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를 새기다… ‘기억 보관함’ 기념메달·주화의 세계 [S 스토리]

안용성 2021. 9. 25.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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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인물부터 사건·행사·문화유산까지
기념할 만한 가치 있는 대상 담아 제작
K팝 스타들 새긴 메달 해외서도 인기
인터넷 면세점 등 온라인서도 구입 가능
기념메달 국내 매출액 8년 새 16배 증가
사회공익활동 의미 더해져 ‘완판’ 일쑤
#.1 지난 7월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축구선수 손흥민의 기념메달이 출시됐다. 출시 첫날 조폐공사 사이트에서 판매한 모든 물량이 ‘판매 완료’됐다. 며칠 뒤에는 일부 시중은행에서 판매되는 물량까지 모두 품절됐다. 이른바 ‘완판’이다. 손흥민 기념메달의 판매가격은 금으로 제작된 경우 350만원. 손흥민 메달은 최근 2차 예약판매를 마무리하고 발송 준비 중이다.

#.2 지난해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을 맞아 제작된 기념메달 사업은 종교를 넘어 공익을 위해 보탬이 되는 의미로도 남게 됐다. 기념메달의 판매 수익 중 일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후원금으로 쓰이게 된 것. 김대건 신부가 천연두를 종식하기 위해 노력한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후원이었다. 이 기념메달은 유흥식 대주교를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증정되기도 했다.

대한민국 기념메달이 역사·문화적 가치는 물론 투자 대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여기에 기념메달을 통한 사회공익 활동까지 이어지면서 의미를 더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일부 수집가들 사이에서만 인기를 끌던 기념메달의 소재가 스포츠 스타, K팝 그룹 등으로 확대되면서 사람들의 관심도 커졌다.

◆광복 기념부터 손흥민까지…

기념메달은 특정 인물이나 사건, 행사, 문화유산 등을 기념하기 위해 제조·판매되는 메달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기념메달은 1975년 한국은행 창립 25주년을 기념해 제작됐다. 이후 대통령 취임이나 서울올림픽 등 역사적 사건이나 주요 행사 등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약 30회(80여종)의 메달 제품이 출시된다. 기념메달은 역사적으로 기념할 만한 인물의 탄생과 서거 등 기념일, 그해나 다음 해에 발생했거나 발생할 주요한 사건을 대상으로 조폐공사 자문위원회에서 1차 주제를 발굴한다. 이렇게 발굴된 주제를 가지고 관련 기념사업회나 공익단체 등 유관기관과 협의를 통해 메달 제작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지난 7월 5일 손흥민이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서 열린 한국조폐공사 '손흥민 공식 기념 메달' 공개 행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표적 기념메달로 손흥민, 김연아, 박세리 등 스포츠 스타를 비롯해 조선 어보 시리즈(태조, 세종, 정조, 명성황후), 천연기념물 시리즈(참매·매사냥, 제주 흑우·흑돼지, 장수하늘소, 수달, 쌍향수, 무등산 주상절리대) 등이 있다. 우리 품에 돌아온 문화재 시리즈(주미대한제국공사관, 경천사지십층석탑, 청자구룡형주전자)와 로열시리즈(경복궁, 해학반도도) 메달도 큰 인기를 얻었다. 또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메달, 화가 이중섭 메달, 조용필 데뷔 50주년 기념메달도 출시됐다.
기념메달이 다양해지면서 매출액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조폐공사의 2012년 기념메달 사업 국내 매출액은 9억3000만원에서 지난해에는 145억원으로 늘었다. 8년 새 16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특히 2018년부터 3년 연속 1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판매처도 다양해졌다. 이달부터 조폐공사 홈페이지는 물론 인터넷 면세점에서도 기념메달을 판매하고 있다.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이 손쉽게 기념메달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대한민국 기념메달에 대한 투자·수집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특히 K팝 스타 1호 기념메달인 ‘엑소(EXO) 메달’은 해외 팬들에게도 큰 관심을 받았다.

기념메달의 가격은 함유된 소재와 중량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금으로 만들어진 경우 대체로 ‘금 시세+α’의 가격으로 책정된다. 구리와 아연으로 제작된 ‘태양의 후예 기념메달-송중기’는 조폐공사 홈페이지에서 50% 할인된 5만5000원에 판매 중이다.

기념메달을 판매해 올린 수입 중 일부는 공익사업에 쓰인다. 지난해에는 발달장애인 디자이너 작품을 사업화해 메달로 제작, 호평을 받기도 했다. 약 13억원의 매출을 올린 ‘천사의 재능 시리즈’ 메달 사업은 13명의 장애인 일자리를 창출했으며, 디자인 로열티로만 6400만원이 지급돼 장애인 예술인 소득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 이 외에도 공사는 국외문화재 보호, 코로나19 극복 등 공익 연계 기념메달을 다수 추진 중이다.
◆기술력의 결정… 투자와 수집 두 토끼

기념메달은 금이나 은을 주로 사용한다. 일반 주화가 구리, 아연, 니켈 등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소장·투자 가치에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금, 은은 일반 주화 재료에 비해 가공이 까다로워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 이 때문에 각국의 기념주화는 금, 은의 가공능력과 주화의 디자인 역량을 확인할 수 있다.

기념메달은 또 금, 은 시세에 연동해서 판매가격이 결정되는 지금형 메달인 투자형(불리온 메달)과 인물·문화·예술적 가치 등에 중점을 둔 수집형으로 나뉘기도 한다. 주로 수집형 기념메달을 제작하던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불리온 메달을 제작한 것은 2016년이다. 당시 ‘호랑이 불리온 메달’을 출시해 글로벌 시장에 선보였고,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대표 불리온 제품으로 꼽힌다.

조폐공사가 제조하는 기념메달은 공신력을 바탕으로 한다. 국내 유일 화폐 제조기관에서 만들기 때문에 금·은 순도가 99.99%로 보장된다. 서울 종로 등 귀금속 전문매장에서 판매하는 24K 제품의 상당수가 금 함유량 미달인 점을 감안하면 기념메달에 대한 투자 안정성이 크다.

1988년 발행된 대한민국 정부 수립 50주년 기념주화는 특별한 기술로 만들어졌다. 주화에 태극무늬를 칠보 기법 채색을 세계 최초로 적용해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기념메달 디자인도 단순 원형에서 사각형, 보석삽입형, 입체형, 지폐형 등으로 진화 중이다. 해외에서도 메달 산업은 각광받고 있다. 2017년 기준 글로벌 불리온 메달 시장은 1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예술성과 기술성을 앞세운 수집형 메달시장도 점점 규모가 커지고 있다.

김지은 조폐공사 압인사업팀 차장은 “우리나라 기념메달은 주화 및 훈·포장을 만들면서 축적해온 압인 기술과 대한민국의 문화·역사가 결합해 탄생한 고품격 문화예술품”이라며 “한정 제조라는 희소성과 예술성으로 수집뿐만 아니라 투자 대상으로도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1971년 3월 1일 발행된 반만년 영광사. 연합뉴스
◆기술에 예술·희소성 더해져 탄생한 ‘문화예술품’

우리나라 기념메달의 역사는 기념주화의 역사와 일맥상통한다. 주화를 찍어내는 압인 기술 없이는 기념메달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심미적 기능까지 더해져야 비로소 기념메달의 가치가 더해진다. 이 때문에 기념메달은 기술성뿐만 아니라 예술성과 희소성, 투자성 등이 총망라된 ‘문화예술품’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 최초의 기념주화는 1971년 한국은행이 발행한 ‘대한민국 반만년 역사 기념주화’다. 하지만 당시 우리나라에는 기념주화를 만들어낼 기술이 없어서 독일의 주화제조업체를 통해 찍어냈다.

우리나라 기술력을 동원한 최초의 기념메달(주화)은 한국은행 창립 25주년을 기념한 1975년에 제작됐다. 이후 대통령 취임 기념이나 국제행사, 훈·포장 등을 기념해 메달을 제조·공급해 왔다. 특히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 때에는 고심도 압사 및 표면처리 방법 등 진보된 기술력을 선보여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을 받았다. 1986년 한·프랑스 수교 100주년 기념메달은 메달 선진국인 프랑스에서도 뛰어난 기술을 인정한 바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기념해 만든 주화는 그해 ‘주화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주화책임자회의(MDC)에서 금화부문 ‘가장 아름다운 주화’ 대상을 받기도 했다. 2006년에 발행된 한글날 기념주화는 주화 중간에 구멍을 뚫는 형태로, 2008년 MDC에서 가장 기술적인 주화 부문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나라 기념주화는 기술력과 예술성에서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섰다. 기념주화는 대한민국 정식 법화이기 때문에 평소 사용하는 돈처럼 시중에서 사용 가능하다. 하지만 액면가를 떠나 역사적인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에 실제 사용보다는 수집의 목적으로 통용된다.

기념주화의 발전은 기념메달로 이어졌다. 2016년 최초로 찍어낸 ‘호랑이 불리온 메달’ 이후 해마다 불리온 메달 수출액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조폐공사의 불리온 메달 수출액은 1억8000만달러에 달한다. 기념메달 디자인도 단순 원형에서 사각형, 보석삽입형, 입체형, 지폐형 등으로 진화 중이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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