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음식' 삼겹살과 소주가 만났을 때.. 캬아~ 이맛이야! [김셰프의 씨네퀴진]

- 입력 2021. 9. 2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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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포크밸리
영화 '내부자들' 정치인·기업 비리 폭로하는 검사와 깡패의 잔혹한 복수극
삼겹살에 소주 기울이며 '진심' 통해.. 통삼겹살은 오븐에 구우면 육즙 '팡팡'
웅장한 음악과 비장한 표정을 한 이병헌의 등장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영화 ‘내부자들’은 기업과 정치인의 비리를 폭로하는 검사와 깡패의 잔혹한 스토리와 유쾌한 연기를 동반한 영화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 같은 정치계의 어두운 일면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며, 영화라는 픽션을 무기로 권선징악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솟구치게 만든다. 그 와중에 이병헌의 촌철살인 같은 능청스러운 연기와 대사들은 어두운 영화 속 한줄기 빛처럼 헛웃음을 짓게 만든다. 영화 속에서는 우리가 가장 많이 즐겨 먹는 음식인 삼겹살이 등장한다.
 
#영화 내부자들

영화 ‘내부자들’은 깡패 안상구 역의 이병헌, 검사 우장훈 역의 조승우가 열연한 영화로 대선을 노리는 정치인과 기업의 비자금으로 엮인 비리를 파헤치며 복수하는 범죄 영화다. 기업 회장과 정치인의 뒤를 봐주며 온갖 지저분한 일을 도맡아 하던 안상구는 작은 욕심을 내비친 나머지 사냥이 끝나면 잡아먹히는 개처럼 비참하게 그들에게 버림받는다. 실력은 출중하지만 족보가 없어 성공하지 못하는 검사 우장훈은 수사 중 만나게 된 버림받은 안상구와 함께 계란으로 바위 치는 마음으로 그들에게 도전장은 낸다.

검사, 깡패, 언론인의 역할을 맡은 출중한 배우들이 개성 있는 연기로 열연하지만 영화는 깡패 안상구의 오랜 시간 동안 준비해온 하나의 복수극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우장훈 검사가 비리를 파헤치기 위해 그를 이용한 것 같지만 어쩌면 우장훈마저도 안상구의 계획 안에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버려진 패’인 안상구를 매일 도청까지 해가면서 마킹했던 회장에게도 들키지 않았던 안상구의 계획이 우장훈에게 먼저 파악되기 때문이다. 빌딩 사이 탁 트인 노출된 공간에서 라면을 먹으며 내부 스파이와 만나는 장면은 마치 들켜도 상관없는 듯하며 미끼를 물으라는 것처럼 보였다. 영화는 영화답게 정말 잘 짜인 각본처럼 반전에 반전을 일으키며 깡패와 검사의 복수극을 멋지게 마무리해준다.

#내부자들 속 삼겹살

배신을 당해 나락으로 떨어진 안상구는 검사 우장훈을 믿지 못한다. 아니 누구라도 믿지 못했을 것이다. 목숨의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우장훈의 옛 시골집에 숨어 지내며, 정직하지만 대한민국의 현실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하는, 하지만 끝까지 노력하는 우장훈의 소신을 지켜보다 마음을 열게 된다. 영화에는 꽤 많은 음식이 나온다. 회장과 정치인의 비리 가득한 술상, 안상구의 외로운 라면과 소주, 우장훈과 기자가 만나는 고급 횟집, 우장훈의 아버지가 차려준 된장찌개 백반, 그리고 안상구가 마음을 여는 바로 평상에 앉아 삼겹살과 소주를 먹는 장면 같은 것들 말이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는 장면
대한민국 남자들은 삼겹살에 소주 각 1병씩이면 ‘호형호제’를 하게 된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두 음식이 만났을 때 내는 매력은 깊다.

하물며 그 삼겹살을 먹는 곳이 시골 정경이 보이는 고서점 앞 평상 위라면 없던 낭만도 생길 거 같은 생각이 든다. 안상구의 의심이 사그라지며 숨겨 놓았던 증거가 가득한 USB를 넘기는 장면과 따듯한 삼겹살의 매칭은 정말 ‘신의 한 수’라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보아왔던 화려했던 음식들이 아닌, 어쩌면 매일 라면을 먹으며 버텨 가며 복수의 칼날을 갈던 안상구에겐, 같이 고기 한 점, 소주 한 잔 나누어 먹는 그 진심이 와 닿았던 것 아닐까 싶다.

#삼겹살의 역사

삼겹살은 명실공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사랑받는 돼지고기 부위이다. 서양에서는 주로 베이컨같이 저장 식품으로 활용을 하거나 곱게 갈아 소시지의 속 재료로 쓰이기도 하며 껍질과 비계를 끓여 기름을 내어 요리에 감칠맛을 내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1990년대 전까지 외식의 대표 주자이던 불고기와 갈비를 제치고 이제는 회식 문화뿐만 아니라 가족 외식에서도 한자리를 톡톡히 하고 있다.

삼겹살을 먹기 시작한 역사는 길지 않다. 1920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먹는 재래 돼지에서 특유의 누린내가 났기 때문이다. 잔반 같은 음식 찌꺼기를 먹여 키우고 거세를 하지 않은 탓인데 이 때문에 약간의 소금간만 해서 구워 먹기에는 버거웠다. 또 돼지고기보다는 소고기를 선호하는 문화도 컸다. 그러던 중 일제가 한우를 수탈하면서 양돈 사업을 장려했고 수입 종들과의 교배와 개량을 통해 양질의 돼지가 개발되기 시작했다. 육류 소비가 폭발하는 1970년 중반부터 돼지고기 소비와 양돈 사업이 더욱 활발하게 이뤄졌다고 한다.

삼겹살은 두께 1㎝ 정도 크기로 자르고 열이 천천히 올라와 오랫동안 지속되는 두꺼운 철판에 구워 먹는 것이 맛있다. 옆에 신김치와 마늘, 버섯들을 좀 올리면 고기와 함께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마치 서양의 스테이크처럼 스테이크와 가니쉬를 함께 즐길 수가 있는데 마지막엔 그 삼겹살 기름 조금에 볶음밥을 해먹으면 술안주로도, 또 식사로도 손색이 없다. 나는 레스토랑에서 삼겹살을 요리로 낼 때 ‘로스트(Roast)’라는 오븐 조리법을 주로 사용한다. 천천히 익어 겉은 단단해지고 속은 부드러우며 육즙을 가득 머금게 만드는 조리법으로, 통삼겹엔 이 로스트만 한 조리법이 없다.
통돼지 로스트
■로스트 포크밸리 만들기
 
<재료>
 
통삽겹살(또는 통목살) 300g, 마늘 2톨, 양파 100g, 화이트 와인 100mL, 정향 조금, 후추 조금, 소금 1ts, 로즈메리 2줄기, 타임 조금, 샐러드 오일 50mL
 
<만들기〉<br>  
① 통삼겹살은 소금간과 후추를 뿌려 준다. ② 마늘에 샐러드오일을 넣고 곱게 갈아 준 후 삼겹살에 버무려 준다. ③ 오븐팬에 얇게 썬 양파를 넣어 준 후 화이트 와인을 자작하게 뿌려준다. ④ 양파 위에 삼겹살을 올리고 로즈메리, 타임, 정향을 올려 준다. ⑤ 200도 오븐에 20분간 익혀 준 후 다시 180도 오븐에 15분간 더 익혀준다. ⑥ 구운 감자와 샬롯, 당근을 곁들이고 머스터드를 소스로 내면 더욱 맛이 좋다.

오스테리아 주연 김동기 오너셰프 payche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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