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 아닌 이것 챙겼다.."오래가고 힘 세야" 軍배터리 전쟁 [이철재의 밀담]

박용한 2021. 9. 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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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강원도 인제군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에서 Army TIGER 4.0 전투실험이 진행된 가운데 군 장병들이 Army TIGER 4.0 장비들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배터리~.”

조만간 전쟁터에선 다른 전우에게서 남은 배터리를 찾는 목소리가 자주 들릴 것이다.

육군이 그리고 있는 미래형 보병 전투 체계인 워리어플랫폼을 보자. 야간투시경ㆍ레이저 표적지시기 등 전기로 돌리는 군사용 전자장비가 수두룩하다. 여기에 스마트폰을 뼈대로 삼은 소부대 전투 지휘체계까지 나오면 장병이 여분의 배터리를 챙기는 것은 필수일 것이다.

미국 육군의 예를 들면 아프가니스탄전에서 보병이 72시간짜리 작전을 나갈 경우 보통 70개의 배터리를 챙겨갔다고 한다. 배터리는 보병 한 명의 군장(평균 36㎏)에서 무게 기준으로 약 20%(7.7㎏)를 차지할 정도다.

전기 자동차가 요즘 상용 자동차에서 대세이지만, 무기 시장에선 전기는 아직도 검토 대상이다. 아무래도 오랫동안 굴려 믿음직한 무기만 찾는 군의 특성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운 움직임은 보인다.

'Army TIGER 4.0'은 첨단 과학기술을 접목한 미래 지상전투체계로 드론봇 전투체계, 워리어플랫폼과 함께 육군을 대표하는 3대 전투체계이자 모든 체계를 아우르는 최상위 전투체계이다. 사진공동취재단


미국의 자동차 제조사인 GM은 올 6월 미 육군에 보병분대차량(ISV) 전기차를 납품했다. ISV는 공수부대나 경보병의 분대(9명)를 태우는 이동하는 차량이다. 전기차로 바꾼 ISV는 미 육군이 현재 테스트하고 있다. 결과가 좋으면 미 육군은 점차 전기차를 늘릴 방침이다.


전기 탱크, 전기 전투기 등장 초읽기

앞으론 전기로 가는 탱크도 나올 수 있다. 미 육군의 기갑사단의 경우 하루 50만 갤런(약 190만ℓ)의 연료가 필요하다. 이를 매일 보급한다는 게, 특히 전쟁 상황에선 매우 골치 아픈 일이다. 전기 탱크는 이런 번거로움을 덜어 준다. 매연ㆍ소음ㆍ냄새가 나지 않고 열이 덜 나오기 때문에 스텔스에도 도움이 된다. 또 차량 내부 공간을 넓게 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GM이 생산하고 미국 육군이 시험하고 있는 보병분대차량(ISV) 전기차. GM


영국 공군은 더 나아가 2027년까지 경량 전기 훈련기를 배치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영국의 국가적 계획에 따른 것이다.

앞서 미 공군은 지난해부터 개인용 비행체(PAV)를 도입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이 비행체는 3~8명을 태우고 시속 160㎞ 이상의 속도로 1시간 이상 하늘을 나는 능력을 요구받고 있다. 미 공군은 전기로 비행하는 eVTOL(수직이착륙) 비행체를 바라고 있다.

미 육군의 접이식 태양 전지. 미 육군


요즘 각국 군대가 배터리 연구에 열중하는 이유다. 목표는 더 작으면서도 더 오래가지만, 힘은 센 배터리를 만드는 것이다. 단기적으론 다 쓰면 버려야 하는 1차 배터리 대신 재충전이 가능한 2차 배터리로 대체하는 게 과제다.

많은 국가가 야전용 태양광 충전기에 투자하고 있다.

호주 육군의 부착형 태양광 패널. 전투나 이동하면서 전기를 충전할 수 있는 장비다. 호주 육군


미 육군은 접이식 태양전지를 개발했다. 카펫 크기 정도로 야전에서 펼치면 120W의 전기를 생산한다. 방수ㆍ방풍은 기본이다. 갖고 다니기 편하다. 접이식 태양전지로 야전에서 언제라도 배터리를 충전한다면 장병이 많은 배터리를 휴대하지 않아도 된다.

호주 육군은 아예 배낭에 다는 태양광 패널을 선보였다.

미 육군은 2017년부터 에너지 회수장비(energy harvester)를 시험하고 있다.

미국 육군이 시험 중인 에너지 회수장비. 무릎에 찬 이 장비는 걸을 때마다 발생하는 미세 전기를 모아 배터리에 충전한다. 바이오닉 파워


장병이 다리에 차는 파워워크(Power Walk)는 무릎을 굽혔다 펼 때마다 미세 전력을 생산한다. 미군은 또 보병의 배낭이 앞뒤로 흔들리면서 생기는 운동에너지로 전력을 생산하는 장비, 차량 좌석에 붙여 놓은 뒤 탑승자 체중의 압력을 전력으로 바꾸는 장비도 연구하고 있다.


야전에선 소형 원자로 전기 생산

미 국방부는 더 나아가 야전에서 군사용으로 사용할 소형 이동식 원자로를 개발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1~5㎿ 출력을 내는 원자로는 대형 트럭이나 기차 화물칸, 대형 수송기로 옮길 수 있다. 2027년까지 실전배치하는 게 이 사업의 목표다.

미 국방부가 도입하려고 하는 야전용 소형 이동식 원자로. 대형 트럭이나 기차 화물칸, 대형 수송기로 옮길 수 있다. GAO


전기를 만들어 배터리로 보내는 방법도 군의 연구 대상이다. 무선 충전을 넘어서 원격 충전을 연구하는 곳이 있다. 외계인을 고문해 각종 첨단 무기를 연구한다는 미 국방부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다. DARPA는 인터넷ㆍ구글맵ㆍGPS를 세상에 내놓은 연구기관이다.

DARPA는 레이저로 10㎞ 떨어진 전기 동력의 무인 항공기(UAV)를 원격충전하는 연구를 시작했다.

군사 전문 자유 기고가인 최현호씨는 “무전기와 전장 단말기처럼 군사작전에 사용되는 장비가 많아질수록 필요한 전력도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이를 위해 배터리에만 의존한다면 부담만 커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기를 사용하는 차량이나 휴대용 발전장치를 도입하면, 배터리 운반 부담 없이 전기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군도 야전에서 전력 확보를 위한 방법에 많은 연구와 투자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박용한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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