략이다. 

지금까지 학계에서는 공중에서 스스로 비행하는 로봇이나 전자소자를 개발할 때 드론의 크기를 줄이거나, 초소형 전기모터를 넣어 수~수십cm 크기 비행 로봇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기계 부품이 많이 들어가고 디자인이 복잡해 cm 수준보다 더 작게 만들기는 어려웠다. 로봇이 비행할 때 에너지 효율이 떨어진다는 문제점도 있었다. 

연구팀은 로봇이 에너지를 사용해 날아가는 능동형 방식이 아닌,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수동형 방식을 택했다. 전기모터 등 부품을 생략하니 소자의 크기를 수십~수백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까지 줄일 수 있었다. 

그리고 대개 2차원인 일반 전자소자와 달리 3차원으로 설계했다. 김 교수는 "마이크로 플라이어가 씨앗처럼 바람을 효율적으로 타고 날아가게 하기 위해서"라며 "소자가 날아갈 때 생기는 미세난류를 정밀하게 측정해 비행 효율이 가장 뛰어난 디자인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식물이 씨앗을 바람에 날리는 방식을 민들레 씨앗 같은 '낙하산 타입', 단풍나무 씨앗 같은 '헬리콥터 타입', 자바오이 씨앗 같은 '행글라이더 타입', 참오동나무 씨앗 같은 '스피너 타입' 등 네 종류로 나눠 각각 3개씩 총 12가지 디자인으로 만들었다. 형상 기억 고분자에 열을 가해 다양한 형태로 구현했다. 

가장 작은 것은 500μm짜리로 실리콘 트랜지스터를 붙였다. 크기가 1~2cm인 마이크로플라이어에는 소형센서나 안테나, 데이터저장칩에 사물인터넷 회로까지 붙일 수 있다. 바람을 타고 날아가다가 천천히 땅에 내려앉으면서 데이터를 모아 인터넷 통신으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연구팀은 마이크로플라이어를 산과 들판에 뿌리면 기온이나 습도 변화, 미세먼지 등 오염물질을 관측해 환경 모니터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로 김 교수팀은 마이크로플라이어를 공기 중 미세먼지 농도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사물인터넷 회로와 결합해 공기 중 미세먼지를 측정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김 교수는 "후속 연구를 통해 한국처럼 산지가 많은 곳에서 환경오염을 관측, 감시할 수 있는 차세대 로봇 비행체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향후 물에 녹는 재료를 이용해 마이크로플라이어를 만들 계획이다. 김 교수는 "초소형 소자가 공중에서 잘 퍼진다는 것은 회수하기가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며 "빗물이나 이슬에 녹는 친환경적인 재료로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 성과는 네이처 24일자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이정아 기자 zzung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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