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중앙일보

"0원→5500억 이득, 어마어마" 이름값한 '화천대유' 미스터리 [뉴스원샷]

김승현 입력 2021. 09. 26. 05:00 수정 2021. 09. 26. 09:08

기사 도구 모음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김승현 사회2팀장의 픽 : 배당금도 궁금증도 천배만배

지난 추석 명절을 강타한 이름은 단연 ‘화천대유’였습니다.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에 특혜 의혹이 제기된 자산관리회사(AMC) 이름이 추석 덕담으로 패러디됐습니다. 화천대유(火天大有)는 주역에 나오는 말로 ‘하늘의 도움으로 천하를 얻는다’ 는 뜻이랍니다. “화천대유 하세요”라고 하면 의미는 나쁘지 않으니 시니컬한 덕담 패러디엔 제격입니다. 답변은 “천화동인(天火同人ㆍ마음 먹은 일을 할 수 있다) 하세요”라네요.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 사무실 입구. 연합뉴스

그런데, 회사 이름이 워낙 낯설어서 잘 생각나지 않는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화천대유는 그렇다치고 천화동인은 더 그렇습니다. “중국회사인 줄 알았다”는 말도 나옵니다. 대주주 김모씨가 동양철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지어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최근엔 화천대유에 이어 ‘빙산일각’이라는 사자성어가 더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천배, 만배의 어마어마한 수익률만큼이나 아직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가 갈수록 커지기 때문입니다.


의심스러운 ‘키맨’ 유동규의 반격


‘잠적설’이 돌았던 유동규 전 경기관광공사 사장은 지난 24일 처음으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대장동 개발 사업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과 사장 직무대리 등을 지낸 그는 “성남도시개발공사는 0원으로 5500억 원대 이득을 본 것이다. 왜 칭찬은 안 하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처음 설계할 때는 그 정도로 남을 거라 예상을 못 했다. 이 상황(부동산값 폭등)을 누가 예측할 수 있었겠는가”라면서요.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경기지사와 같은 논리입니다.
2018년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임명장 받는 유동규 당시 신임 경기관광공사 사장. 경기관광공사
유 전 본부장이 첫 인터뷰를 수많은 언론매체 중에 굳이 미디어비평을 주로 하는 곳을 택한 것도 이례적입니다. 혹시나 화천대유의 특혜 및 커넥션 의혹에 대한 언론 보도를 통째로 부정하려는 ‘프레임’을 짠 게 아닌지 의심스러운 대목입니다.

출국, 잠적, 회피…입 닫은 그들


국민들은 무엇보다 화천대유가 어떻게, 얼마나 큰 돈을 벌게 됐는지 내막이 궁금합니다.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설계가 결과적으로 막대한 민간 수익의 빌미였으니 당연히 설명이 필요해 보이는데 명쾌한 해명이 없습니다. 떳떳하다면 1007억원을 배당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천화동인 4호의 주주 남모 변호사는 왜 미국으로 출국했는지도 의문입니다. 남 변호사는 일찍이 대장동 민간개발에 참여했던 ‘빠꼼이’입니다. 2012년엔 지금의 화천대유와 비슷한 회사의 대표를 지내기도 했습니다. 지상파 방송 기자로 일한 그의 부인도 최근 회사를 사직했다고 합니다.

이 지사는 “최근에야 토건족이 일부 포함돼 있는 걸 알았다”는 취지로 해명성 설명을 하긴 했습니다. 남 변호사를 지목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런 정황에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천화동인이나 과거에 구속됐던 토건족을 비롯한 이상한 개인들이 사실상 사업을 주도했다는 사실도 이 지사가 몰랐다면 무능하거나 무책임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대장동 개발 사업은 점점 ‘칭찬’을 받기는 어려운 형국으로 가고 있습니다.

성남시청 부근에 걸린 대장동 개발 관련 현수막. 연합뉴스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들은 함구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다만, 일부 내부자들이 “민간의 초과이익 환수장치를 만들자는 의견이 묵살됐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향후 검찰과 경찰의 수사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의 배임 혐의가 거론될 경우, 내부 폭로가 더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입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때(2015년 3월) 심사위원을 한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직원 정모 변호사는 연락두절 상태입니다. 그는 남 변호사의 대학 법학과 후배입니다. 정 변호사는 1, 2차 심사에 모두 참여했습니다. 화천대유가 참여한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초고속 선정되는 데에 정 변호사가 모종의 역할을 했는지도 규명돼야 합니다.


경찰 수사는 언제?


경찰은 현재 화천대유 의혹을 내사(입건 전 조사)하고 있습니다. 화천대유 의혹이 언론에 대서특필 되기 5개월 전인 지난 4월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대주주 김모씨 등의 수상한 자금 인출을 경찰청에 자료를 넘긴 데 따른 내사입니다. 경찰 규정상 내사는 최대 6개월까지 진행할 수 있지만, 다른 사건과 비교했을 때 늦장 대응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경찰은 화천대유 이성문 대표를 조사했고 대주주 김모씨도 소환할 방침이지만, 아직 정식 수사 단계에 접어들지는 않았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2019년 이후 업체 내부 자금 흐름과 대주주ㆍ대표 등의 횡령ㆍ배임 혐의점을 살펴보고 있다”면서도 “복잡하고 신중을 기해야 하는 사안인 만큼 여러 기초적인 조사에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대대적인’ 내사를 하다가 정작 범죄 혐의가 나왔을 때 압수수색 타이밍을 놓치게 되는 건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초호화 법조인 고문단 용도는?


화천대유의 초호화 고문단도 화제입니다. 대주주 김씨가 오랜 법조 기자 생활로 두터운 법조계 인맥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억대 연봉의 고문료를 주면서 법조계 실력자들을 가까이 둔 배경은 의문입니다.
권순일 전 대법관의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시절 모습. 뉴스1
지난해 9월 퇴임한 권순일 전 대법관, ‘박근혜ㆍ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지휘한 박영수 전 특별검사, 국정농단 사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은 이경재 변호사 등의 이름이 등장했습니다. 김수남 전 검찰총장이 소속된 로펌이 이 회사와 고문 계약을 했고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은 이 회사의 자문 변호사로 일했습니다. 박 전 특검의 딸, 검찰 출신인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의 아들도 화천대유에서 일했습니다. 박 전 특검과 권 전 대법관은 월 1500만원의 고문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고, 권 전 대법관은 변호사 등록을 하지 않아 변호사법 위반 논란에도 휩싸여 수사대상이 됐습니다. 그는 당시 받은 보수 전액(1억5000만원)을 장애인 단체에 지난 23일 기부했습니다.

연일 새로운 의혹과 인물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대장동을 둘러싼 일련의 의혹들이 ‘빙산일각’인지 ‘침소봉대’인지 실체적 진실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습니다.

김승현 기자 shyun@joongang.co.kr

Copyrightⓒ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