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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 목숨도 앗아가는 보이스피싱..'감형사유' 봤더니

전준홍 입력 2021. 09. 25. 11:40 수정 2021. 09. 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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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금융사기, 보이스피싱은 이제 일상이나 다름없습니다. 특히 최근엔 코로나 극복을 위한 각종 정책이 시행되면서 "소상공인 대출을 받게 해주겠다". "초저금리 대환대출로 싼 금리로 갈아타라"는 식의 휴대전화 문자가 기승을 부립니다. 대형 금융기관이 보내는 것처럼 형식과 내용도 그럴싸 합니다. 심지어 문자엔 '보이스피싱을 주의하라'는 경고까지 들어 있습니다.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 피해예방 안내 *대리입금가능, 누구나 대출·신불자 대출등 노리는 광고 주의. *신용등급 상향비, 대출진행비 등 요구하면 100% 사기."

보이스피싱 경고하는 금융기관 '사칭'문자

[알고보니] 팀이 문자에 나온 번호 대신, 해당 금융기관에 직접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바로 “사기”라고 했습니다. 시중은행은 대출상품 광고를 문자로 보내지 않는다고 합니다. 보이스피싱을 조심하라고 하는 보이스피싱범이라니..역발상과 뻔뻔함에 혀를 내두를 지경입니다.

청년 목숨 앗아간 보이스피싱..징역 6년

보이스피싱은 심각한 범죄입니다. 지난해 1월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한 20대 취업준비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취준생이 남긴 유서를 보면 끝까지 이들이 보이스피싱 조직인지 모른 것으로 보입니다. 범죄자들이 피해자들로부터 가로챈 금액이 100억 원대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콜센터 상담원 등 범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이들의 처벌은 그러나, 최고 징역 6년입니다.검찰이 구형한 13년형의 절반도 안 됩니다. 재판부는 “범인이 수사기관에 범죄기법 등을 자세히 진술했고, 피해자들의 돈을 일부 되돌려준 점 등을 반영했다”고 밝혔습니다.

유족들 "사회적 경종 울릴 수 없을 것"

유족들은 “이 정도 형량으로는 사회에 경종을 울릴 수 없을 것”이라고 분노를 터뜨렸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는 그나마 ‘높은’ 형량입니다. 피해자의 목숨을 앗아가고, 피해 금액이 크고 사회적 관심을 받은 사건이라야 이 정도입니다.

그러다 보니 ‘보이스피싱=솜방망이 처벌’ 이란 인식이 퍼져가고 있습니다.

이게 얼마나 근거가 있는지 MBC [알고보니] 팀이 알아봤습니다. 올해 선고된 보이스피싱 관련 판결문 14개를 꼼꼼히 들여다봤습니다. 그 결과 보이스피싱이 잡초처럼 죽지 않고 자라나는 이유, 찾을 수 있었습니다.

1. 법인계좌 수차례 넘겼는데 ‘집행유예’

보이스피싱 조직에 계좌를 넘겨주는 행위, 범죄의 밑작업입니다. 법인명의의 계좌는 개인명의 계좌보다 경계심이 덜합니다. A씨가 범죄에 기여한 방식입니다. 2018년과 2019년에 법인을 만들고, 이 계좌를 범죄조직이 입출금용 통장으로 쓸 수 있도록 법인계좌 접근 매체 8개를 다섯차례에 걸쳐 넘겼습니다. 그냥 만나서 넘긴게 아닙니다. 퀵서비스 배달자가 오면 전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너무나 수상한 방식입니다. 그럼에도 A씨는 실형을 받지 않았습니다. 범죄에 쓰일지 몰랐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A씨에게 전자금융거래법위반으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 반성하는 점, 피고인에게 소년보호처분 이외에 다른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밝혔습니다.

A씨의 계좌 양도 범행 일지(서울남부지방법원 판결문)

2. 전국 돌며 1억여 원 수금.. ‘징역 2년’

피해자들을 만나 직접 돈을 수금하고 다닌 B씨는 더 적극 가담한 경우입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은 “저금리 정부지원 자금 대출이 가능하다”고 속여 피해자들 휴대전화에 어플을 설치하게 했습니다. 이를 통해 피해자들은 기존 대출내역을 노출했습니다. 그러자 새로운 조직원이 등장합니다. 피해자들이 기존에 대출을 받았던 은행의 직원을 사칭한 겁니다. “중복 대출 신청은 ‘금융거래법 위반’이라 당일 상환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신용불량자로 등록되고 직장에 압류가 들어간다”고 피해자들을 압박했습니다.

그렇게 피해자들이 인출한 고액의 현금, B씨가 수거하러 다녔습니다. “○○○ 씨가 보내서 왔다”며 피해자들에게 현금을 받아,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에게 송금했습니다. B씨는 어디든 찾아갔습니다. 경상남도 일대와 부산, 대구, 구미, 충북 청주시도 찾아갔습니다. 적게는 700만 원부터 많게는 2,100여만 원을 가로챘습니다. B씨는 8명으로부터 현금 1억 1461만 원을 수거했습니다.

B씨는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고, 고혈압으로 건강상태가 양호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B씨는 전과도 있었습니다. 재판부는 “2008년 사기 및 횡령죄로 벌금형의 처벌을 받은 외 처벌 전력이 없다”고 했는데, 전과가 가중처벌 요인이 아니라 ‘참작’ 요인으로 작용한 겁니다.

B씨의 양형 결정 이유(울산지방법원 판결문)

3. 말레이시아에 사무실 차리고 ‘징역 2년 6개월’

E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총책, 주범입니다. 우리나라와 말레이시아에 사무실과 숙소를 마련했습니다. 보이스피싱 콜센터 운영에 필요한 노트북, 전화기, 공유기와 같은 통신장비와 집기류를 마련했습니다. 대포통장과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도 구축했습니다.

총책 E씨의 호칭은 ‘사장’(광주지방법원 판결문)

E씨는 ‘콜센터’를 팀제로 운영했습니다. 각 팀의 관리책임자와, 피해자들과 직접 전화통화를 하는 상담원을 직접 선발했습니다. 돈을 입출금하고 송금하는 국내인출팀 역시 직접 뽑았습니다. E씨는 조직원들과 함께 숙식을 하면서 출퇴근을 관리하고 단합대회도 열었습니다. 그러면서 조직원의 이탈도 막았습니다. 조직원이 한국으로 마음대로 귀국하는 것을 방지하고, 탈퇴를 하려하면 "범행 가담 사실을 발설할 경우 함께 구속된다"고 협박했습니다. 조직원의 검거에 대비해 다른 조직원들에 대하여 서로 본명을 알지 못하도록 가명을 사용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총책 E씨의 양형 결정 이유 (광주지방법원 판결문)

E씨의 조직의 보이스피싱 범죄는 8달 동안 이어졌습니다. 31차례에 걸쳐 약 2억 3,000만 원을 뜯어냈습니다. E씨에게 내려진 선고는 그러나, '징역 2년 6개월'이었습니다. 법원은 “E씨가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피해자 중 80%와 합의를 이뤘다”며 감형 사유를 밝혔습니다. E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이 해체된 후에 도박개장 범죄를 저질러 국민체육진흥법위반죄 등으로 징역 1년을 또 선고받았습니다.

보이스피싱 공통 감형 사유 “반성하니까”

14개의 공개 판결문을 종합하면, 피싱 사기 주범인 총책의 경우 가장 무거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판결에 가장 많이 나타난 유형은 중간가담자인 수금책이었습니다. 총 9명이 해당 혐의로 사기·사기방조죄 적용을 받았습니다. 이들 중 최저형은 ‘무죄’였습니다. 최고형은 징역 ‘2년’형에 그쳤습니다. 단체를 조직, 관리한 팀장급 사기범은 총 3명이었는데, 이들 중 최저형은 징역 ‘1년 2개월’에 그쳤고, 최대형은 ‘2년 6개월’이었습니다. 최저형을 받은 피고인의 범죄로 생긴 피해자는 19명에 달했고 피해액은 총 1억 3,000만 원이 넘었습니다.

보이스피싱 1심 처벌 현황 (대법원 사법연감)

부산일보가 대법원 사법연감 자료를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1심 법원에서 처벌을 받는 피싱사기범은 매년 줄고 있습니다. 여기에 선고 건수 대비 징역 판결 비율은 2015년 89%에서 2019년 들어 36%까지 줄어들었습니다. 피싱사기범의 약 3분의 2가량이 징역형이 아닌 벌금형 또는 무죄를 선고받고 있습니다. 해외에 있는 주범 검거가 쉽지 않은 것도 한 이유이긴 합니다.

보이스피싱, 비교적 소액이란 이유로..

사기죄만 해도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습니다. 피싱 사기 가담자에게 주로 적용되는 사기방조죄는 5년 이하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습니다. 법정 최고형이라면 5~10년의 징역, 2000만 원의 벌금형이 선고돼야 합니다.

하지만 형량이 낮은 것은, 상당수 피해액수가 ‘비교적’ 소액이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수십, 수백억대의 경제사범이나 사기에 비해 절대적인 피해 액수가 작고, 또 재판과정에서 반성, 전과, 부양가족 여부 등의 참작 사유를 양형에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법률 서비스도 성황을 이루고 있습니다. 포털사이트에 보이스피싱을 검색하면 보이스피싱 가담자의 처벌을 낮춰주겠다는 변호사 광고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법무법인 솔루스의 장성훈 변호사는 “보이스피싱에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대부분 사회적 약자인 경우가 많고, 당사자들에게 수천만 원은 아주 큰 돈 일 수 있다”며 “보이스피싱이 근절되도록 법원에서 양형 기준을 높이는 등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3년간 보이스피싱 발생건수(경찰청)

하루에 80여건 꼴.. 당신의 휴대전화 노린다

줄긴 줄었지만 2018년 이후 매년 꾸준히 3만 건 가량의 보이스피싱이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하루에 평균 80여 건 꼴입니다. 1인당 피해 금액 규모도 5년 전에는 평균 861만 원이었지만 2020년에는 2,209만 원으로 세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보이스피싱에 대한 사회적 긴장감이 높아졌음에도 범죄는 줄지 않고 피해액은 높아지고 있는 겁니다.

결국 '걸려도 남는 장사'라는 배짱으로 보이스피싱범은 시민들의 휴대전화와 SNS를 노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범죄가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 글/구성 : 김민솔

※ [알고보니]는 MBC 뉴스의 팩트체크 코너입니다.

(전준홍jjhong@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6302854_291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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