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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다發 中 위기, 美 부채한도 리스크..환율 1200원 돌파, 원화 값 급락하나

이재은 기자 입력 2021. 09. 26. 06:00 수정 2021. 10. 12.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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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이슈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 강화..강달러 지속
헝다 파산 우려 커지면 위안화·원화 동반 약세 전망
전문가 "환율 상단 1200원도 가능"

지난주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의 파산 우려가 확산되고 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이 임박했다는 소식에 외환시장이 요동쳤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3일 장중 한때 1186원을 넘어서면서 연고점을 경신하기도 했다.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에서 연이어 금융시장에 영향을 주는 이슈가 부상하면서 투자자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높아진 영향이다.

시장에서는 헝다 리스크(위험)가 수개월은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 최소 연말까지 환율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헝다 파산으로 중국 금융위기를 불러와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위안화와 연동된 원화 가치도 하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행보와 미 부채한도 협상 문제도 달러화 강세를 부추겨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산 위기에 몰린 중국의 대형 민영 부동산 재벌기업인 헝다(恒大·에버그란데)그룹의 선전 본사 사옥 주변에서 경비원들이 손을 맞잡고 투자금 반환을 요구하는 시위대의 접근을 막고 있다.

◇ 원·달러 환율, 23일 장중 1180원 돌파

26일 서울 외국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25일 역외선물환(NDF)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80.76원에 거래됐다. 지난 24일 서울외국환시장 마감가인 1176.5원에 3원 이상 상승(원화 값 하락)한 상태에서 거래된 것이다.

지난 23일 장중 1186원까지 치솟은 환율은 헝다그룹이 2025년 9월 만기 채권에 대한 이자 약 3600만달러를 상환하겠다고 밝히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진정된 영향으로 다시 1170원대로 떨어졌지만, 헝다발 위기에 대한 우려가 원화 값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중국 인민은행이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역레포) 매입을 통해 1100억 위안(약 20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헝다발(發) 부채 위기 확산 사전차단에 나서면서, 시장 안정을 위한 대응책을 내놓은 것이 일단 효과를 내고 있다고 진단한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환율은 중국발 아시아 리스크 해소, 강달러 되돌림, 외국인의 국내 증시 순매수 등으로 1170원선에 거래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다만 헝다 리스크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향후 수개월간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헝다의 파산 위기가 완전히 해소되기 전까지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향해 상승하면서 수차례 연고점을 찍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 “헝다 위기 이제 시작…수개월간 환율 변동성 커질 것”

헝다그룹은 전체 빚이 3000억달러(약 355조원)에 이르면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몰려있다. 특히 헝다가 23일까지 지급해야 했던 달러화 표시 채권 이자 8350만 달러(약 981억원)을 지불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산설이 다시 불거지는 양상이다. 앞서 헝다는 같은 날로 예정됐던 위안화 표시 채권 이자 2억3200만 위안(약 422억원)은 지급했다고 발표했지만 , 달러화 표시 채권 이자 지급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부도 가능성이 다시 부상하면서 24일 홍콩 증시에서 헝다 주가는 7%대 급락했다.

시장에서는 중국 정부의 구제의지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중국 정부가 헝다에 직접적인 지원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S&P는 “중국 당국은 중국 금융시장이 큰 혼란 없이 헝다그룹 부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내부 결론을 내린 상태”라며 “헝다는 대마불사(too big to fail) 논란을 부를 만큼 큰 기업이 아니다”라고 했다. 블룸버그도 “중국 당국이 최근 헝다그룹 경영진을 불러 채무를 충실히 이행하라는 지침을 내렸으나, 만일의 사태를 막기 위한 지원 언급은 없었다”고 2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주요 외신은 중국 정부가 헝다 그룹이 해체된 이후 국유화에 나설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중국 당국은 헝다가 파산할 경우에 대비해 각 지방 정부에 대응책을 지시했고, 헝다그룹의 지역 부동산 사업 인수를 준비 중이다”라고 전했다. 헝다그룹은 지난달까지 중국 200여개 도시에서 약 800건에 달하는 부동산 사업을 진행해왔다.

헝다 파산으로 중국 부동산 시장이 타격을 받아 중국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 투자자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높아지면서 달러화 강세 현상이 이어지고, 위안화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도 추가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당분간 환율이 헝다 이슈에 가장 민감하게 반등할 것”이라며 “헝다그룹 파산 우려가 심화될 경우 원·달러 환율도 상승 압력을 받으면서 1186원을 넘어 또 연고점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연방준비제도(Fed) 청사 전경.

◇ 美 테이퍼링 임박·부채한도 리스크, 강달러 부채질

원화 값 하락 전망에는 미국발 리스크도 한몫하고 있다. 연준이 이르면 오는 11월 테이퍼링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도 달러화 강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23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빠르면 다음 회의에서 테이퍼링이 결정될 수 있으며, 내년 중반쯤 종료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음달로 예정된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도 초미의 관심사다. 현재 미국의 국가 부채는 28조4000억달러(약 3경3626조원)로 이미 법적 상한선을 넘어선 상태다. 지난 2019년 민주당과 공화당은 부채 한도를 22조300억 달러(약 2경 6084조원)로 설정했지만, 한도 적용은 올해 7월 31일까지 유보하기로 합의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8월 1일 부채 한도가 다시 부활해 더 이상 채권 발행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만약 의회가 부채 한도를 높이지 않을 경우 미 정부는 초유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에 직면하게 된다.

앞서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과 신용평가사들은 미 의회가 연방정부 재정한도 증액에 실패하면 10월쯤 정부가 디폴트에 빠져 미국 경제가 침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미 하원은 오는 12월 3일까지 연방 정부에 자금을 지원하고 부채 한도를 내년 12월까지 유예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문제는 이 법안이 공화당의 압도적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큰데, 상원에서 통과되어야만 효력이 생긴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연준이 테이퍼링에 돌입하면 달러화는 강세를 이어갈 것이고 다음달에는 미국 부채 한도 협상이라는 시장 불안 요인이 있기 때문에 환율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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